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살며 생각나는 대로 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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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살며 생각나는 대로 읊다
  • 송학선
  • 승인 2015.11.0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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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밝 송학선의 한시 산책 3] 산거만음山居謾吟 산에 살며 생각나는 대로 읊다 /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산거만음山居謾吟 산에 살며 생각나는 대로 읊다 /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1745~1806)
 

문장경세도위누文章驚世徒爲累 문장이 세상을 놀라게 한 들 다만 누가 될 뿐이고
부귀훈천역만로富貴薰天亦謾勞 부귀가 하늘에 닿아도 역시 그저 수고로울 뿐
하사산창잠적야何似山窓岑寂夜 어찌 같으리오, 산창 산봉우리 적막한 밤에
분향묵좌청송도焚香黙坐聽松濤 향 피우고 말없이 앉아 솔바람 파도소리에 귀 기울임만

늘그막에 무에 그리 끄어달리는지 병원 문도 닫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제 모습에 하루하루가 마냥 답답하기만 합니다. 옛 의국 선후배들과 주말에 강릉을 다녀왔습니다. 경포호를 날던 새들과 선교장 솔밭이 며칠 계속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만음謾吟=漫吟 ; 제목 없이 생각나는 대로 시를 읊음.
도徒 ; 무리, 동아리, 종, 일꾼, 걷다, 맨손, 징역, 다만,
훈薰 ; 향 풀, 향기롭다, 태우다, 솔솔 불다, 공,
만謾 ; 속이다, 게으르다, 넓다, 아득하다, 헐뜯다, 업신여기다. 친하여 무람없다. / 면謾 ; 속이다 교활하다.

 

김홍도金弘道(1745영조21~1806순조6)는 누구나 좋아하는 화가이지요. 본관은 김해랍니다. 『맹자孟子 양혜왕장구상梁惠王章句上』에 나오는 ‘무항산이유항심자無恒産而有恒心者 유사위능惟士爲能 일정한 재산이 없으면서도 한결같은 마음을 갖는 것은 오직 선비에게서만 가능합니다.’ 라는 구절에서 사능士能이란 자字를 얻었구요, 명明나라 문인화가 단원檀園 이유방李流芳(1575-1629)이 문사로서 고상하고 맑으며, 그림의 됨됨이 기이하고 아취 있음을 사모하였기 때문에 단원檀園이란 호를 빌어 썼노라 스승인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1712~1791)이 전합니다. 그러나 김홍도가 공부하며 아끼고 좋아하던 남종화 교본 『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의 밑그림을 그가 그렸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 단구丹邱, 서호西湖, 고면거사高眠居士, 취화사醉畵士, 첩취옹輒醉翁 따위의 호를 사용 한 걸 보면 술 도 참 좋아하셨나 봅니다.

게다 키도 크고 인물도 시원스레 잘생긴 데다 도량도 넓고 우스개도 잘하고 인품도 온화하고 따스한 사람이었다니, 더구나 거문고에 피리도 잘 불고 시에 시조에 그림까지 잘 그렸으니 가히 신선 같은 사람이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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