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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극우정당 참패가 준 교훈[논설] 송필경 논설위원
송필경 | 승인 2015.12.18 12:22

파리에서 연쇄테러를 당한 후 지난 13일 실시한 프랑스 첫 지방선거에서 이민자를 혐오한 극우정당이 완패했다.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전선(FN)은 IS 테러와 유럽 난민 위기로 확산한 반(反)이민 정서에 편승해 1차 선거에서 13개 지역구 전부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극우 정당의 돌풍에 위기감을 느낀 보수인 공화당과 진보 성향의 집권당인 사회당이 똘똘 뭉쳐 상식적인 유권자의 도움으로 2차 결선 투표에서는 극우정당의 진출을 한 석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에 베르트랑 전 노동장관은 "이번 선거는 프랑스에 용기라는 교훈을 남겼다"며 "우리는 국민전선의 전진을 막았다"고 말했다. 처절한 테러를 당하고도 극단을 배제하는 이런 상식이야말로 1789년 프랑스 대혁명에서 1968년 68혁명을 거쳐 지금까지 약 200여 년가량 성숙한 프랑스 시민의 힘이다.

목발 지뢰 한방에, 이것도 진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호들갑 떠는 권력에 맹목적으로 호응하는 우리 국민의 품격이 참으로 안타깝다. 프랑스의 진보정당인 사회당이 우익정당인 공화당과 손잡아 극단을 배격하는 정치인의 품격이 참으로 부럽다. 틈만 나면 갈기갈기 찢어지는 우리 진보 정당들에 비하면 말이다.

요즘 나는 장 자크 루소가 1753년에 쓴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보고 있다. 루소는 이 책 끝에서 ‘멍청이가 현명한 사람을 이끌며 많은 사람이 굶주리고,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도 갖추지 못하는 판국에 한 줌의 사람들에게 사치품이 넘쳐난다는 것은 명백히 자연 법칙을 위배한다’고 한 외침이 프랑스 대혁명의 불씨가 되었다.

루소가 혁명의 불꽃을 품은 책을 세상에 소개한 지 262년이 지난 대한민국에서 이런 지성의 책이 나오지 않은 것도 우리 사회 지성의 한계다. 이런 한심함은 우리 역사에서 최초의 성공한 민중혁명인 4.19를 만들어낸 지 불과 55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데서 어느 정도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사회적인 성숙을 끌어내는 혁명! 이론이나 말하는 것보다 엄청 어렵고,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무척 긴 인내심이 필요하다. 프랑스는 1789년 대혁명에서 혁명의 완성이랄 수 있는 68혁명의 ‘사회적 톨레랑스(관용)’에 이르는데 약 2백 년이 걸렸다.

걸핏하면 이합집산하는 조무래기 정치와 툭하면 빨갱이 논쟁에 뛰어들어 우리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루소와 같은 지성을 만들어내고 사회적 관용의 폭을 조금씩 넓혀 통일의 길로 긴 호흡 하며 힘차게 나가 보자!

 

 

(연세범어치과 원장, 본지 논설위원)

송필경  spk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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