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의료광고 규제완화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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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의료광고 규제완화의 위험
  • 김용진
  • 승인 2005.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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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무제한 시장경쟁의 정글로 들어서는가?

헌법재판소는 지난 27일 특정 의료인의 기능이나 진료방법 등에 관한 광고를 일률적으로 금지한 의료법 관련 조항에 대해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광고계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현행 년간 800억 원 규모의 의료광고시장이 3배 이상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하고, 예치과네트워크와 고운세상피부과 등은 이미 TV광고 초안을 만들었으며,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 등을 포함한 대형 병·의원들은 광고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번 헌재의 위헌 결정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판단된다.

의료광고 규제 완화 자체만 보아도 그렇다. 병의원의 일방적인 광고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고, 이에 따른 비용의 증가가 결국 환자들의 부담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광고를 할 여력이 열악한 중소병원이나 의원은 더욱 경영이 어려워 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비록 의료서비스가 많은 부분 민간영역에서 제공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의 국민의 합의와 인식은 의료서비스를 '공공재'로서, 의료서비스의 이용을 '권리'로 보아 왔는데, 이번 판결은 이제는 의료행위를 시장에서 자유롭게 사고 팔며, 경쟁하는 상품으로 공식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이 그것이다.

의료를 공공재로 인식하고 공공의료의 비중이 높으며, 사회보험으로 거의 보장하는 유럽과는 달리, 공공보험의 비중이 매우 낮고, 의료의 광고가 자유롭고, 영리병원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미국식(중남미식) 의료로 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미국식(중남미식) 의료는 고가 의료상품의 개발은 잘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의료이용과 건강에서의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하고, 의료비로 인한 개인 파산의 비중이 매우 높다.

더불어 이번 판결은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의료산업화 정책, 영리병원 허용에는 합당할지는 모르나, 이로 인해 야기될 의료체계의 문제, 양극화와 불평등의 심화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

어떠한 의료체계를 선택할 것인가는 그 나라의 국민적 합의와 정책적인 선택이 필요한 중차대한 문제이다. 국민이 이번 판결의 의미를 안다면 결코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헌재의 판단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 새롭게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의료를 무제한적인 시장경쟁의 정글로 몰아갈 것인가? 아니면, 공공성을 회복하고 국민의 권리인 공공재로 만들 것인가?

김용진(성남 남서울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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