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원장실은 작품을 낳는 공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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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원장실은 작품을 낳는 공방이다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5.11.13 18:1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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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있는 원장실] 송학선치과 송학선 원장

이번 기획은 치과계 이색인물을 만나는 코너가 아니다.

시작은 ‘인터넷이 없던 시절 원장실에선 도대체 뭘 하면서 시간을 보냈을까?’ 하는 단순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거기에 아이디어를 더해 특색 있는 원장실을 찾아가 보자! 까지 발전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 개원했으면 적어도 50대 이상 이어야 할테고, 단순히 독서나 음악감상, 바둑 복기 정도라면 그냥 설문조사를 하는 게 나을지도 몰라 라며 편집국에선 적당한 인물을 물색하고 있었다. 때마침 본지에 ‘송학선의 사진기행’을 연재하다 무기한 휴재를 취하고 계시던 송학선 원장님이 다시 ‘송학선의 한시 산책’이란 이름으로 돌아왔다.

기획에 적합한 모든 조건을 가지고 계신 분이 등장한 것이다.

▲ 진료중인 송학선 원장님.

송학선 원장님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의 전신인 청년치과의사회 초대회장,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1978년도 졸업, 건치 14대 공동대표, 환경운동연합 중앙상집위원, 과천 NGO연대 의장, 과천생명민회 공동대표,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서초지부 공동대표, 충치예방연구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과천 시장에 출마 하기도 했다.

또 녹색병원 양길승 원장, 그리스로마신화의 저자인 소설가 이윤기님, 환경재단 최열 상임이사 등과 함께 문화와 함께 즐겁게 세상을 바꾸자는 기치아래 ‘아르고나우따이 어른의 학교'를 열어 문화‧예술과 민중운동의 결합을 시도하기도 했다.

‘인터넷이 없던’이란 의도에 들어맞게 송 원장님은 아직까지도 휴대폰 비슷한 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치과로 전화해 스탭분을 거쳐 선생님과 통화하며 약속을 정하는 일은 묘한 기시감과 불편함과 설렘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런 느낌적 느낌(!)을 갖고 남부터미널 근처 송학선 치과를 찾았다.

1984년도에 개원한 송학선 치과. 간판에서부터 확실하게 ‘저 병원은 할아버지 의사선생님이 계실 거야’하는 30년 터주대감의 포스를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치과 안으로 들어서니 송 원장님이 반갑게 맞아 주셨다. 치과는 대기실과 진료실의 경계가 없는 알뜰한 구조로 돼 있었다. 대기실은 가정집 거실 같은 포근한 느낌이었다. 대기실 장식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책과 도자기, 화분, 송 원장님이 직접 찍은 사진과 그림, 그리고 연식이 오래돼 보이는 선풍기, 특이한 장식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특히 프론트에 전시된 작품들 중에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 것들이 많았다. 만화가 반쪽이 님이 우유곽으로 만든 곤충과 녹색병원 양길승 원장님의 특징을 딴 부엉이 동상, 민중미술가 임옥상 선생의 작품 등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송 원장님은 전시품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 주시기도 했다.

대기실이 이정돈데 원장실은….?

▲ 프론트 데스크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 만화가 반쪽이님(최정현)이 주변 소품을 이용해 만든 곤충
▲ 진료실에 송학선 원장님이 직접 찍은 사진이 걸려있다
▲ 맨 위에 전등은 글자가 아니고 '새'를 형상화한 것이다. 만화가 반쪽이님 작품이다. 아래 사진은 송학선 원장님의 작품이다.

“아, 완전 쓰레기통인데…”

송 원장님은 수줍음과 자조가 뒤섞인 웃음을 날리며 원장실로 기자를 안내했다. 좁은 원장실엔 송 원장님의 세계로 가득했다. 치의학 서적부터 높이 빽빽이 들어선 책들, 컴퓨터, 여행지의 추억이 묻은 돌들과 책장 옆에 걸린 서예 붓, 사진, 그림 액자, 예수상과 부처상, 조롱박, 열매 씨앗을 말린 것들, 수묵화, 그리고 거문고.

▲ 무수한 일이 펼쳐지고 있는 원장실. 입구.

