윤리는 공존 경쟁을 위한 '통합'의 매커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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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는 공존 경쟁을 위한 '통합'의 매커니즘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5.07.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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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윤리'가 서야 치계가 산다

작년 9월 국민일보 보도, 최근 한 누리꾼의 글과 '치과진료 폭리 논쟁', 그리고 이에 대한 MBC 등 언론들의 보도 행태…. 결코 단순한 헤프닝이나 저평가 왜곡된 치과수가체계의 문제만은 아닐 듯싶다. 핵심은 바로 '불신'이 아닐까?
이 '불신'은 화를 낸다고, 문제의 언론사에 항의방문을 간다고 풀리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하면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전문가 집단으로 거듭날 것인가"를 고민하고, 시급히 신뢰 회복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본 보에서 이를 위한 특별
대담을 마련했다.

편집자

[특별대담] '윤리'가 서야 치계가 산다

강신익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양승욱 변호사(본지 논설위원, 치협·건치 고문변호사)

정리 강민홍 기자

 

▲ 강신익
윤리의 무풍지대

양승욱 변호사 : 투명사회 협약이 논의되고 있다. 더욱이 현재의 급속한 의료환경 변화를 봐도 치과의사 윤리선언이 절실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치협이나 서치에서 논의된 바에서도 드러나듯, 치계 내에서 이에 대한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신익 교수 :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이 이를 '규제'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뢰받는 전문가 집단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치과의사 윤리선언 뿐 아니라 구체적인 윤리강령과 이를 생활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지침으로까지 구체화돼야 한다. 그러나 치과의사 사이에서는 "자신의 이해관계가 훼손될 수도 있다"는 우려부터 앞선다.

보다 장기적으로 내다보면, 치과의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구체적인 윤리선언과 강령, 지침을 제정하고, 이를 전 치계로 확산시키기 위한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 치과의사 내부의 윤리의식 수준은 그리 높지 않은 형편이다. 작년 서치가 새롭게 제정한 윤리강령도 대국민 신뢰 확보라는 측면보다는 최근 내부 갈등의 주요 원인인 의료광고 등의 문제에 더 치중했다는 느낌이다.

: 치과의사들이 별 생각 없이, 스스럼 없이 하고 있는 비도덕적 행위들이 너무 많다. 점차 높아지는 환자들의 의식수준을 봤을 때 이는 추후 돌이킬 수 없는 타격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미국의 경우 협회 뿐 아니라 학회 차원에서도 통제를 하는 등 이중 내지 삼중의 구조로 비윤리적 행위를 감시하고 있다. 때문에 자체 내부적 윤리규정과 법 규정이 구분이 없을 정도다. 우리도 이를 교훈 삼아야 한다.

 

윤리는 통제가 아닌 '통합'의 메커니즘

: 서구의 경우는 윤리문제가 오랜 시간을 두고 논의돼 왔다. 다만 이를 서구의 치과의사들이 우리보다 더 윤리적이라던가, 아니면 우리가 외국에 비해 비윤리적이라던가 하는 식으로 해석할 수는 없을 것같다.

서구에서 윤리의식이 확산될 수 있었던 맥락은 무엇이며, 반면 우리는 왜 아직도 윤리의 무풍지대에 놓여있는 지 그 원인을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같다.

: 미국이나 서구의 의사들이 현재의 지위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그냥 이뤄진 게 아니다. 서구가 윤리강령이 강화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간 무한경쟁에 노출돼 왔기 때문이다. .

서구도 19세기 말 20세기 초 누구나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무질서한 상황에 처해 있었고, 갈수록 심화되는 상업적 흐름 속에서 아말감 전쟁과 같은 극단적 사례가 발생키도 했다. 그리고 그 이후 ADA가 생겨났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와 같은 무한경쟁을 거칠 필요가 없었다. 처음 생성 당시 경쟁이 없었고, 때문에 생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우리 치과의사 사회에서 윤리의식이 확산되지 못한 원인이 여기에 있다.

