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푸동공항에서의 노숙
상태바
상해 푸동공항에서의 노숙
  • 김광수
  • 승인 2016.02.04 18:08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광수의 중국기행] ②중국내륙1

진료실에서 주된 시간을 보내는 치과의사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일까? 일상의 탈출, 혹은 삶에서 떠오르는 호기심이나 모험심의 순수한 추구일 수 있겠다.

특히 패키지 여행이 아닌 스스로 목적지를 정해 짐을 꾸리는 배낭여행이라면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할 터. 여행하는 동안 그들은 인디아나존스처럼 세상의 온갖 궁금증을 찾아 헤매는 탐험가가 된다.

이에 본지는 중국으로 배낭을 메고 모험을 감행(!)한 본지 김광수 논설위원의 여행기를 게재한다. 혹시 중국을 동경하는 독자라면, 드넓은 대륙이 품은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자연을 살피고 온 그의 이야기에 주목해보자. -편집자-

 

이스타 저가 항공 티켓을 끊었다. 편도 94,000원씩 왕복 항공료 20만원 이내다. 청주공항에서 출발해 상해 푸동공항까지 가는 표인데 성수기에는 이렇게 싼 표를 얻기 힘들다. 다른 항공사들은 아무리 싸도 45만원 이상이다.

그런데 청주공항 셔틀버스가 삼성동 공항터미널에서 있다. 8000원에 한 시간...그렇다면 이건 인천공항보다도 유리한 것 아닌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여행길을 나서는데 비가 쭐쭐 온다. 나쁠 것 없다. 한 달 동안 걸어야 할 텐데, 발바닥이 갈라지고 피가 나는 증상이 있어서 운동화를 하나 샀다. 깨끗한 운동화를 15,000원에 샀는데 만족한다. 물론 중국제다.

한여름 제일 더운 철에 중국내륙, 그것도 제일 남방까지 한 달 동안 싸돌아다닌다는 게 가당키나 한 것인가? 친구들 모두 나의 무모함을 탓하며 가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언젠가는 한번 부딪칠 일이었다.

그렇게 따진다면 여름에 갈 수 있는 곳은 별로 없다. 그 정도 더위는 어찌되었던 극복 되어야 한다. 거기서 평생 사는 사람들도 있지 않느냐.

다만 지난해의 경험을 보면, 여름에는 하루에도 옷이 두어 번 땀에 흠뻑 젖기 때문에 밤에 숙소에 들어오면 세탁을 안 할 수 없다. 다음날 다 마르지 않으면 그냥 입고 나가야 한다. 즉 양말이고 런닝이고 대개 두 개씩이면 충분하더라는 것. 부족하면 또 사면된다.

그러니, 배낭의 대부분은 가이드북과 지도 출력한 것, 인터넷에서 뽑은 숙소정보들 정도, 그래도 돌아올 때는 보따리가 하나 정도는 더 늘어난다. 아무리 안 사도 책자 몇 권은 사니까.

▲청주국제공항

청주공항에서 저녁 9시 반에 출발해 10시 반에 상해에 도착한다. 공항이니까 지하철은 당연히 있겠거나, 아니면 셔틀버스건 뭐건 있을 것이다. 그 대신 짐은 빨리 찾아 나와야 한다. 그러니 짐을 맡길 일은 없지.

▲상해 푸동공항 전경

드디어 상해 도착.

상해에는 공항이 두 개 있다. 20년 전에 중국에 처음 올 때는 홍차오 공항으로 왔는데,

지금은 푸동 공항이 초대형으로 들어섰다고 한다. 홍차오 공항은 김포공항처럼 국내선 용일까? 푸동 공항은 상해 시내에서 동쪽 끝(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시내까지는 아마도 수십 Km 될 것이다.

드디어 도착.

지하철 막차가 끊어지기 전에 타기 위해서 서둘러 출국장을 빠져 나왔다. 자기부상열차를 타야 하는데...아, 츠부, 자(磁)부(浮)? 자석 자, 뜰 부? 저거구나!

서둘러 달려갔으나, 막차는 이미 끊어진 후였다. 허탈. 무슨 공항 자기부상열차가 밤 열시에 벌써 끊어지는지 모르겠다(그나마 작년보다 막차 시간을 30분 연장한 것이란다).

