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시제품 시험대상으로 만드는 박근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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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시제품 시험대상으로 만드는 박근혜 정부
  • 정형준
  • 승인 2015.11.2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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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정형준 논설위원

정부가 최근 ‘바이오헬스산업 규제개혁 및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또 한차례의 신의료기술평가 간소화 및 임상시험 규제완화를 선언했다. 일관된 의료민영화 및 의료산업화 정책추진의 일환으로 국민건강과 환자안전을 산업발전의 걸림돌로만 인식한 결과로 보인다.

내용을 보면 체외진단검사 등은 아예 평가에서 제외하자고 하고 있고, 신속검토를 도입해 평가기간을 무려 반으로 축소(280일을 140일로) 하자고 한다. 여기에 식약처가 관리하는 의료기기 허가와 복지부가 운영하는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합 운영한다는 계획이 들어있다.

원래 대부분의 국가들이 안정성 평가와 효용성 평가를 다른 기관에서 진행하는 이유는 이해상충을 최소화하고, 사람에게 쓰는 장비는 안전하더라도 효용성(비용효과, 기존기술과의 효용성문제)이 있는지를 평가해 국민부담을 적정화하자는 취지이다.

현 정부 들어 신의료기술평가를 계속 간소화 하는 상황에서 이런 통합은 식약처의 안정성평가로 모든 효용성 평가를 준용하려는 꼼수로 까지 보인다. 모두가 의료기기를 빨리 시장에 출시하려는 시도이고, 시장에서 평가하자는 조치이다.

여기에 웰리스 제품의 의료기기평가 제외를 공고화해서 적정성 평가를 아예 생략하려 한다. 이미 삼성 휴대폰의 심박계 등이 이런 혜택을 보았다. 문제는 이미 출시된 심박계, 체지방 측정기기까지 확대될 경우, 이들 장비의 안전성과 측정된 내용의 정확성 등이 평가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특히 주먹구구식으로 허가되어 심박, 체지방 지수, 수면양상 평가 등이 제대로 측정되지 않는 장비가 확산되면, 잘못된 건강지표 제공으로 국민부담만 늘리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 기기들을 의료기기로 묶어 적정성을 평가한 그간의 목적이 무색해지고 만다.

이 모든 계획은 의료기기가 정확하게 측정되는지, 비용효과는 있는지 판단은 시장에 맡겨두고, 빠른 제품화만을 우선시하는 데 기반한다. 즉 시제품을 충분한 검증을 통해 출시하는 게 아니라, 마구잡이로 출시해서 시장에서 평가하고, 개선하려는 기업전략이다. 때문에 무차별 의료기기 허가가 눈앞에 있게 되었다.

물론 이런 기업전략이 삼성의 ‘햅틱’ 휴대폰이나, ‘마이마이’ 워크맨처럼 의료기기에서도 내국인들을 희생양 삼아 제품발전을 이룰지는 미지수다. 우선 초음파진단기기 및 체외진단기기 시장이 한국 내에서도 포화상태이며, 지멘스나 제네럴 일렉트릭(GE)같은 다국적 기업의 상품에 우리 의료시장의 눈높이가 맞춰져 있다. 충분한 품질을 유지하지 못하면, 시제품을 사용할 전문가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간 이런 기업들이 생각해낸 방법이 이런 시제품들을 평범한 일반 국민들에게 팔아 테스트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의료기기에 대한 의료인의 독점적 점유권을 최대한 해체하려 했다.

현정부가 ‘원격의료’나 ‘건강관리 서비스’등을 도입하려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의료기기 시장의 활성화다. 의료와 관련된 규제완화의 상당수가 기업들의 의료기기 시제품의 시장 내 테스트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초기 자본축적을 도와주려는 과정이다.

문제는 워크맨이나 핸드폰, 자동차는 이런 내국인 테스트가 경제적 부분 외에는 피해를 주지 않았지만, 의료기기는 다르다는 점이다.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기들은 의료비 폭등뿐 아니라, 잘못된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의료체계를 왜곡시킨다. 결국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입힐 수 밖에 없다.

거기다 의료기기의 경우 내국인 대상의 시제품 실험이 국제적 경쟁력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MC스퀘어’가 1990년대 축적한 자본이 국제적인 상품을 만들지 못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왜냐면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민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의료제도를 가지고 있고, 이런 얼치기 상품들을 구매할 이유도, 체계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엉망진창 규제완화를 미친 듯이 추진하는 박근혜 정부는 지난주 합법집회에서 물대포를 통해 시민을 죽이려 했다. 내국인 대상의 최루탄 사용을 기반으로 최루탄 수출을 하듯이, 이 정부가 캡사이신 자동 물대포시스템의 성능을 해외 독재국가들에게 알리려는 시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 건 과도한 망상일까?

국민들을 각종 임상시험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기업의 시제품 대상으로 판단하는 정부를 실험의 주체가 아니라, 실험의 대상으로 단죄해야 할 때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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