눈으로만 훑어봐도 원장실에서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환자가 없을때 원장실에서 무엇을 하는지 여쭤봤다.

“시간이 나면 손으로 뭔갈 만드는 걸 좋아해요”

라며 염주를 집어 올려보였다. 송 원장님은 매듭이 없는 염주를 꿰 주변에 선물한다고 한다. “염주는 주로 모감주‧무환자나무 열매와 올리브를 이용해 만드는데, 특히 염주를 꿰서 선물하는 것은 ‘백성을 편안케 하고 나라를 지킨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염주를 꿰지 않는 날에는 대학 입학 전부터 해오던 전각도장을 새긴다고 한다. “추사 김정희 선생의 전각을 따라서 새기거나, 응용하기도 한다”며 또 다른 취미인 수묵담채화에 찍을 낙관을 파거나, 주변 사람들의 개인인감을 만들어 준다고 한다.

▲ 염주를 만드는 재료를 모아둔 상자
▲ 본격 전각도장 kit.
▲ 가장 최근에 새긴 전각

"요즘은 한시에 푹 빠졌어요. 글자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들과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니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에요. 이젠 하도 (한시를) 읽고 쓰고 하다보니 조금은 지을 수도 있게 됐어요"

이외에도 단오날 선물할 부채에 그림을 그리거나, 조롱박으로 술병을 만들기도 하고, 나무를 깎아 찻숟갈도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원장실 한켠에는 서예 붓을 만들기 위해 사다놓은 청설모 털도 눈에 띄었다.

▲ 좁은 원장실 안에서 뭔가 자꾸 나온다....
▲ 책장 한칸을 차지하고 있는 저 돌들의 정체는? 바로 세계를 돌며 그 나라에서의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 가져온 돌들이다.

이런 창작활동을 주로 하시기에 컴퓨터 하는 시간은 어떨까 궁금했다. 인터넷이 보편화 된 이후로 인터넷에 많이 시간을 빼앗기시지는 않는지 예전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여쭤봤다. 대답은 의외였다.

“건치는 다른 단체보다 첨단을 달렸기 때문에 이미 건치 초장기부터 ‘케텔’이라는 PC통신을 이용해 집행위 회의를 하고,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과 비교했을 때 인터넷 사용시간은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케텔 (KETEL, Korea Economy TELepress) : 1986년 아시안 게임을 계기로 천리안과 함께 탄생한 기념비적인 통신서비스로, 한국경제신문사가 제공했다. 무료서비스로 통신기능(커뮤니티)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송 원장님은 비록 스마트폰은 없지만, 컴퓨터를 이용해 페이스북에 무려 10개가 넘는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한시 산책 ▲세알콩깍지 ▲아포리즘 ▲시 산책 ▲예쁜 우리말 산책 ▲국악 산책 ▲올드팝 산책 ▲월드뮤직 산책 ▲시조산책 ▲옛 가요 산책 페이지 등을 운영하는 등 시대를 아울러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끝으로, 인터넷으로만 시간을 보낼 원장들에게 권하고 싶은 활동으로 '한시 읽기'를 추천했다.

"시간이 된다면 차분히 앉아 한시를 읽으며 선조들의 생각에 깊이를 느끼면 좋겠어요"

송학선 원장님은 현재 ‘콩세알튼튼’이란 이름으로 예방중심의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고. 환자와 치과의사, 치과위생사가 더불어 국민구강건강을 지키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갈 운동을 준비 중에 있다.

▲ 수묵담채화
▲ 거문고 등장. 아쉽게도 연주는 들을 수 없었다.
▲ 대기실에서. 송학선 원장님이 제일 존경한다는 무위당 장일순 선생과의 일화를 들려주셨다.

낯선 기자에게도 '아낌 없이' 원장실을 공개해 주신 송학선 원장님께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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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ugi 2015-11-16 13:37:40
선배님의 넉넉한 삶이 깃든 원장실, 부럽습니다.

hotsuns 2015-11-14 11:11:57
교정본능.... 몽골에서 찍어 온 암각화 사진을 보고 반쪽이가 만들어 준 새 작품.... 임옥상 화백 작품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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