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방의 전제조건은 탄탄한 공공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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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개방의 전제조건은 탄탄한 공공의료
  • 김의동
  • 승인 2005.10.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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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영리법인·민간보험의 실상과 허상2 : 경제특구법 통과와 의료시장 개방②

영리법인은 공보험 붕괴의 지름길

일부에서는 영리법인의 허용이나 민간보험의 도입이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취약한 부분을 보충해주고, 공공의료 확충과 동시에 추진 가능하며 또한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이미 충분히 공공의료가 확충되고 대부분의 의료를 공보험에서 보장해주고 있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대부분의 의료가 민간에게 맡겨져 있고, 50% 수준의 공보험 보장률의 상황에서 영리법인의 허용과 민간보험 도입은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공공의료와 건강보험의 기반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밖에 없다.

공보험이 지금처럼 취약한 상황에서 대체형 민간보험이 도입되면 부유층은 물론, 중산층까지도 가능한 사람들은 민간보험으로 이탈하게 될 것이고, 결국 병들어 민간보험 가입이 거절당한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들만 건강보험에 남게 되어 건강보험의 재정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또한 일단 민간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은 차후에 건강보험의 보장 폭이 확대되려 할 경우, 이미 자신들은 비용을 지불하며 민간보험으로 보장을 받고 있는 까닭에, 건강보험료의 인상을 가져올 건강보험의 보장확대를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게 되는 것이 외국의 사례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영리법인의 허용이나 민간보험의 도입이 보충적 역할을 할 수 없으며, 해보고 잘못되면 되돌리자는 식의 발상이 매우 위험하고도 안이하며 비현실적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영리법인 도입과 민간보험의 확대로 득을 보는 것은 영리추구를 노골적으로 할 수 있게 된 거대 병원자본과 새로운 거대 시장을 확보하게 된 민간보험자본 뿐인 것이다.

 

싱가포르 만큼만 해라. 그럼 반대 안한다.

의료개방의 대표적인 사례로 정부가 즐겨 드는 중국과 싱가포르 중에, 중국은 워낙 의료인프라가 취약해 의료체계가 거의 붕괴한 상황에서 태부족인 의료공급을 늘리기 위해 의료개방을 진행하는 것으로 우리와는 상황이 판이하므로 논외로 하고 싱가포르의 예를 짚어보며 정리해보고자 한다.

싱가포르는 전체 병원의 80%가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병원이다.

그리고 공공병원 병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C등급 병상을 이용할 경우에는 병원진료비의 80% 가량을 정부가 부담한다. 나머지 20%도 의료저축계좌를 통해 부담하기 때문에, 실제로 환자 본인이 직접 부담하는 진료비는 거의 없다.

그리고 2002년 싱가포르 정부의 보건의료 예산 규모는 무려 1조원에 이른다. 싱가포르보다 인구수가 11배나 많은 우리나라의 2004년 보건의료 예산이 4500억원 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천문학적인 수치라고 할 수 있다.

공공병원에 대한 예산지원을 보면 2000년 한 해 동안 싱가포르가 13개 공공병원과 17개 폴리클리닉(우리나라의 보건소에 해당)에 지원한 국고보조금은 4800억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34개 지방공사의료원을 대상으로 1997년부터 2003년까지 7년 동안 지원한 국고보조금을 전부 합한 규모가 1200억에 불과하다.

싱가포르에서 기업원리로 운영되는 의료는 전체 병원의 20%에 불과한 민간병원 분야이다.

이처럼 강력한 의료의 공공성과 공공의료체계가 뒷받침하고 있기에 전체의 20%에 해당하는 민간병원은 비교적 자유롭게 해외환자(그들도 대부분 인접국가 국민이지만) 유치를 통해 국가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싱가포르는 강력한 공공의료체계와 의료서비스 부문 활성화가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건을 상호 제공하는 '선순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부실한 공공의료체계와 갈수록 불만과 불신이 팽배해져 가고 있는 민간의료가 서로의 장점을 훼손하면서 '악순환' 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싱가포르를 통해 배워야 할 점은 바로 이것이라 할 것이다.

김의동(건치 사업국장, 청구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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