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불소화, 안전성은 검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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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불소화, 안전성은 검증되지 않았다
  • 편집국
  • 승인 2005.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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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왜냐면'에 실린 이승렬 교수의 글 전문

지난 11일자 한겨레 신문 '왜냐면' 란에는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을 반대하는 영남대 영문학과 이승렬 교수의 글이 실렸다. 본 지에서는 글 전문을 싣는다. 한편,  이 글을 반박하는 글을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김의동 사업국장이 한겨레신문에 투고할 예정이다.   편집자

 

수돗물 불소화, 안전성은 검증되지 않았다

산업폐기물인 불화규산이 무방비 상태의 자연에 방출될 때 그것이 생태계에 어떤 해악을 끼칠지 역시 수돗물 불소화가 이루어지기 이전에 반드시 조사해 보아야 할 사항이다.

수돗물 불소화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정부 여당과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는 수돗물 불소화를 시행하면 국민들은 이렇다 할 노력 없이도 충치를 상당히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 오래된 주장의 연장에서 이번 정기국회에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은 수돗물 불소화를 강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가가 나서서 법적 강제력을 동원하여 무엇인가를 시행하려 하면 그 전제조건으로 실행하려는 정책과 관련한 충분한 정보를 시민사회에 제공해야 하고 거기에 기초한 시민들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현 정권이 내세우고 있는 참여 민주주의의 기본 요건일 것이다.

대다수 국민, 특히 서민들이 매일 마시는 수돗물에 납이나 수은보다도 강한 독성을 갖고 있는 불화규산(수돗물 불소화에 쓰이는 불화물)을 강제적으로 넣으려 한다면, 수돗물에 들어갈 0.8ppm의 불화규산이 장기적으로 인체에 아무런 위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완전히 입증돼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수돗물 불소화에 따른 안전성이 완벽히 입증되기는커녕 근년에 이르러 수돗물 불소화의 유해성을 의심하는 과학적 증언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우선, 수돗물 불소화가 오래 시행된 지역에서는 반점치 현상이 일반적으로 관측된다. 반점치 현상이란 불소가 함유된 물을 음용했을 때 치아의 전면에 흰색이나 황색, 갈색, 검은색의 반점이 생기는 현상인데, 심해지면 이가 부스러지기도 한다.

그런데, 반점치 현상이 불소화를 추진하는 치과계 일각의 주장대로 단순히 미용상의 문제일 뿐인지 아니면 뼈 전체에 일어나는 이상 현상의 가시적 징후인지에 대해서도 아직 확정된 학설이 없다. 각종 골질환, 지능지수(IQ) 저하, 뇌신경 및 갑상선 장애 등과 불소화의 사이에 연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동물실험 혹은 역학조사의 결과는 학술적 권위를 인정받는 연구논문으로 이미 적지 않게 출판되었다.

2000년 노벨 의학상 수상자 아비드 칼슨 박사를 비롯한 수많은 과학자들이 수돗물 불소화를 반대하고 있는데도, 수돗물 불소화의 안전성은 증명되었고, 더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되풀이하여 앵무새처럼 주장하는 것은 과연 설득력이 있는 논리일까?

오늘날 시민들은 수돗물을 단순히 물을 마시는 데만 쓰지 않는다. 우리는 수돗물로 목욕도 하고 빨래도 하고 설거지도 한다. 실제로 수도꼭지를 타고 나온 물의 1% 정도만 음용수로 쓰이고 나머지 99%는 다시 자연환경 속으로 방출된다.

산업폐기물인 불화규산이 무방비 상태의 자연에 방출될 때 그것이 생태계에 어떤 해악을 끼칠지 역시 수돗물 불소화가 이루어지기 이전에 반드시 조사해 보아야 할 사항이다. 실제로 2001년 12월30일 경기도 의왕시 정수장에서 방출된 8톤 가량의 불화규산으로 인해서 인근 학의천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환경재앙이 발생한 사건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수돗물 불소화를 우려하는 시민단체들의 요구는 이 일을 추진하는 보건당국과 치과의사들이 좀더 넓은 시각에서 신중한 자세를 가져달라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사람들의 태도를 보면, 전문가와 국가가 알아서 하는 일이니 그저 국민들은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는 권위주의적 자세만이 읽혀질 뿐이다.

미국이 수돗물 불소화를 60년 시행했으니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너무나 무책임하고 안이한 자세다. 미국에서의 수돗물 불소화 60년은 그에 따른 보건과 생태상의 문제점, 그리고 정치적 의혹에 대한 뜨거운 논쟁의 역사였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미국과 우리나라 사이에는 체질·풍토·식습관 등 온갖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뿐만 아니라, 같은 서양 국가들에서도 서유럽 선진복지 국가들 대부분과 중국, 일본은 모두 수돗물 불소화를 처음부터 시행하지 않았거나 일부 시행하다가 중단하였다는 것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수돗물 불소화의 충치 예방 효과도 믿기 어렵지만, 무엇보다도 장기적인 안전성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돗물 불소화를 하지 않거나 중지했던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 국민들의 안전을 생각하는 책임있는 정부의 자세를 볼 수 있다. 거기에 비해 미국 보건당국이 괜찮다고 하니 우리 자체의 세밀하고 철저한 사전조사와 연구도 없이 수돗물 불소화를 법적으로 강제하겠다는 것은 얼마나 무책임하며, 국민을 깔보는 태도인가?

치과계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시민들의 의견을 겸허히 경청하고, 구강보건법 개정안을 철회해주기 바란다. 시민들의 동의를 얻지도 않고 시행하는 수돗물 불소 첨가는 강제 의료 행위라는 비판을 받아도 당연할 것이다.

이승렬/영남대 교수·영어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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