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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 건치의 역할, 반드시 있다”[특집 건치 대충지부 기획] 대충지부의 시선으로 본 건치의 방향성
이상미 기자 | 승인 2016.02.26 18:04

본지는 그간 진행해온 지부기획 시리즈의 마지막 순서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대전충남지부(이하 대충건치)를 소개한다. 총 인원은 10명에 불과하지만, 각각의 회원이 활동가로 움직이면서 대전지역 시민사회 운동의 물적‧인적 토대를 다져온 지부다.

보건의료 활동보다 시민사회 활동에 방점을 찍어온 것은 대충건치만의 특성이다. 참여연대, 환경연합 등 그간 익히 들어온 단체들의 태동이 대충건치 회원들의 활동에서 이뤄진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대충건치는 보건의료 운동을 하는 치과인 후배보다 대중 기반의 시민운동을 하는 활동가 후배들을 더 많이 키워내기도 했다. “우리는 100명도 넘는 시민단체 후배를 만든 거잖아. 그러면 성공한 거지”라는 신명식 회원의 말에는 그간 활동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 있다.

본지는 대충건치 회원들에게 건치가 갖는 의미, 그들의 관점에서 비춰지는 건치의 미래를 가늠하고자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대화 자리에는 김형돈 회장을 비롯해 신명식, 윤종삼, 고병년, 서성구, 임동진 회원, 건치 정진미 사무차장이 함께 했다. - 편집자 - 

▲대충건치 회원 일동

시민사회 단체의 시작점에 함께 하다

“대충건치는 위축된 적이 없다. 처음부터 회원 수가 적었으니까.”

조직 규모는 작지만 활동력은 왕성한 곳이 대충건치다. 대충건치 태동기 무렵, 회원들은 당시 사회 전반에 걸친 시대적 요구에 응하며 민주화 운동을 전개했다. 또한, 대충건치는 활동 초기부터 지역사회와 결합해 대전 시민사회 운동의 시작에 깊이 관여했다.

김형돈: 대충건치의 전신인 청년치과의사회가 결성될 당시, 88년 문송명 수은중독 사건 등 사회 곳곳에서 여러 일이 벌어지고 있었어요. 대전 지역에 있던 우리도 사회를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건치를 조직했죠. 김주환 회원과 서성구 회원, 여기에 행동대장 역할을 맡은 신명식 회원과 제가 결합했어요.

당시 대전지역 분위기가 보수적이었지만 주변 인맥으로 알음알음 건치에 참여할 사람들을 모았어요. 한 달에 한 번 6~8페이지짜리 회지를 만들어 치과의사들에게 보내기도 했고요. 서성구 회원과 김주환 회원, 그리고 저까지 셋이 모여 독서 세미나도 진행했어요. 필요하다 싶은 사회과학 서적이 있으면 같이 읽고, 술 마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네요.

▲신명식 회원

신명식: 대충건치는 지역사회 운동하고 매우 빨리 결합했어요. 1989년 평택 미군기지가 대전으로 이전한다는 말이 나오면서 이전 반대를 위한 대책위가 조직됐는데, 이때 대전 시민사회 운동의 진행 양상이 달라졌어요. 소위 운동권들만 참여하던 방식에서 변호사, 교수, 종교인 등 중간층의 사람들이 모여든 거죠. 돈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모임이 잘 될 수 밖에요(웃음). 결국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미군기지 이전이 무산되면서 우리는 성공한 운동이 된 거죠.

대책위 모임을 계기로 ‘올바른 지방자치제도를 위한 시민모임’ 등 여러 모임이 생겨났고요. 이러한 움직임들이 나중에 참여연대와 환경연합, 녹색연합 등 대전의 주요 시민단체 태동에 기여하게 됩니다.

윤종삼: 대충건치가 시민사회와 결합했던 건 적은 회원 수 때문에 건치 자체로 활동하는 데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죠. 저만 해도 건치에 처음 왔을 때 자꾸 외부 시민단체로 파견(!)을 보내는 거예요. 농민회, 의료보험 노조, 보건의료 노조, 보건의료 단체 등 여러 곳을 갔죠. 보건의료 관련 그룹들이 모여 조직된 의료보험 공대위에 참석하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각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던 대충건치 구성원들이 때 되면 전부 모여 회의를 하는 식이었죠. 각자 대전의 핵심단체에서 장을 맞아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활동내역이 공유됐어요.

