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3안에 고개 젓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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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3안에 고개 젓는 이유...
  • 이상훈
  • 승인 2016.02.01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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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올바른 전문의제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이상훈 집행위원장

지난 1월 30일에 치과의사 전문의제도 개선 방향 결정을 위한 임시 대의원총회가 열렸다.

결국 ‘협회 안’인 3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뒷맛은 개운하지 못하다. 그 이유는 필자가 주장했던 대로 되지 않아서만은 아니다. 공정하다고 생각한 게임에서 최선을 다해서 진 거라면 아쉽지만, 회한은 없다. 그러나 이번 임시대의원총회의 결과는 깨끗이 승복하기엔 여러 가지로 떨떠름하기만 하다.

먼저 소수전문의제를 주장한 측에서는 협회가 만들어 대의원총회에 상정했던 1안인 ‘현행유지안’이 문제소지가 있는 엉터리 안이라고 주장하면서 사전에 시정을 강력히 요청하였으며, 당일 대의원총회에서도 이에 대해 이의제기와 확인질문이 이어졌다. 협회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세 가지 안이 만들어져 공개되기 전에 협회기관지인 치의신보에서 세 가지 예상의안을 미리 소개한 적이 있었다.

협회기관지이므로 기자가 혼자 추측해 작성하진 않았을 것이다. 거기엔 분명히 1안인 ‘현행유지안’에 전속지도전문의 문제해결과 해외수련자에 대한 법 조항 마련이 포함돼 있었다. 전속지도전문의문제는 올해 말로 특례기간이 끝나고, 해외수련자를 위한 규정은 헌법재판소 판결이 있었으므로 소수전문의제를 주장하는 측에서도 당연히 필요성을 인정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협회이사회를 거치면서 최종 확정된 안에는 1안인 ‘현행유지안’에 전속지도전문의와 해외수련자 문제가 슬그머니 빠져 있었다. 소수전문의단체들은 소수전문의제를 주장하는 측을 헌법재판소 판결도 거부하는 비현실적인 집단으로 만들어버린 안이라고 반발하였고, 치의신보에 소개되었던 안처럼 정상화시켜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대의원총회장에서 협회 학술이사는 1안을 두고 처음에는 “해외수련자에 대한 조치도 예비시험 제도 및 철저한 수련 지도과정 검증을 통해서 최소한이 전문의시험에 응시하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더니 나중에 재차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였을 때는 “1안은 해외수련자가 한국에 와서 절대 표방을 하지 못하게 치협이 막겠다는 안”이라고 해 소수전문의제 측 사람들을 아연실색게 했다. 소수전문의제 측 사람들은 해외수련자 문제에 있어 국내수련자와의 형평성에 맞추어 검증이 필요함과 함께 기수련자를 위한 경과조치의 구실로 사용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모 대의원이 당일 지적했듯이 “1안은 반대하라고 만든 안 같다”는 말이 나올 법도 했다.

필자는 대의원총회의 의안 결정 및 의사결정과정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 임시 대의원총회를 소집한 협회가 상정할 의안을 최종확정할 권한이 있다지만, 안을 만들 때는 여러 회원들과 소수 또는 다수전문의제를 주장하는 단체들의 입장을 충분히 전해 듣고 그들이 주장하는 바를 정확히 담아냈어야만 했다.

그러지 않고 주장하는 측조차 말도 안 되는 비정상적인 안이라고 반발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권한을 잘못 사용한 것이다. 협회는 ‘협회 안’을 낸 선수이기도 하지만, 세 가지 안이 공정한 룰로 페어플레이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심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안을 비정상적인 안으로 만들어버려 어쩔 수 없이 ‘협회 안’이 선택되도록 유도했다는 항의가 대의원총회장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기관지를 내세워 “1안은 답 없는 투쟁을 해야하는 것이고, 3안은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식으로 사전에 여론몰이를 한 것도 매우 공정하지 못하다.

두 번째는 의사결정과정의 문제이다. 전체회원들의 운명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가 지부별 설명회, 공청회, 지부대의원총회, 회원여론조사 등의 여론 수렴과정 없이 중앙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들의 의사로만 결정된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물론 경기지부에서는 회원여론조사나 지부대의원총회를 했지만).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협회 안’인 3안으로 전체 치과의사들의 운명이 결정됐다. 미수련의를 위해 대여섯 개의 신설과목을 만드는 안을 3월에 입법예고한다고 한다. 물론 보건복지부와 협회가 합의 끝에 통합치과전문의를 비롯한 몇 개 과를 신설하는 법안을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모두가 현실성에 고개를 젓는 이유는 과연 치과계 기존학회에서 자기들의 몸통을 통째로 떼어줘야만 가능한 신설과목들이 실제로 현장에서 수련과목으로 제대로 탄생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이다. 필자는 법안 만들기보다 실제 수련과목으로 개설하는 것이 몇 배는 더 어려운 과정이라고 본다. 설계도면은 만들어지되 실제 집은 못 짓는 결과가 두려운 것이다.

그런 이유로 결국 미수련자를 위한 신설과목이 실패해 전속지도전문의, 해외수련자, 기수련자 모두 경과조치를 받는데 미수련자만 경과조치를 못 받는 사태가 현실이 된다면, 결론적으로 11표밖에 못 받은 보건복지부안과 같아지는 결과가 될 것 같아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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