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라 하는 것이 어떻게 생긴 것이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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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라 하는 것이 어떻게 생긴 것이길레
  • 송학선
  • 승인 2015.11.24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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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밝 송학선의 한시 산책 4] 술이라 하는 것이 어떻게 생긴 것이길레...

읽으실 만 한가요?

숙종肅宗 대代에 시작해 영조英祖 정조正祖 시대를 거치며 조선성리학朝鮮性理學의 완성과 함께 조선중화朝鮮中華 사상과 진경산수眞景山水 시대가 열립니다. 우리 것을 그리고 우리 것을 노래하며 우리 문화를 꽃 피우던 시기이지요. 그래서 시조時調와 가사歌辭 문학도 성행합니다. 우리 말글의 맛이니 좋았겠구요. 더구나 어려운 퍼즐 맞추기 같은 한시漢詩 작법作法의 까다로운 부담도 상당 부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훨씬 많은 내용을 압축해 담을 수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좋았을까요?

초장은 이렇군요.

술이라 하는 것이 어떻게 생긴 것이길레…

그런데 중장을 읽기 위해서는 한시 몇 수를 먼저 읽어야 할 것 같군요.

 

산중대작山中對酌 / 이백李白(당唐701~762)

양인대작산화개兩人對酌山花開 둘이 술 마신다, 산꽃은 피었다

일배일배부일배一盃一盃復一盃 한 잔 한 잔 또 한 잔

아취욕면군차거我醉欲眠君且去 나는 취해서 자려니 그대는 가시구려

명조유의포금래明朝有意抱琴來 낼 아침 생각 있거든 거문고 품고 오시오

일배일배부일배一盃一盃復一盃 하면

한 잔 한 잔 또 한 잔 하면

 

한자恨者이 설雪 우자憂者이 락樂에

여기에서 설雪이 문제군요. 설雪은 ‘눈’이란 뜻 외에 ‘누명이나 치욕을 벗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래서 원한이 있는 사람은 원한을 풀고, 근심 있는 사람이 즐거워짐에

 

 

백륜伯倫은 유령劉伶의 자字입니다. 죽림칠현竹林七賢 중 한사람 이었던 유령劉伶은 천성이 술을 좋아하여 항상 술병을 차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삽을 멘 시종을 데리고 다녔습니다. 죽으면 곧 그 자리에 묻어 달라구요. 그런 사람이니 당연히 주덕송酒德頌을 지어 술의 아름다움을 칭송했지요.

 

사종嗣宗은 요흉澆胸하며

사종嗣宗은 완적阮籍의 자字입니다. 완적 역시 술 좋아하던 죽림칠현 중 한사람 이지요. 요흉澆胸은 ‘가슴에 물을 대다, 술을 마시다’라는 뜻입니다. <세설신어世說新語‧임탄任誕>을 보면, ‘왕효백王孝伯이 일찍이 “왕대王大에게 완적은 사마상여司馬相如와 비교하여 주량이 어떤가?”라고 물으니, 왕대가 “완적의 가슴 속에는 큰 돌무더기 있기 때문에 반드시 술로써 이것을 씻어내었다.”고 대답했다.’ 라는 글이 나옵니다.

 

도연명은 갈건으로 술을 거르고 줄 없는 거문고로 뜻을 의탁하며 뜰 나뭇가지를 곁눈질 하며 기쁜 얼굴을 하고

 

연명淵明은 도잠陶潛의 자입니다. 도연명은 갈건으로 술을 걸러 마시고 흥이 나면 줄 없는 거문고를 어루만지며 뜻을 의탁했다고 하지요.

갈건소금葛巾素琴을 풀기위해 이백의 시를 한 수 더 읽겠습니다.

 

희증정률양戱贈鄭溧陽 율양 정사또에게 장난삼아 보내다 / 이백李白(당唐701~762)

도령일일취陶令日日醉 도연명은 날이면 날마다 취하여

부지오류춘不知五柳春 다섯 그루 버들에 봄 온 것도 몰랐네

소금본무현素琴本無絃 소박한 거문고에는 본래 줄이 없었고

녹주용갈건漉酒用葛巾 술을 거르는 데는 갈건을 썼다네

청풍북창하淸風北窓下 맑은 바람 불어오는 북쪽 창 아래서

자위희황인自謂犧皇人 스스로 복희씨 시절의 사람이라 하네

하시도율리何時到栗里 언제쯤 밤나무골에 이르러

일견평생친一見平生親 평생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 번 볼까

 

면정가이이안眄庭柯以怡顔은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나오는 구절로, 뜰 나뭇가지를 곁눈질 하며 기쁜 얼굴을 한다는 뜻입니다. 귀거래사는 따로 찾아 읽어 보시지요.

 

 

 

태백太白은 이백李白의 자입니다.

접라금포接羅錦袍는 비단 도포를 입고라는 뜻이구요

비우상이취월飛羽觴而醉月 역시 이백의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에 나오는 구절로, 술잔 날리며 달에 취하다 또는 새 모양의 술잔을 주고받으며 달 아래 취하다는 뜻입니다.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 / 이백李白

부천지자夫天地者는 만물지역여萬物之逆旅요

광음자光陰者는 백대지과객百代之過客이라.

이부생而浮生이 약몽若夢하니 위환爲歡이 기하幾何오.

고인古人이 병촉야유秉燭夜遊는 양유이야良有以也라.

황양춘況陽春이 소아이연경召我以煙景하고

대괴大塊가 가아이문장假我以文章이라.

회도리지방원會桃李之芳園하여 서천륜지락사序天倫之樂事하니

군계준수群季俊秀는 개위혜련皆爲惠連이어늘

오인영가吾人詠歌는 독참강락獨慙康樂가.

유상幽賞이 미이未已에 고담高談이 전청轉淸이라.

개경연이좌화開瓊筵以坐花하고 비우상이취월飛羽觴而醉月하니

불유가작不有佳作이면 하신아회何伸我懷리오.

여시불성如詩不成이면 벌의금곡주수罰依金谷酒數하리라.

 

봄날 밤 도리원 연회에서 지은 시문의 서 / 이백

무릇 천지라는 것은 만물을 맞이하는 여관이요, 시간이라는 것은 긴 세월을 거쳐 지나가는 나그네이다. 덧없는 인생 꿈과 같으니, 즐긴다 해도 얼마나 되겠는가? 옛 사람들이 촛불 들고 밤에도 노닌 것은 진실로 까닭이 있었구나. 하물며 따뜻한 봄날이 안개 낀 아름다운 경치로 나를 부르고, 천지가 나에게 문장을 빌려주었음에야! 복사꽃 오얏꽃 핀 향기로운 뜰에 모여 천륜의 즐거운 일을 펼치니, 여러 아우들의 글 솜씨가 빼어나 모두 혜련이거늘. 내가 읊은 시만이 강락에게 부끄러워서야 되겠는가? 그윽한 감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고상한 담론은 점점 맑아진다. 화려한 잔치를 벌여 꽃 사이에 앉아 새 모양의 술잔을 주고받으며 달 아래 취하니, 아름다운 글이 없으면 어찌 고아한 심정을 드러낼 수 있겠는가? 만약 시를 짓지 못하면 그 벌은 금곡의 벌주 수에 따르리라.

 

종장은 쉽군요.

  아마도 시름 풀기는 술만한 것이 없어라

 

오늘도 친구랑 술 마시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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