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정자와 새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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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정자와 새벽길
  • 송학선
  • 승인 2016.01.1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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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밝 송학선의 한시산책 7] 강취죽극성<호정>시姜醉竹克誠<湖亭>詩/ 호숫가 정자와 새벽길

강취죽극성<호정>시姜醉竹克誠<湖亭>詩 : “강일만미생江日晩未生, 창망십리무蒼茫十里霧. 단문유노성但聞柔櫓聲, 불견주행처不見舟行處.” 여초저작불식기미余初咀嚼不識其味, 상우강정嘗寓江亭, 일일조기개창一日早起開窓, 대무만공大霧漫空, 조일도휘朝日韜輝, 불식행주不識行舟, 단문알알지성但聞戞軋之聲, 시각기설경핍진始覺其說景逼眞. 권석주필<효행>시權石洲韠<曉行>詩 : “안명강월세鴈鳴江月細, 효행노위간曉行蘆葦間. 유양거안몽悠揚據鞍夢, 홀복도가산忽復到家山.” 여기기운어余奇其韻語, 미득기취未得其趣. 상향춘천嘗向春川, 숙청평파宿靑平坡, 효행시치구월염후曉行時値九月念後, 연강일로沿江一路, 진시노위盡是蘆葦, 효월여미曉月如眉, 독안규군獨鴈叫群, 신마수편信馬垂鞭, 차행차수且行且睡, 시각기모사여화始覺其模寫如畵. 양공시가兩公詩價, 대경익고對景益高. <<소화시평小華詩評>>

취죽醉竹 강극성姜克誠의 <호수가 정자> 란 시에 ;

강일만미생江日晩未生 강에는 해가 늦도록 돋지 않고

창망십리무蒼茫十里霧 아득한 십리에 안개

단문유노성但聞柔櫓聲 부드럽게 노 젓는 소리만 들릴 뿐

불견주행처不見舟行處 배 가는 곳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처음 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했는데, 일찍이 강가 정자에서 머무르다가 하루는 일찍 일어나 창을 열었는데, 짙은 안개가 하늘에 넘치고 아침 해가 감추어 비치는데, 배가 가는 것을 알지 못하겠는데 다만 삐거득 삐거득 소리만 들리는지라, 비로소 그 경치를 말함이 핍진함을 알겠더라.

석주石洲 권필權鞸의 <새벽 길>이란 시에 :

안명강월세雁鳴江月細 기러기 울음에 강 달은 가늘고

효행노위간曉行蘆葦間 갈대 숲 사이로 새벽길 간다

유양거안몽悠揚據鞍夢 말안장에 걸터앉은 아득한 꿈에

홀복도가산忽復到家山 어느새 고향집에 다다랐구나

나는 그 음운과 어구의 기이함에 그 맛을 몰랐다. 일찍이 춘천을 가다가, 청평 둑에서 묵었는데, 새벽길이 아마 9월쯤이었던 것 같다, 강가 길에 죄다 갈대인데 새벽달은 눈썹 같고 기러기가 떼 지어 우는데, 홀로 말을 믿고 채찍을 드리운 째 가며 졸며 하다가 비로소 마치 그림을 모사한 것 같음을 깨달았다.

두 양반의 시의 가치는 경치를 대해야 높은 품격이 더해진다.

<<소화시평小華詩評>>

강극성姜克誠(1526중종21∼1576선조9) 자백당字伯棠 호취죽號醉竹 진주인晉州人 명종조등제明宗朝登第 선호당選湖堂 등중시登重試 관지사인官止舍人 자는 백당이고 호는 취죽. 본관은 진주. 명종 때에 과거에 급제함. 사가賜暇 독서당에 선발됨. 중시에 급제. 벼슬은 사인에서 멈춤.

호정湖亭 ; 허균許筠의 국조시산國朝詩刪에는 ‘호정조기우음湖亭朝起偶吟 호숫가 정자에서 아침에 일어나 우연히 읊다’란 제목으로 실려 있습니다.

도휘韜輝 ; 감추어 빛나다

핍진逼眞 ; 실물實物과 흡사 함

권필權鞸(1569선조2-1612광해군4) 자여장字汝章 호석주號石洲 척당불사倜儻不仕 관해시좌시안원사光海時坐詩案寃死 인조조증지평仁祖朝贈持平 자는 여장 호는 석주. 뜻이 크고 기개가 있어 벼슬을 하지 않음. 광해군 때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시 때문에 원통하게 죽음. 인조 때에 지평으로 추증 됨.

효행曉行 ; 석주집石洲集에는 ‘강구조행 江口早行 강어귀 새벽 길’ 이란 제목으로 실려 있습니다.

연강沿江 ; 강가에 있는 땅, 강줄기를 따라 벌여 있는 땅, 연하沿河

소화시평小華詩評 ; 홍만종洪萬宗(1643인조21-1725영조1)이 상고上古시대부터 저자 당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시를 정리하고 품평한 시화詩話

환갑이 되던 해, 문득 무언가하고 싶던 일을 다시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치과 가까운 곳에 국악당과 예술의 전당이 있어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문화학교에서 거문고를 배우기 시작했고,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을 찾아 문인화文人畵를 시작 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동의를 구하고 거문고와 문인화에 어울리는 한시 한 소절을 수업 전에 간단히 학동들과 읽기 시작 했습니다. 이 소화시평에 실린 글도 문인화 시간에 읽을 겁니다. 이젠 모두들 재미있어 합니다. 덕분에 저도 공부 많이 하고 있구요.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과 국악당 문화학교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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