하릴없이 일반 지하철역으로 향하였다. 멀기도 멀었다. 상해 푸동 공항은 엄청 컸다. 공항 청사가 제1청사, 제2청사로 두 개인데, 그 두 개를 젓가락처럼 나란히 놓고, 그 중간을 모두 지붕을 덮어놓고 각종 상점과 사람 다니는 통로를 만들어 놨다. 각종 차량은 그 사이에 터널식으로 지나가게 만든 것이다(그것도 다음날 아침 정신을 차리고 본 것이다).

그리고 양쪽 공항 청사 위는 모두 공항호텔이다. 그러니까 에어포트 호텔도 두 개다.

▲ 상해 푸동공항에서 지하철 쪽으로 가는 길

지하철 입구를 가 보았지만 역시 허사다. 당연하지. 자기부상 끊어지는데 지하철이라고 있겠나. 좀 황당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복무원 같은 사람한테 물어보니, 공항셔틀은 있다고 했다. 서둘러 찾아갔다. (그거 찾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내려가 보았더니, 사람들이 줄 서 있는데 난리통이다. 노선은 4개인데, 몇 번 노선을 타고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숙소(blue mountain youth hostel) 위치는 지하철 역으로만 확인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셔틀버스마다 사람이 꽉 차서 들어갈 수도 없다. 줄서서 기다려야 하는데, 그러다간 셔틀도 막차가 끊어진다.

무엇보다, 저 셔틀을 타고 상해시내 어디선가 내린다고 해도,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밤 12시에 어딘지도 모르는데 내려서, 300위안짜리 저우띠엔(hotel)에 들어가야 하는가? 그럴 수는 없다. 위험하기도 하다.

아, 공항 호텔에서라도 묵는 수밖에 없겠구나.

공항 호텔이라..나는 유스호스텔 하룻밤에 50 위안 기준었는데, 공항 빈관은 얼마나 할까? 적어도 200위안은 하겠지 싶었다. 기실은 그것보다도 훨씬 비쌌다. “공항대중 빈관” 불 켜진 데로 갔다. 큰맘 먹고 큰돈 쓰기로 하고서 말이다.

▲공항대중 빈관

그런데, 아뿔사. 빈방이 없단다. 서쪽 대중빈광으로 가 보았다. 거기도 빈 방이 없단다. 그래..방이 없다..

그러는 사이에 벌써 시간은 열두시가 넘어갔다. 할 수 없이 공항에서 그냥 앉아서 자는 수 밖에 없었다. 여행 첫날부터 영 험악해진다. 첫날부터 이래가지고서야 여행 잘 풀리겠나 싶었다.

30일동안 계속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할까?

공항에서 잔다? 내가 언제 공항에서 자 보았던가? 암스테르담 공항엔가 어디선가 한번 지내본 것 같기는 하다.

출발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척 하면서 자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설마 나가라고는 안 하겠지? 언젠가 중국사람들이 하도 rough 해서 쫓아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번 하기도 했다. 일단 윗층 출국장으로 갔다.

밤 두시 4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도 있기는 하지만 그 이후로는 비행기가 없었다. 만약 누군가 당신 여기서 뭐하쇼?” 하면 막차가 끊어졌다고 말할테다. “그런다고 여기서 자면 되겠소?” 하면? 뭘 어떻게 해. “공항삥관에 방이 없대요” 그래야지. 방이 있다면? 그러면 돈이 없다고 그래야겠지.

▲뜨거운 물이 나오던 정수기

이렇게 마음의 준비를 했다. 한밤을 지내야 하니까 의자를 두세 개 차지했다. 마침 근처에 정수기 기계가 있는데 더운 물도 나왔다. 컵라면을 사먹을까 싶었지만 컵라면 파는 가게는 이미 문을 닫았다.

결국 잠자는 새 누가 짐을 훔쳐가지 않도록, 배낭의 팔걸이에 한쪽 팔을 꿰고 그냥 자기로 했다. 물론 잠이야 잘 안 오겠지만, 그런다고 누가 알아줄 것도 아니고, 어디 하소연 할 것도 아니고. 집 나와서 사서 고생하는 나를 누가 불쌍하다고 할 것도 아닐 터다.

▲공항 노숙을 위해 확보한 자리
▲자고 일어났을 때의 공항 전경

눈감고 몇 시간이고 있다가 비몽사몽간에 잠을 깨보니 밤에 공항에서 자는 사람들이 죄다 내 주위에 몰려있다(웃음).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열사람 2016-03-03 10:32:42
후속편을 빨리 부탁해요.. 기다리기 힘들어요^^

당산철교 2016-02-23 17:18:09
아,아, 점점 재밌어집니다. 좀 더 자주 올려주세요.^^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