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분에 불과했던 엉터리 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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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분에 불과했던 엉터리 설명회
  • 전양호
  • 승인 2016.05.0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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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구강보건정책연구회 전양호 회장

치협에서 주최하는 공청회, 토론회뿐 아니라 수많은 토론 자리에 꽤 많이 참석해왔다고 나름 자부하고 있었지만 지난 금요일의 전문의특위 설명회같은 자리는 난생 처음이었다. 설명회의 대상은 회원일 텐데 그 자리에는 회원도 없었고, 설명하고 토론하고 이해를 구하려는 의지 역시 보이지 않았다.

치협에 회비를 내는 거의 대부분은 일반 개원의다. 요즘같은 불경기에 어떻게든 버텨서 환자 한 명이라도 더 보기에도 급급한 개원가의 사정을 고려할 때, 6시에 설명회를 한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 오는 걸 원치 않는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원래 예정되어 있던 날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한 숱하게 날라오던 안내 문자 한 통 없었다. 나 자신도 알음알음으로 설명회 일정을 알게 되고, 평소보다 꽤 이른 시간에 치과를 나섰지만 설명회 막바지 공허한 마무리 인사만을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착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협회장을 포함한 협회 직원들의 급여, 협회의 수많은 운영비와 사업비, 집행부 임원들이 사용하는 법인카드 비용을 내주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먹고 살기 급급해 6시에 열리는 토론회에는 도저히 참석하기 어려운 수많은 일반 회원들이다. 이건 기본적으로 회원들에 대한 예의의 문제다.

사전홍보와 일정도 문제지만, 더 가관은 설명회 자체였다. 자료집이라 말하기도 민망한 유인물에는 2월 24일에 복지부에서 배포한 특위 구성 관련 보도자료와 도대체 왜 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설문조사 결과만이 들어있었다.

결코 문서로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 때문인지 특위 회의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고, 그나마 포함되어 있던 설문조사 내용은 결과에 대한 컴퓨터 화면을 그대로 복사해 놓은 것뿐이었다.

설문조사는 왜 하는지, 이러저러하게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우리는 회원들의 생각을 이러저러하게 판단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이러저러하게 업무를 추진하겠다는 설명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표라도 예쁘게 그리고 편집이라도 다시 해서 유인물의 종이가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게 해줬으면 싶다.

설명회는 6시 12분에 시작되어 6시 56분에 마무리되었다. 서두의 인사말 8분과 마무리 발언 5분을 빼면 실질적으로 설명회가 진행된 시간은 약 30여분에 불과했다. 그 동안 깜깜이로 진행되었던 특위 운영에 대한 비판을 만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설명회 후 쓸게 없다는 기자들의 가벼운 항의와 마무리 후 참석자들의 황당해하는 표정에서 설명회의 수준을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2분과 위원장인 윤현중 교수의 경과 발표에 대해 특위에서 논의된 내용이 아니었다며 다른 위원들이 공식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특위 과정에서 불거졌던 공직지부와 신설과목 관련 학회간의 갈등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는 전적으로 전문과목 신설에 대한 사전조율과 가능성에 대한 검토 없이 3안을 밀어붙였던 치협 집행부의 책임이다. 자세한 내막을 알길 없는 일반 회원들은 그저 황당할 뿐이다.

설명회 막바지, 협회에서 전문의 문제를 전담하고 있는 김철환 학술이사는 특위 회의와 위원들의 실명이 공개되는 것을 자신이 책임지고 방어했다고 발언했다. 그동안 특위 회의의 비공개는 복지부가 결정한 것이라는 치협 주장의 진위를 의심하게 하는 발언이다.

결과에 대한 예상과 비판은 하지 않겠다.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와 과정의 투명함을 확보하길 바랄뿐이다. 회원들과 분리된 채 이루어지는 결정은 어떠한 것도 신뢰받기 힘들다. 이번 설명회로 회원들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착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회원들은 바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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