: 치의학전문대학원 도입으로 이제 치과의사 사회에도 다양한 배경을 가진 새로운 부류의 사람들이 들어올 것이다. 치전원은 교육기간이 길어 경제적 보상의 기대수준이 더 클 것이고, 갈수록 상업화되는 추세 속에서 치계도 갈수록 '무한경쟁'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우리도 (서구와는 다른 방식이 되겠지만) 점차 윤리의식이 확산되지 않겠는가?

: 문제는 받아들이는 주체의 준비정도가 어떠한 가다. 우리 치과의사 사회는 '윤리'를 '통제'의 측면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윤리'는 더 높은 차원으로 바라보면 공존 경쟁을 위한 '통합'의 매커니즘이라 할 수 있다. 자체적인 내부규율 확립을 통해 공존 경쟁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도 '히포크라테스 스쿨'의 내부 규율을 체계화 한 것이다. 당시에는 의료기술이 가계를 통해 전수되는 시절이었다. 그러나 가계를 통한 전수 시스템이 무너지고 너도나도 뛰어드는 상황에서 통제수단이 필요했으며 그래서 선서를 만들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선서를 통해 타 의료 집단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교육과정에 역사나 윤리와 관련한 교과과정이 없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그 만큼  도대체 치과의사가 누구인가? 왜 치과가 의료에서 갈라져 나와야 되는가? 이러한 우리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시도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뢰받는 전문가 집단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치과의사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그리고 향후 어떠한 길로 나아가야 하는 지를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양승욱
과학의 위기, 윤리의 위기

양 : 의료인들은 20세기 들어 최대의 호황을 누려왔다. 그러나 지금은 비단 치과의사 뿐 아니라 전 의료계가 지금까지 누렸던 권한과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시점이 아닌가 한다.

강 : 의료인들이 20세기 부동의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원인은 20세기 초 의료기술의 과학으로서의 권위를 확립하고, 더불어 초기 무한경쟁을 통해 내부적인 윤리의식을 확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0년이 지나면서 '턴'(변화)의 시점에 접어들었다. 20세기 말 21세기 초에 접어들면서 기존에 확립된 '과학'의 권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대체의학'이 난무하는 것도 하나의 반증이 될 수 있다. 이제 의사에게는 과학자로서보다는 환자가 가진 의학적 '문제'의 해결을 돕는 도우미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의과대학의 교육도 기초(과학)와 임상(실천)을 구분하지 않고 환자가 가진 현실적 문제에서 출발하는 문제바탕학습(Problem Based Learning)으로 변해가고 있다.

과거에는 과학적 근거만 있으면 바로 임상에 적용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충분한 경험적 증거가 있어야만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체계로 바뀌고 있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지금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의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고 있다.

과거에는 임상의사의 과학적 판단만으로 모든 시술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러한 경험적 데이터에 근거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진료비의 지불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과학적 근거로부터 시술의 타당성이 연역되었지만, 이제는 거꾸로 경험적 사실로부터 시술의 정당성 여부가 판단되는 것이다. 이를 증거기반의학 (Evidence Based Medicine)이라 한다.

이러한 현상들은, 이제 우리가 더 이상 과학적 권위에만 기대어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 다음으로 '윤리'의 위기도 닥치고 있다. 즉, 현 시기는 '과학의 위기이자 윤리의 위기' 시대라 볼 수 있다. 미국의 '히피문화'가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서 또한 윤리의 모태로 태동한 것처럼, 20세기 초 자리잡혔던 '과학'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서 기존의 윤리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제반 의료환경이 '영리추구'로 급변하는 상황에서 "나의 이익을 어떻게 추구할까" 보다는 '고차원적인 이익 추구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치계 집단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도 '윤리'가 필요하다.


