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짜리 승률에 더 사활을 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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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짜리 승률에 더 사활을 거는 이유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6.05.20 11: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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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치과의사 미간 및 눈가 보톡스 시술에 관한 대법원 공개변론을 지켜보며…

치과의사가 미용 목적으로 미간 및 눈가에 시술한 보톡스의 의료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공개변론(사건번호 대법원 2013도850)이 오늘(19일) 대법정에서 열렸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던 이번 사건의 공개변론은 이미 의료계를 비롯한 여론의 ‘뜨거운 감자’로 이목이 집중됐다.

2시간여 진행된 공개변론을 온‧오프라인으로 지켜본 치과계 관계자들은 다수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역시 김앤장”, “속이 다 시원하다”, “이부규 교수가 참고인 진술을 잘 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1·2심을 모두 패소한 대법원 재판에서의 승소률이 6% 남짓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호평이었다. 몇 달 전 열린 1인1개소법에 대한 침울했던 공개변론 평가와도 상반된 분위기였다.

사실 6%의 승률이 걸린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는 사활을 걸었다. 배후 지원사격을 택했던 1‧2심 때와는 달리 대한민국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이번 사건을 수임했고, 추후 계속되는 진료영역 분쟁에 대비해 치과진료영역수호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를 상시 위원회로 구성했다. 현 집행부 들어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대처였고, 간만에 회원들의 바람에 부응하는 회무였다.

치과의사 개인이 눈가와 미간에 보톡스를 시술해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이번 사건은 1심과 2심 모두 패소하면서 100만원 벌금형을 처분 받았던 건이다. 이를 치협이 나서 대형로펌을 수임하고 대법원까지 끌고 간 이유는 치과의사의 기존 진료영역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 2011년 11월 일부 의사들이 치과의사의 보톡스·필러 시술에 대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치협은 이를 치과 진료영역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치과의사 직역단체로서 치협의 이번 총력전은 마땅한 책무였겠으나, 문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치과의사에 대한 악화된 여론과 절정으로 치닫는 의료계와의 갈등지점이다.

대의명분이 뚜렷한 사무장치과네트워크와의 분쟁조차도 대외적인 치과의사의 이미지를 고려해 자숙하던 현 집행부의 성향을 고려하면 대범함 행보가 아닐 수 없다. 불과 두 달 전 있었던 1인1개소법에 관한 헌법재판소 공개변론 준비조차 물밑작업으로 추진해야 했으니, 현 집행부의 ‘김앤장’ 지원사격은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일각에서는 ‘눈가와 미간’라는 국소 부위의 진료권을 지키는 대가로 치과계가 더 큰 민심을 잃지 않을지 우려한다. 치협 역시 이러한 부담으로 1·2심 재판에서 선뜻 전면에 나서지 못한 채 대법원에까지 일렀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이번 재판의 승패 여부와 관계없이 치과계가 입을 타격도 만만찮은 상황. 치과의사의 눈가와 미간 부위 미용치료는 대중에게 여전히 생소한 반면, 이번 재판으로 촉발된 의료계와의 진료영역 갈등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자칫 이겨도 지고 져도 지는 상황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대법원 뒤집기’ 못잖게 집중해야 할 후속과제가 또 남은 것이다.

사실 이번 재판에서 패소한다 할지라도 앞서 치협이 강조한 바와 같이 구강악안면 부위의 기능적·심미적 치료에 대한 치과의사의 진료권은 그대로 정당하다. 또 이를 위해 치과의사가 사용하는 보톡스·필러 시술의 정당함 역시 불변의 사안이다. 물론, 치협은 의료계가 이번 재판 결과를 이용해 정당한 치과 진료영역까지 호도하는 사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이는 이미 수십 건의 치과의사 보톡스·필러 시술에 관한 무혐의 판결 결과를 통해 입증할 수 있는 사안이다.

오랜만에, 아니 기자의 기억 상 거의 처음으로 치과계가 민감한 사안을 두고 대동단결 하는 모습을 보았다. 전공과를 불문하고 여기저기서 투쟁 기금을 쾌척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대법원 승소를 점쳐보는 치과계 인사들 사이에서 두 달 전 헌법재판소 공개변론 후의 암울했던 분위기가 겹친다. 6%의 승률을 뒤집기 위한 이번 노력과 지원이 두 달 전 헌법재판소에서도 선행됐다면 하는 아쉬움을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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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배 2016-05-20 16:46:34
계륵을 가지고 싸우는 것은 소탐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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