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하고 쓸쓸한 2월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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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하고 쓸쓸한 2월의 풍경
  • 김형성
  • 승인 2016.02.1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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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김형성 논설위원

치협은 그동안 전문치의제에 대한 소수안과 다수안이라는 대립된 의견에 대한 질의에 항상 입장은 없다고 밝혀왔다. 사실 이 질문 자체가 우습기는 하다. 소수정예의 원칙은 그동안 여러 차례 대의원 총회를 통해 확인된 바 있는 공식적인 대한민국 치과의사들의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대의원 총회 결의사항에 대해 반대의 입장이 ‘혹시’ 있는가를 집행부에게 물어야 했던 일은 이번 집행부이든 저번 집행부이든 스스로가 치과의사들을 대표하는 ‘집행단위’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비껴가고 있었다는 방증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이번에 ‘협회안’을 밀어붙이면서 내놓은 설명도 구차했다. 어쩔 수 없다면서 미수련 회원들을 불안에 밀어 넣을 뿐이었다. 지난 30일 임시총회의 결과는 그래서 서글프다.

28일자 치의신보의 편집 구성을 보면 가관이다. 첫 장에 임총 3개안 확정소식을 전하면서 1번 소수안에 대한 설명은 단 네 줄이다. 게다가 명칭조차 현행유지안이다. 현행이 무엇인가? 무엇을 유지하는가? 그동안 수많은 공청회를 통해 현행유지의 문제를 위해 개선을 제안한 모든 방안과 의견은 무엇인가?

협회는 ‘집행부’다. 대의원 의결사항이었던 소수안을 원칙으로 하고 이에 해당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들을 내놓아야 한다. 이런 일을 방기했다. 건치와 개원의협의회 등에서도 방안에 대한 여러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그런데 왜 ‘현행유지안’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가?

3면에 실은 전문의제 개선방안 관련단체 연합설문조사라는 기사는 어떤가? 이 단체는 기사에도 나오듯이 ‘교정학 교수협의회, 구강외과 교수협의회, 소아치과 교육과정 협의회, 교정과 동문연합회’ 등 명확하게 전문치의제에 대한 극명한 이해관계를 표방해온 단체들의 연합체이다. 특정 이해관계자들이 만든 설문조사 결과를 하단의 전문의 임총 3개안 확정 기사와 함께 한 면에 싣는다는 게 무슨 뜻이겠는가?

언론플레이에 흔들리는 여론을 우려한 건치는 임총을 앞두고 대의원총회가 민의를 반영하는 민주적 절차가 훼손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치협회장과의 면담도 하였다. 그 자리에서 회장의 발언은 다시 임총의 자리에서는 달랐다고 전해진다. 말바꾸기였다.

소통의 문제는 이번 집행부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치협 집행부 활동에 쓴 소리와 비판의 목소리는 항상 존재해왔다. 그런데 유달리 그런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번 집행부에 대해 의아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깊었다. 지금 드는 생각은 이것은 소통의 문제가 아니라, 대의를 무시하는 아집과 독선의 문제, 기습적 안건상정과 말 바꾸기로 대의원총회라는 민주적 절차를 우롱하는 ‘반민주적 의식’의 문제라는 생각이다.

집행부 내에서도 이런 상황은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오죽하면 현직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하는 초유의 상황까지 발생하겠는가. 더욱 서글픈 건 이런 ‘반민주적 상황’은 치과계의 일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씁쓸하고 쓸쓸한 2월의 풍경이다. 

 

김형성(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사업1국장,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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