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병원 치과 성추행 사건에도 ‘치계 잠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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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병원 치과 성추행 사건에도 ‘치계 잠잠’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5.10.0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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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치과위생사 A씨 정신과 폐쇄병동 입원까지…밀폐된 조직 구조‧치과계 무관심 속 고통 호소

ㄱ국립병원 치과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이 매스컴을 타면서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정작 치과계에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어 피해자의 고통이 극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올초 피해자인 치과위생사 A씨가 직속상관인 B치과과장의 취임을 축하하는 회식자리에서 타 진료과까지 총괄하는 C부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면서 시작됐다. 대부분의 사건이 그러하듯이 당초 C부장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으며, B치과과장이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고 병원에 관련 소문이 퍼지면서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심지어 B치과과장은 C부장을 두둔하며, 피해자와 C부장을 대면시키고 대화 내용을 녹취하는 등 피해자보호의 기본 의무조차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피해자 A씨는 경찰과 국가 인권위원회에 각각 징계청구서를 제출했고 2월 16일 B치과과장과 C부장의 비위가 입증돼 국무총리 산하 중앙징계위원회로 사건이 회부됐다. 그러나 성폭력 사건의 기본 조치인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분리 조치 조차 현재까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병원 청문감사팀에서는 피해자인 A씨의 보직변경을 권유하는 등 상식 밖의 조치를 취해 사태를 키웠다는 게 A씨의 주장.

이제 스스로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한 A씨는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다. 3월 경 A씨는 직접 C부장을 민형사상, B치과과장을 민사 고소했으나, 이내 임플란트 횡령 및 공문서 위‧변조 혐의로 고발을 당하는 역풍을 맞았다. 현재 A씨는 6월 말 해당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정신과 폐쇄병동을 오가며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폐쇄병동에 입원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중순 경 본지와의 통화에서 “13년 간 한 병원에서 근무하며 맡은 바 열심히 일 했을 뿐인데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었다”며 “치과계 종사자라면 우리나라에서 치과위생사가 치과의사의 지시 없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많은데, 약제과, 경리팀, 청문감사팀의 통상적인 경고조치도 없이 바로 형사고발이 이뤄진 상황이 원망스럽다”고 호소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해당 사건에 대한 시정 조치가 요구됐으나, ㄱ국립병원의 상위기관에서는 한 병원 내에서 당사자의 근무 시간대를 조정해 마주치지 않게 한다거나 피해자인 A씨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발령내는 식의 비상식적인 시정방법을 내놨다. 게다가 피해자 A씨가 정신과 약물치료로 인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에도, B치과과장은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등 피해자의 상처를 고려하지 않은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그는 “내일이면 가족 면회조차 제한되는 폐쇄병동에서 모든 개인 연락을 단절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됐지만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면서 “성추행을 당한 사람은 마땅히 피해를 당했다고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밀폐된 소규모 국립병원에서 벌어진
고위‧하위 공무원 간의 ‘폭력 사건’에
치과위생사 13년 경력 ‘내 모든 것’을 걸었다“

A씨에 따르면, 사건이 벌어진 곳이 국립병원이라 가해자는 4급의 고위공무원, 피해자인 A씨는 7급 하위공무원의 관계이다. 게다가 해당 국립병원에서는 대형치과병원과 달리 치과 내 극소수의 의료진이 10~20년 이상 함께 근무하는 시스템이라 유독 폐쇄적인 분위기가 짙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이러한 사건에서 모든 피해자가 그렇겠지만 나는 이번 사건에 치과위생사로서의 13년 경력을 모두 걸었다”면서 “이번 사건은 중간관리자의 잘못된 역할로 인한 확산이 원인인 만큼 제2, 제3의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해 반드시 끝까지 진실을 밝힐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치과계 내 구성원간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꽤 잦은 편이다.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굵직한 사건만 해도 한 해에 두어건 이상은 꾸준히 나오고 있는 실정. 여기서 주목할 점은 사건이 반복되는 패턴이다.

대다수의 성추행 사건이 그러하듯이 단순히 남성과 여성 간에 벌어지는 충동적 사건이라 하기에는 이면에 숨겨진 직급 간의 권력 차, 그리고 그 권력에서 파생되는 폭력이 매사 존재해왔다. 또 이미 벌어진 사건 자체의 문제 보다도 그 이후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탄압이 더욱 사태를 심각하게 몰아가곤 한다.

이번 사건 역시 국립병원이라는 밀폐된 조직의 특수성과 뚜렷한 권력 관계라는 특징이 역기능으로 작용하면서 사건은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으로 해석된다.

A씨는 현재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피해를 방지 하기 위해 여성가족부 산하 여성정책위원회에서 ‘성폭력 사건 발생 시 중간관리자의 역할 가이드라인 정립’에도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나의 사례로 인해 더 이상의 피해를 막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며 “특히 치과위생사의 경우 여성 구성원이 많은 만큼 치과계도 이번 가이드라인에 제대로 관심을 갖고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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