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조 건보 흑자는 투자운용 기금 아냐”
상태바
“17조 건보 흑자는 투자운용 기금 아냐”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6.03.31 1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범 시민단체, 기재부 주재 사회보험재정건전화정책협의회 규탄…"기재부는 건보재정 관여 중단하라"
▲ 무상의료운동본부·범국본 공동 기자회견, '건강보험 흑자 17조 원으로 즉각 국민들의 의료비를 인하하라! 건강보험 흑자 투자운용 방침 규탄'

정부가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를 가지고 연금보험처럼 투자하겠다고 밝혀 시민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본부)와 의료민영화‧영리화저지와의료공공성강화를위한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은 오늘(31일)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 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건강보험 흑자 투자운용 방침을 규탄했다.

지난 29일 기획재정부 주재로 7대 사회보험 이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정책협의회’를 열고, 특히 건강보험에 대해서 자산운용 결과를 설명하면서 사회보험 적립금에 대한 투자위탁방식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참고로 건강보험은 재원의 80% 이상을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에 의존하고 있으며, 1년 단기 재정운영을 하는 사회보험으로, 의료정책 규모에 맞는 한 해 재정을 세우고 당해에 전부 지출해야하는 구조다.

즉, 건강보험 누적 흑자를 정부의 의료정책 실패가 아닌 ‘적립금’으로 보고 이를 보장성 확대에 쓰지 않고 수익창출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단 것.

이에 무상의료본부와 범국본은 “정부의 이 같은 행태는 국민건강보험의 기본 원리와 근간을 송두리째 포기하는 것”이라며 “건강보험을 민간보험처럼 금융상품화 하려는 시도”라고 분노했다.

국민 무시하는 ‘무법한' 정부

이들은 “건강보험의 적립금 전용은 법률도로 금지돼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38조에 보면 준비금(누적흑자)은 ‘부족한 보험급여 비용에 충당하거나 지출할 현금이 부족할 때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돼 있다”며 “17조라는 막대한 누적 흑자가 부끄러운 일이건만 아예 법률까지 어겨가며 투자운용 운운하는 것은 황당할 따름”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 우석균 정책위원장

이어 이들은 “그간 박근혜 정부는 수많은 법률의 위임 범위를 우습게 어겨가며, 하위법령인 시행령, 시행규칙, 가이드라인 등으로 각종 의료영리화, 민영화 정책을 강행했다”며 “이번에도 법률을 어겨가며 투자계획을 강행한다면 스스로 반 헌법 정부임을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이들은 기재부 주재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정책협의회’가 정부가 강행 추진하려는 서비스산업발전법(이하 서비스법)의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의 예시로 보인다며, 우려를 금치 못했다.

무상의료본부와 범국본은 “정책협의회를 보면서 서비스법의 목적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고, 서비스법이 통과됐을 때 보건의료정책이 어떤 취급을 받고, 의료영리화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될지 명백히 보인다”면서 “이번에 보았듯 기재부가 개입하는 사회보장제도와 의료정책은 모조리 돈벌이 수단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개탄했다.

"능력도, 민생에 관심도, 염치도 없는 정부"

규탄발언에 나선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지난 2013년 건보료를 동결하면 적자가 날 것이라며 건보료를 인상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2년 동안 8조6천억 원의 건보재정 흑자가 났다”며 “그렇다면 제정신인 정부라면 흑자의 원인을 규명하고, 흑자분을 보장성 강화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계속 지적했다시피 건보 흑자 원인은 의료비 상승률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즉 국민들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쌓인 것”이라며 “이 정부는 곳간에 돈을 쌓아두고 의료비가 없어 국민들이 죽어나가는 데, 이 돈을 가지고 돈놀이나 하겠다는 몰염치한 정부”라며 분노했다.

아울러 우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총선직전에 건보 흑자를 가지고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건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다. 이런 정부는 총선에서 강력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상의료본부와 범국본은 “건보재정의 87%는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정부는 국고에서 고작 13%만을 부담한다”고 짚으면서 “그런데 이번 정책협의회를 보면, 건보재정이 거의 전적으로 국가가 부담한다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킬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정부는 형식적으로도 건보 가입자인 국민과 일체의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투자운용 계획을 발표했고, 이는 건강보험의 주인인 국민을 객체화 시키고, 기존의 절자 조차 무시하는 비민주적 폭거”라며 “정부는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축소를 획책치 말고 국고지원을 확대해 상병수당 도입과 전면 의료비상한제 도입 등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력 촉구했다.

아울러 이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건보공단은 가입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단체인 만큼 이런 오만하고 비민주적이며, 불법한 기재부의 요구에 제대로 반대 입장을 밝혀야 한다”면서 “건보공단은 전체 가입자의 대변인으로서 건강보험 흑자를 조속히 의료비 안하에 쓰는 계획을 발표하고, 기재부의 잘못된 요구에 저항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