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 ‘언론 자유도’ 어디까지 추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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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계 ‘언론 자유도’ 어디까지 추락하나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5.11.0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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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언론방담Ⅱ-전문가편서 현 상황 진단 및 대안 고민…“해답 없어도 감시‧비판 계속 된다” 강조

 

대한치과의사협회(협회장 최남섭 이하 치협)가 일부 치과전문지를 대상으로 한 출입금지 및 취재제한 방침을 8개월째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현 상황을 바라보는 치과계의 여론도 이제 황당함을 넘어 ‘무시’로 굳어지는 분위기이다.

치과계 대표 공적 단체인 치협이 현 협회장의 심기를 고려해 그가 참석하는 행사마다 ‘못마땅한 기자’를 미리 치워(?)주는 소모전을 반복하는 수준이다 보니, ‘언론 자유 수호’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걸고 맞서기도 민망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본지 기자를 포함한 특정 기자들은 ‘(가칭)치과계 언론자유를 희망하는 기자단’을 구성하고, 전문지에 대한 탄압과 외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강하게 저항하고 있으나 이 또한 기껏 ‘품성론’과 정치적 해석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기자 몇몇을 내쫓기 위해 협회 인력 상당수가 대문부터 진을 치는 상황, 수년간 봐 온 오랜 기자들을 ‘모르는 사람’이라 부정하는 협회장의 그릇, 동료 기자들의 생존 저항에 도리어 돌을 던진 선배들의 품격까지, 이들이 현 치과계의 민낯이다보니 누가 누굴 나무랄 처지가 못되는 것일까. 공익을 위한 알권리가 이렇게 내놓고 탄압을 받는 현 상황에서 기자조차 내성이 생기는 듯하니 심각한 지경임이 틀림없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공개한 ‘한국의 언론 자유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언론 자유도는 2013년 기준으로 OECD 34개국 중 30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부분적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나라’ 그것이 우리 언론 자유도의 현주소이다.

치과계 언론 자유 지수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다. 다만 ‘문제가 있는 상황’에 대한 감성이 무뎌지면서 지금 이 순간까지도 치과계 언론 자유도가 곤두박질 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5일 건치신문사 '언론방담Ⅱ-전문가편'

그렇다면 이러한 치과계 상황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어떨까. 본지는 지난 5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언론계 및 법조계 전문가를 초청한 가운데 ‘언론방담Ⅱ-전문가편’을 기획했다. 지난 해 본지의 창간 20주년 행사로 치러진 ‘언론방담-기자편’에 이어 두 번째이다.

이날 방담에는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과 국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이창현 교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정연순 부회장이 자문을 위한 전문가로 초청됐으며, 본지 전민용 대표이사와 김철신 편집국장이 함께 자리했다.

‘졸렬과 비상식’…우리사회의 축소판 속에
링 밖에서도 통하는 원칙을 지키고자
'비상식'에 끝까지 '상식'으로 답한다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치과계의 현 상황이 마치 우리 사회의 축소판 같다”는 말로 방담을 시작했다.

우선 치협의 언론 출입통제 행태에 대해서는 ‘공공성’을 버린 옹졸한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정연순 변호사는 “치협이 민간 기업이나 단체 혹은 개인이라면 취재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치과의사의 의무가입 단체인 치협의 공공성을 고려했을 때에는 협회장 개인의 감정보다는 회원들의 알권리를 고르게 충족시켜줘야 할 의무가 더 큰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민대 이창현 교수는 한층 더 강한 ‘정면돌파’를 제안하면서도 상식선이 통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 교수는 “협회장 임기 내에 이뤄지는 일에 대해 몇가지 기사를 기획하고 잇따라 내보내면서 대화의 창구를 틔우는 방식이 전통적이지만 잘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그간 치과계 안에서만 싸운던 것이 링을 벗어나 전체적인 이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면서 “자꾸만 특정 기자 개인의 일로 치부하려는 협회의 움직임에 휘말리지 말고 건치신문 전체의 입장에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주요 일간지 및 방송과의 접촉을 통해 이슈를 대두시킬 수 있는 화제 전환 방식도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도 “누구나 기자가 되고 누구나 신문을 만들 수 있는 ‘1인 미디어시대’에 독단적인 한 인물로 인해 취재 활동이 가로막히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누구나 기자로서 자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언론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철신 편집국장, 이창현 교수, 김언경 사무처장, 정연순 부회장, 전민용 대표이사

한편, 이날 참석자들은 치과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언론 자유의 수호’라는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공유하기 위해 주기적인 전문가 모임을 갖는다는 방침이다.

본지 김철신 편집국장은 “이런 자리를 수없이 갖는다고 해서 출입제한을 실행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행동이나 마음이 바뀔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추후 치과계 언론의 변화를 위한 중요한 근거를 쌓기 위해서는 오늘과 같은 자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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