지역 시민운동의 토대를 만든 힘

대충건치 내에서 보건의료 사업의 비중은 여타 시민사회 단체 연대활동과 비교했을 때 꽤 낮은 편이다. 정체성은 의료인이지만 정작 오래 함께 해온 건 ‘시민사회’인 셈. 그 과정에서 대충건치는 활동가들의 물적 토대와 인력을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김형돈 회장

김형돈: 대충건치는 의료인들이 모였음에도 보건의료 쪽 활동을 잘 안 합니다. 건치 중앙이나 건치신문 입장에서는 치과 관련 사업을 안 하니 재미가 없을 수 있어요. 물론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청년한의사회 등 연대활동을 할 보건의료 단체가 대전에도 있습니다만, 나이 차 때문에 공감대가 달랐죠. 지금 보건의료 운동 쪽은 대충건치에서 10년 넘게 막내역할을 하는 임동진 회원만 참여하고 있어요.

대충건치는 보건의료 쪽 활동 대신 대전 시민운동을 조직할 때 앞장서 의사, 한의사, 약사, 변호사들의 돈을 다 걷었어요. 그 돈으로 지역 시민운동의 물적 토대를 만들었고요. 그게 대전 시민운동의 포인트였다고 봅니다.

윤종삼: 회원들 대부분이 시민단체 이곳저곳에 이름을 걸치고 다니는 1인다역이죠. 1년의 거의 대부분을 밖으로 돌아다녔어요. 주중에는 회의를 쫓아다니느라 집에 잘 못 들어가니까 주말만큼은 가족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했고요.

대충건치가 말하는 ‘건치의 지향성’

대충건치 회원들에게 앞으로 건치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에 대해 물었다. 그간 보건의료 운동보다는 시민사회 운동에 매진해왔기 때문일까? 대충건치가 말하는 건치의 지향점에는 치과의사 내외부적인 시선이 동시에 녹아 있었다. 지향점에 대한 의견 중에는 건치의 현 상황에 대한 반성도 포함됐다. 그럼에도 건치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는 점에는 회원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신명식: 건치가 ‘치과의사 조직’과 ‘운동권 조직’, 두 지향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뭐든 다 할 수 있는 마이더스의 손은 없죠. 80년대 후반 건치가 처음 만들어질 때 당시 우리가 희망했던 것과 지금의 상황은 다르거든요. 건치가 치과계 쪽 목소리를 내는 조직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사회운동적 측면으로 볼 때 건치 사람들에게 쁘띠 부르주아 성향이 일상화된 점도 있다고 봐요.

치과의사 조직으로 정체성을 규정한다고 해서 운동성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제가 임상에서 체감해보니 진료 수준은 높아지는데 충치는 더 생기고 있어요. 건치가 이런 상황에 주목하고 연구를 수행한다면 충분히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겁니다. 현 시점에서 의료의 사회적 공공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도상에서 공공성이 확보돼야 해요. 건치가 치과계 내부로 운동방향을 선회해 이 부분을 견인해야죠.

▲임동진 회원

임동진: 선배들 연배는 학교 안에서 사회운동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나온 세대예요. 하지만 지금 세대는 학교에서 사회운동에 대해 인식할 기회 없이 사회로 나오거든요. 그런 친구들이 건치에 대해 인식하려면 치과계 내부와 관련된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사회에 대해 느껴보고, 그 다음 시민운동의 주체로 변환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봅니다. 건치가 없어지면 치과의사들이 시민사회 운동을 접할 방법이 없어요. 때문에 이 부분에서 건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느껴요.

다만 치과계 내부로 운동방향을 선회한다고 해서 상수도불소화 사업처럼 수돗물에 불소를 넣는지 여부를 논하자는 게 아니에요. 주변 사람들과 치과계 내부운동, 사회운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건치의 역할이어야 해요. 치과의사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치과의사들 삶의 문제도 말해야 할 테고, 치과진료 상에서의 의료보험 보장성 확대 등은 치과인 밖에 모르는 부분이니 건치가 나서야죠. 나아가 예전에 진보 쪽에서 제기했던 ‘무상급식' 의제를 최근 보수에서 수용하듯, 10년이 지나도 진영을 넘나들며 논의되는 의제를 건치가 던져줄 수 있어야 하고요.

 

이상미 기자  izalam@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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