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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양호
  • 승인 2015.10.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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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평]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마션'

NASA의 아레나3 탐사대는 화성을 탐사하던 중 거대한 모래폭풍을 만나게 되고, 탐사대의 대장 멜리사(제시카 차스테인)는 철수를 결정한다. 기지에서 급하게 탈출선으로 귀환하던 중 마크 위트니(맷 데이먼)가 사고로 실종되고 나머지 대원들은 그가 사망한 것으로 판단하고 화성을 탈출한다.

그러나 마크는 모래폭풍과 사고의 와중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게 되고, 다음 탐사대가 예정된 4년의 시간을 버티기 위한 생존의 시간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생존을 알게된 NASA 역시 그를 무사히 귀환시키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시작한다.

영화는 화성에 홀로 고립된 사람의 처절한 생존기인 동시에, 그를 귀환시키기 위한 전 지구적인 노력을 담은 영화답지(?) 않게 시종일관 밝고 명랑하며 희망적이다.

마크는 긍정왕, 멘탈갑의 정신력의 소유자이며,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화성의 맥가이버다. 그는 쿨한 미국식 유머를 매력 있게 읊어대며 이러저러한 절망적인 상황을 끈질기게 헤쳐나간다. 급기야는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해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최초의 화성인(마션)으로 거듭난다. 인류와 5,600만km 떨어져 홀로 고립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견뎌낼 수 있었던 건 지구인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초 긍정적인 멘탈 때문이다.

영화는 마크 위트니를 귀환시키기 위한 노력에 어떠한 논란과 갈등도 허락하지 않는다. NASA는 그를 구해내는 데 필요한 천문학적인 예산에 대한 문제는 안중에도 없으며, 오직 가장 합리적이고 빠른 구조 방법을 찾아내는 데 모든 조직이 일치단결한다. 수년간 가족들과 떨어져 우주를 떠돌았던 탐사대원들은 1년여의 불확실한 우주여행을 결정하고, 중국은 공식적인 요청도 없이 국가적인 손실을 감수하고 로켓을 선뜻 내어준다.

마크와 지구인들의 모습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 아니다. 이기적인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사회와 개인 모두에게 유익하다는 자본주의 시대의 인간의 모습은 아니다.

한 사람의 생명을 위해 모든 구성원들이 최선을 다하는 사회는 정말 불가능할까? 갈등 관계가 전무하다시피 한 요즘 보기 드문 영화지만 이들에 대한 이질감과 거부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인류의 선의와 연대의 가능성에 목마른 요즘이다.

우주라는 공간적 배경 때문인지, 두 작품에 모두 출연한 맷 데이먼과 제시카 차스테인 때문인지 보는 내내 인터스텔라가 떠올랐다. 인터스텔라는 근사하긴 했지만 영화를 쫓아가느라 이것저것을 놓치게 만드는 영화였다.

마션은 시작되자마자 대충의 결말이 짐작되지만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해주고 몰입하게 해 준다. 이것이 리들리 스콧의 힘이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가장 존경하는 감독으로 그를 꼽은 이유일 것이다. 에일리언과 블레이드 러너를 통해 인류의 음울한 미래를 그렸던, 그리고 이제는 또 다른 인간의 모습을 통해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노장 감독의 귀환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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