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진다, 접동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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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 진다, 접동이 운다
  • 송학선
  • 승인 2016.04.18 17: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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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밝 송학선의 한시산책 14] 무제無題 / 석주石洲 권필權韠(1569선조2-1612광해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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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無題 / 석주石洲 권필權韠(1569선조2-1612광해군4)

강담방초록처처江潭芳草綠萋萋 강가 풀꽃은 초록으로 파릇파릇

별한요인로욕미別恨搖人路欲迷 이별에 슬픈 님은 먼 길을 헤매시리

상득동방춘적막想得洞房春寂寞 님 생각 빈 방에 봄은 적막해라

행화영락자규제杏花零落子規啼 살구꽃 진다…접동이 운다.

이 시를 처음 베개 맡에서 읽다가 그만 울음이 터져 주체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권필權鞸(1569선조2-1612광해군4)의 자字는 여장汝章이고, 호號는 석주石洲, 무언자無言子입니다. 본관은 안동安東이고 벽擘의 아들입니다. 마포 서강의 현석촌玄石村에서 5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사람됨이 호방豪放하여 시주詩酒를 즐겼습니다. 당색은 서인西人이고, 정철鄭澈을 존경해 신묘당사辛卯黨事의 충격으로 과거를 포기 했다 합니다. 술집에서 권신 유희분柳希奮의 멱살을 잡고 폭언을 퍼부은 일과, 사귐을 청하는 이이첨李爾瞻을 피해 담을 넘어 달아난 일화로 유명 합니다. 1612년 영창대군永昌大君을 옹립하려던 소북일파를 제거하기 위한 김직재金直哉의 무옥誣獄에 연좌되었습니다. 김직재의 옥사와는 무관 했으나 연루자였던 조수륜趙守倫의 집문서를 조사하다가 공교롭게도 임숙영任叔英의 삭과削科 소식을 듣고 쓴 궁류시宮柳詩가 한 책의 겉장에 써있어 광해군光海君의 격노를 삽니다. 친국親鞫을 받고 유배를 가며, 들것에 실려 동대문을 나선 뒤 갈증이 심하다며 마신 막걸리에 장독이 솟구쳐 다음날 죽습니다.

인조반정 후 사헌부 지평에 추증 되었구요. 저서로 「위경천전偉敬天傳」 「주생전周生傳」이 있어 더욱 유명합니다.

『호곡시화壺谷詩話』에 “여장汝章의 시는 절대가인絶代佳人이 분도 바르지 않고서 구름도 가던 길을 멈출 듯 아름다운 목소리로 등불 아래서 우조羽調, 계면조界面調를 부르다가 곡조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일어나서 가버리는 것과 같다” 했습니다.

억울하게 쫓겨나 촉나라를 그리다가 죽은 넋이 새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는 두견杜鵑은 접동새, 자규子規, 불여귀不如歸, 귀촉도歸蜀途, 촉조蜀鳥, 촉백蜀魄, 풍년조豊年鳥 등의 이름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두견의 울음소리를 요즘은 ‘홀딱벗고’ 라고 듣는데, 조선 선비들은 ‘불여귀거不如歸去 돌아감만 못 하리’ 로 들었던 모양입니다.

옛 부터 자규子規를 소쩍새로 풀면서 두견새와 소쩍새를 혼용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빼미 사촌처럼 생긴 소쩍새는 ‘소쩍 소쩍’하며 두 박자로 웁니다.

어쨋던 중국 고서의 하나인 태평환우기太平寰宇記에는 귀촉도歸蜀道에 얽힌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습니다.

「중국 주나라 말기 촉蜀나라에 두우杜宇라는 왕이 있었는데 제호를 망제望帝라 하였다. 어느 날 그는 문산汶山의 강가를 지나다가 한 시신이 떠내려 오는 것을 보았다. 그가 건져내자 시신은 다시 살아났다. 이상히 생각한 망제는 그를 데리고 대궐로 돌아와 사유를 물은즉, 그는 "저는 형주 땅에 사는 별령鼈靈이라는 사람으로 강에 나왔다가 잘못해서 물에 빠졌는데 어찌하여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습니다."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아직 나이도 어리고 마음이 약했던 망제는 이는 필시 하늘이 보내 준 어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별령에게 정승 벼슬을 주어 나라를 다스리게 하였다. 그러나 별령은 본시 음흉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예쁜 딸을 망제에게 바쳐 환심을 산 뒤, 곧 궁중의 사람들과 대신들을 매수해서 망제를 대궐에서 몰아내고 자신이 왕위에 올랐다. 일조일석에 나라를 빼앗기고 돌아갈 곳을 잃은 망제는 그 원통함과 한을 삭이지 못한 채 죽게 되었는데, 그 후 대궐이 보이는 서산에는 밤마다 두견새 한 마리가 날아와 슬피 울었으므로 촉나라 사람들은 이 새를 망제의 넋이 환생한 것이라 여기고 이를 '귀촉도' 혹은 '두견杜鵑', 혹은 '불여귀不如歸' 혹은 '망제혼望帝魂'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귀촉도란 촉나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이요, 두견이란 두우에서 나온 이름이요, 불여귀란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요, 망제혼이란 망제의 죽은 혼이라는 뜻이니 이 모두는 두우의 이야기에 관련된 것들이다.」

두견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피를 토하면서 울어 댔습니다.어찌나 구성지게 울었던지 촉蜀의 백성들은 두견새 소리만 들으면 죽은 망제望帝를 그리워하며 더욱 슬픔을 느꼈습니다. 두견새가 토해낸 피가 묻어 붉게 물든 꽃이 바로 진달래꽃이지요. 그래서 진달래꽃을 두견화라 부르게 된 것입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를 풀다보면 끝이 없겠습니다. 봄날이 가고 있습니다. 시름은 만 가지나 곡조는 하나라 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봄을 즐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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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 2016-04-19 10:01:03
봄날 꽃 향기 그윽한 곳에서 술 한잔 함께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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