 

윤리위 독립과 자체 정화

: 지금까지 우리 치과의사들의 윤리의식 수준이 어떠하며,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또한 윤리의식 고취를 위해 치과의사들이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를 알아봤다. 아울러 20세기 초 확립된 과학과 윤리의 권위가 흔들리면서 의료인의 지위와 권한도 추락하는 상황속에서 윤리의 문제가 더더욱 중요하게 대두된다는 사실을 짚어봤다.

그렇다면 윤리의식 고취를 위해 치계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또한 윤리교육의 문제는 어떠한가?

: 미국의 치과의사들은 다차원적인 전략을 구사한다. 한편에서는 수준높은 윤리의식을 강조하는 단체(American Collenge of Dentists; ACD)가 만들어져 윤리의식을 선도해 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조합(Union of American Physicians and Dentists)을 결성해 의료인으로서의 권익을 지켜나간다.

미국치과의사협회(ADA)는 이 양자간의 중간쯤에 위치해 윤리와 권익의 균형을 잡아간다. 노골적으로 권익만을 추구한다고 해서 그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경험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려면 먼저 모든 것을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본다.

의료는 본질적으로 환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치계의 윤리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치협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독립된 윤리위원회가 자체 정화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윤리강령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위에서도 강조했지만, 선언만으론 안된다. 선언과 강령, 지침이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 지침 안에는 각 학회에서 각 진료별 표준지침도 마련해 이를 명시해서 각 진료별 과잉진료까지 다뤄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 서울 치대에서 김각균 교수가 치전원 커리큘럼 개발을 연구중이다. 윤리과목이 만들어지고, 이론 중심이 아닌 사례와 토론 중심으로 윤리교육이 학교에서 이뤄져야 한다.

▲ 강신익
양 : 자체 정화에 나서려면, 정부로부터 자율징계권을 일부라도 위임받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같다.

: 그에 대한 어떠한 경험도 없는 현 상황에서 누가 우리에게 자율징계권을 주겠는가? 우리가 스스로 자율적으로 윤리를 확립하려 했던 경험이 있는가? 자율징계권은 스스로의 경험이 풍부하고 외부에서 이를 인정해 줄 때 비로소 저절로 올 수 있는 것이다.

미국도 처음에는 광고와 소개비에 관심이 있고, 민감한데, 반해 '과잉진료' 등 딴 곳에는 무관심했다. 그러나 광고 등에 대한 자체 징계 경험을 쌓아가면서, 그 범위도 점차적으로 늘려갈 수 있었다.

: 독립된 윤리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가?

: 미국의 ADA와 같은 형식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미국의 윤리위원회는 임상의사가 임상적 딜레마로 윤리적 문제에 봉착했을 때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윤리위원회에 치과의사가 아닌 외부인사를 참여시키고 있다. 아울러 윤리위원회는 회원이 윤리를 훼손했을 때 '고발' 등 실질적인 징계 처분을 실행하고 있다.

 

윤리의식 확산전략

: 마지막으로 어떻게 하면 치과의사 사회에서 윤리에 대한 문제가 확산될 수 있는지 그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겠다. 현재로선 '윤리' 문제를 의제화 해서 논의를 활성화 시키는 것 밖에 별 묘수가 없는 것같다.

: 갈수록 경쟁력이 심화되고 있다. 제반 의료환경이 '영리추구'로 급변하는 상황에서 "나의 이익을 어떻게 추구할까" 보다는 '고차원적인 방법'으로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다수의 기업들이 왜 '윤리경영'을 표방하겠는가? 치계 집단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도 '윤리'가 필요하다.

재작년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가 그나마 구체성 있는 윤리강령을 제정한 바 있다. 작년 윤리강령을 새롭게 제정한 서치나 현재 고민을 하고 있는 치협도 건치의 안을 가지고 있지만, 거기까지는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윤리문제가 의제화 되고 논의를 활성화 시키는데 건치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굳이 '윤리'라는 딱딱한 주제를 꺼낼 필요 없이, 최근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영리법인화' 문제만 다뤄도 자연스럽게 윤리의식의 고취가 필요하다는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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