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상업화로 손 안대고 코 풀려는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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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상업화로 손 안대고 코 풀려는 자본
  • 안재현
  • 승인 2016.01.08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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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안재현 논설위원

연초부터 영리의료법인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다. 국민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영리의료법인 문제가 시도 때도 없이 고개를 드는 탓이다. 이제껏 해당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국민의 절대적 저항에 부딪혀 무너져왔지만, 그 사이 영리의료법인은 국민이 모르는 사이 어둠 속에서 서서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처음 영리의료법인이 거론됐을 때는 “경제자유구역 내에 외국인 상대로 영리의료법인 허용”이라는 가면이 씌워졌다. 경제자유구역 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의료가 제공되어야 외국자본의 진출이 용이하다는 주장 하에 도입된 것이다. 물론 우리는 이런 주장이 허구이고 이런 이유로 투자할 의료기관도 없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막후의 막강한 힘과 보수언론들의 선동으로 이런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역시 경제자유구역 내에 설립한 영리의료법인은 편법을 동원해 세워진 한, 두 개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당시 영리의료법인 추진자들도 실패할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의료의 완전한 상업화에 한발 다가간다는 정책적 목표에 부합했기 때문에 그 정책은 추진되었을 것이다. 정책은 실패했지만 그들의 목적은 달성된 모양이다.

다음은 의료관광 유치를 목적으로 한 의료기관의 영리행위를 허용하는 법안이 추진됐다. 영리의료법인 지지자들은 외국의 의료 쇼핑객들을 유치해서 한국의 서비스업과 경제의 일대 도약을 이룰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익으로 국민을 꾀어내려 했다.

결과적으로 여행사와 결합한 의료관광객 유치가 허용되었지만, 획기적인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의 일대 도약은 없었다. 일부 의료기관의 관광객 유치가 있었지만, 제도 시행 전부터 이미 한국에는 중국과 일본 등에서 성형이나 미용을 목적으로 오는 관광객들이 있었다.

결국, 영리의료법인 유치 이전보다 획기적으로 관광객이 증가하지 않았다. 물론 의료서비스업(서비스라 칭하는 것도 우습지만)의 일대 도약이나 경제의 도약 따위는 없었다.

오히려 의료가 여행사와 결합하면서 지나친 영리추구 행위로 변질해 엉터리 진료가 증가하고 피해를 본 외국 관광객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미 피해 사례가 중국과 한국의 언론을 타고 널리 알려지면서, 양질의 진료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오히려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개탄할 일이다.

이런 엉터리 정책에도 영리의료법인에 가까이 갔다고 축배를 드는 자들이 있는 듯하다.

이제 정부는 의료기관이 영리 자회사를 둬서 영리행위를 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한다. 마지막 단계까지 온 것이다. 비영리 의료법인이 영리 자회사를 둬서 영리행위를 하게 하면 그다음 단계는 삼척동자도 안다.

이렇게 실패한 정책임이 밝혀지는 데도, 궁극적으로 영리의료법인 도입이 끈질기게 시도되는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하다. 돈을 가장 쉽게 벌고 싶은 자본의 논리가 존재한다. 물건은 돈이 없으면 안 사면 되지만, 몸은 아프면 병원에 가야한다. 물건은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제품을 구하든지 다음에 구입하면 되지만 몸은 아프면 무조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자본의 입장에서 이렇게 쉽고 일방적인 돈벌이가 어디 있겠는가?

말하자면 의료를 상업화시키면 “자본은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R&D니 하는 재투자보다는 더 쉽게 그리고 더 많이 수익을 창출하는 길이니 저렇게 끈질기게 국민 뒤에 숨어 한발한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작년 재벌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이 710조나 된다고 한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돈을 재어 놓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이런 돈을 재창조와 재투자에 사용하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지 않고 못나게도 국민의 생명을 상품화해서 쉽게 돈 벌겠다고 한다. 말이 의료서비스 선진화이지 그 내면은 건강을 담보로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빼내겠다는 ‘의료 상품화’이다.

지금 정부는 의료선진화의 미명하에, 국민의 생명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시대를 못 열면 우리가 먹고 살길이 막막하다고 연일 주장하고 있다. 대기업이 동네 곳곳에 빵집과 슈퍼마켓을 차려 동네 상인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것보다 더한 일을 하면서 “미래 먹거리”라 한다.

이제 영리의료법인 도입이 마지막 작업에 도달하고 있다. 비영리 의료법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자회사를 도입하면 역으로 영리가 비영리를 지배하는 보편적 자본의 힘이 작용할 것이다.

세계의 선진국과 유수한 기업들은 인공지능, 로봇, 지능형 기계, 생체공학, 양자컴퓨터, 네트워크 산업 등 창조적 미래를 열고 있을 때, 유독 한국의 정부와 기업은 창조경제는 온데간데없이 미국에서 이미 문제가 된 낡은 ‘의료 상품화’를 미래 창조경제라 한다.

혹자는 외국의 의료 수요를 영리의료법인으로 수용하면 막강한 흑자를 낸다고 주장하지만, 어떤 나라도 자국의 국민이 대규모로 해외에 치료를 받으러 가는 것을 방치하지 않는다. 그것은 정권을 위험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5천만 명이 보험적용이 되지 않자 오바마 케어를 만들어 보험 미적용자 인원을 3천만 명으로 떨어뜨린 것이 그 좋은 예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전면적으로 영리의료법인을 도입하면 해외로 치료받으러 가는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될 것이다.

아픈 사람에게 우월적 직위로 의료를 판매하는 곳은 최악의 나라다. 이런 나라를 만들려는 자들의 거짓말에 현혹되지 말자. 또한, 영리의료법인의 나라 미국은 이미 의료비용 때문에 제조업들이 문을 닫을 정도에 이르렀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의료서비스 선진화라는 미명하에 낡은 ‘의료 상업화’로 미래를 걱정하는 척하는 정부가 부끄럽다. 세계와 첨단 창조경제 경쟁을 하기보다는 아픈 사람에게서 손쉽게 돈 벌려는 재벌이 창피하다.

국가는 더 이상 국민을 현혹하지 말고 국민의 건강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사명감에 충실하기 바란다. 기업도 건강을 미끼로 한 돈벌이에 나서려 하지 말고 본연의 투자에 충실하여 신뢰를 받기 바란다.

(현대치과 원장,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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