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폭등을 의료정책 목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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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비 폭등을 의료정책 목표로?
  • 김의동
  • 승인 2005.09.13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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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영리법인․민간보험의 실상과 허상1 : 영리법인 허용의 논리①-의료산업육성론

정부의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 정책의 경과

정부에서도 대의명분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지 '영리법인 허용'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가급적 피하고 '의료기관의 자본 참여 활성화'라는 표현을 쓰고 싶어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본' 자체를 그렇게까지 긍정적인 의미로 이해하고 있는 정부의 수준 또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노무현 정부의 소위 '의료 서비스 산업 육성 정책'은 취임 직후인 2003년 4월 복지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부터 "병원 산업을 육성하라"는 지시로 시작되었고, 2004년 3월에는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영리병원 허용방침을 보고했다.

2005년 3월에는 이해찬 총리가 주재하는 제1차 서비스산업 관계장관 회의에서 영리병원 허용을 추진하기로 하였고, 5월에는 복지부에서 영리병원 허용의 내용을 포함하는 의료서비스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정부의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 정책을 보면 먼저 의료도 하나의 '산업'으로 바라보고, 고급인력이 몰리는 의료분야에 민간 영리자본과 시장의 논리를 적극 도입하여 민간부동자금의 투자처를 확보하고 고용을 창출하여 국가성장의 동력산업으로 육성하고, 경쟁과 자본의 논리로 의료의 질을 높이며 의료기관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고급의료 수요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국민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겠다는 것이다.

그럼 하나하나 그 문제점을 알아보자.

영리법인 허용의 논리①-의료산업 육성론

먼저, 의료를 ‘산업’으로 바라보고, 더구나 민간자본의 도입과 시장경쟁의 논리로 국가성장의 동력산업으로 육성하자는 관점을 보자.

지금도 경제적인 문제로 필수적인 치료나 생명과 직결된 치료마저도 포기하고 있는 국민의 숫자가 부지기수인 현실에서, 의료를 국민의 기본권이며 가장 중요한 공공재의 하나로 그 역할을 강화해 낼 생각은 않고, 의료의 산업적인 측면을 최대한 강화해서 의료를 통해 국가경제발전의 동력으로 삼자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이러한 정부의 소위 ‘의료서비스산업 육성 정책’이 성공한다고 가정해보자.

의료산업의 성장과 육성이 과연 결국에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더구나 의료산업의 육성이 국가경제 발전의 성장동력의 중심적인 역할까지 맡을 정도라면 엄청난 수준의 의료산업의 확장과 수익 창출이 있어야 할 것이다.

쉽게 말하면 국내 의료비의 폭등은 정부 의료정책의 제1목표인 셈이다. 최소한의 비용과 효율적인 시스템의 확립으로 국민의 건강수준을 효과적인 방법으로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의료정책의 목표가 되지 못하고, 국민의 건강수준이야 어떻게 되든, 국민의 의료비가 얼마나 더 지출이 되든 의료비를 최대한 증가시켜 이를 국가경제발전의 성장동력으로까지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상품화되고 돈벌이의 수단으로 변질되어 가는 의료의 모순을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예 돈벌이로 적극 장려해서 산업화까지 이루어 불황에 허덕이는 한국경제를 살려 보자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의료서비스 산업육성 정책은 의료도 하나의 ‘산업’으로 바라보고, 산업이기에 당연히 이윤추구에 혈안이 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민간의 부동자금을 유치하고, 냉정하고 엄혹한 약육강식의 시장과 경쟁의 논리를 따르게 해서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의료기관을 양산해내어 결과적으로 폭등한 의료비를 국가경제발전의 중심으로 삼자는 논리인 것이다.

영리법인이 도입된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영리법인 도입 논의의 주된 배경은 의료산업의 육성은 차치하고 영리법인을 경쟁의 논리나 의료의 질 발전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었다.

국가가 의료의 모든 영역을 동시에 담당하는 경우 자원의 한계로 말미암아 비응급 진료에서 장기간의 대기리스트가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문제점의 해결책으로 제한적인 영역을 영리법인에게 담당시키는 것이 전체 의료체계의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으리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의료산업육성론'은 국내 의료비의

폭등을 의료정책 목표로 하자는 것"

전체 의료기관의 90%이상을 민간이 담당하고 있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인 우리나라가 의료의 문제를 공공의 역할 강화와 전체 의료제도의 효율성 제고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민간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영리법인 도입으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미 우리나라는 일인당 의료이용 횟수가 대다수 OECD국가의 2배 이상이며, 인구 천명당 급성기 병상수도 5.7병상으로 OECD평균 4.2병상을 훨씬 웃돌고 있다.

한국의 의료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과잉 상태이며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문제점은 경쟁이 부족하고 시장 논리가 철저히 관철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행위별 수가제를 비롯한 의료서비스 통제수단의 한계와 공공부분이 제대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부분인 것이다.

다음으로 정부가 의료서비스를 ‘산업’으로 보는 관점을 백번 양보해 인정하다 하더라도 소위 의료서비스산업의 육성이 전체 국가경제와 의료발전에 미치는 효과도 대단히 회의적이다.

고용창출 효과에 있어서 주요 국가의 병상당 고용자 수를 보면 의료서비스산업화와는 거리가 먼 영국 국영의료체계가 가장 높다.

의료서비스가 산업화되지 않아서 고용창출이 낮은 것이 아니라 고용유발효과가 큰 노인요양보장제도나 장기요양병원 등 공공 보건 의료 인프라가 취약해서 고용창출효과가 낮은 것이며 영리법인의 도입은 오히려 비정규직의 활용도를 높여 고용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킬 것이다.

해외원정진료의 흡수나 해외환자의 유치는 수차례 언급되어왔지만 매우 비현실적이며 극히 제한적인 부분에 불과하다.

해외원정진료의 대부분은 의료기술과 상관없는 원정출산이나 비밀유지를 위한 것들이며, 해외환자유치의 예로 즐겨 드는 싱가포르에서도 해외환자의 대부분은 언어소통에 문제가 없고 의료인프라가 취약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인접국가 국민들이다.

차라리 해외로 현지진출이라면 모를까, 말도 통하지 않는 우리나라로 해외환자를 유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있더라도 극히 제한적인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중국 등의 해외진출은 영리법인이 허용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가능하며 이미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오히려 의료서비스의 산업화는 민간보험의 활성화와 의료비의 증대를 가져와 미국의 예에서 보듯 기업의 복지비용을 증가시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까지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또한 주식회사형태의 병원설립이 허용되면 주주들의 특성상 단기적인 병원의 주가상승과 수익률 제고에만 관심이 있을 뿐, 이윤추구와는 무관한 장기적인 의료부분의 교육과 연구부분에의 투자에는 반대하게 되어 결국 연구개발에의 투자는 소홀해 지는 것이 미국의 예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김의동(건치 사업국장, 청구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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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2005-09-21 10:25:44
다음 글 기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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