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지원' 넘어 '교류'…'통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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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지원' 넘어 '교류'…'통일'로 나아가자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4.08.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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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치과계 남북협력사업 현황과 과제

남북협력 꾸준한 하향곡선

한때 의료계에는 '대북지원'이란 단어가 최대의 화두가 된 적이 있었다.

지난 95년 대규모 홍수로 도탄에 빠진 북녘 어린이 및 동포들을 돕자는 순수한 인도주의적 발상이 양심적인 의료인들의 심금을 울렸고,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등 여러 대북지원 의료단체들이 생겨났으며, 이러한 대북지원사업들은 응당 각종 언론에 구미 당기는 특종의 하나로 자리매김 했다.

 

이러한 대북지원사업들은 국민의 정부 시절 '햇볕정책'의 흐름을 타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속에서 더욱 왕성하게 펼쳐졌으며, 지난 2000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6·15남북공동선언 발표 이후에는 폭발적인 대중적 통일운동과 맞물려 너나 할 것 없이 대북지원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등 대표 의료단체들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통해 공식적으로 대북지원사업에 뛰어들게 된 것도 바로 이 시기이다.

치과계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와 열린치과의사회 등이 평양의대병원과 신의주구강병원 등에 유니트체어 및 의료소모품을 지원해오는 등 90년대 후반부터 소규모의 지원사업들이 틈틈히 이뤄져 오고 있었으나, 2001년 가을 치협 김광식 부회장이 방북, 치협이 뛰어들게 되면서 대북지원사업이 치과계의 핵심적인 화두로 떠오르게 되었다. 2002년에는 치협의 동참에 힘을 얻어 대북지원사업을 위한 범치과계 차원의 연대기구가 결성되기도 했으며, 치협은 제52차 대의원총회에서 평양 의대 보철실 현대화를 위한 지원사업을 위해 1만원의 특별회비를 걷는 특별안건을 채택키도 했다.

그러나 9·11테러로 인한 미국의 군사적 패권주의와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침공, 강경한 대북정책 등에 영향을 받은 남북관계 고착화라는 객관적 상황과 치협의 북측 접촉창구의 변화와 치과인들의 열정 저하 등으로 치과계 남북협력사업은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반전의 계기, 남북 공동 학술대회

'남북협력'이란 단어가 공식화 된 것은 2002년부터였다.
지난 97년부터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를 통해 지속적인 대북지원사업을 벌여오던 건치는 구강보건정책연구회를 통해 통일구강보건체계와 정책에 대한 연구사업을 벌이는 등 "대북사업이 단순한 '지원'의 차원을 넘어 교류와 협력, 나아가 '통일'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지난 2002년 당시 김인섭 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구강보건교류협력특별위원회(이하 남북특위)를 설치하는 한편, 통일연대에 가입하는 등 '치과계 남북협력'의 일환으로 대북사업을 본격화했다.

 

▲ 지난 8월 15일 광화문 앞에서 통일문화한마당이 열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남북협력사업'의 지향을 떠나 현실적인 내용은 '지원'의 수준을 넘어서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북측과의 특별한 관계로 인한 형편 때문에 고도의 끈기가 필요한 것이 남북협력사업인 것이다. 소위 '밑빠진 독에 물붓기'. 치과계 남북협력사업이 하향곡선을 그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북측의 '신뢰'를 얻기 위한 고도의 끈기와 지속성이 뒷받침돼야 비로소 성과가 조금씩 드러나는 것이 남북협력사업이었고, 이 정도의 능력과 열정, 끈기를 가진다는 것은 웬만해선 힘든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건치는 지난 7, 8년여의 지속적인 대북지원과 합의한 내용에 대한 약속 엄수 등으로 북측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었으며, 지난 2003년 10월 방북에서 남북 치과계 공동 학술대회 개최를 제안하고 북측의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 오는 등 남북협력사업에서 한 단계 진일보를 이룩했다.

 

치과계 공동 학술대회,

남북협력 활성화 계기 만들어야

 

학술대회 건치가 먼저 합의

치협 정재규 회장이 올 상반기 방북 당시 북측과 개최키로 합의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치과계 남북 공동 학술대회'는 실상 작년 건치가 먼저 제안해 북측의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건치 남북특위 안준상 위원장은 "건치가 그동안의 지속적인 지원사업으로 북측에 두터운 신뢰를 얻어 이제는 지원 차원을 넘어 '학술교류' 등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면서 "작년 가을 방북 당시 기술이전 및 학술교류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오고가면서, 올 하반기 학술대회 개최까지 추진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즉, 건치의 남북협력사업은 꾸준한 지원사업을 통해 신뢰를 얻는 단계를 뛰어넘어 이미 다양한 교류사업을 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으며, 조만간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 학술대회를 계기로 양자간의 구강보건정책과 체계, 예방사업 등 동질감을 회복해가기 위한 사업을 펼치는 단계로 도약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누가 먼저 학술대회를 제안했는가를 떠나 현재 최대의 관심사는 학술대회가 실제 성사될 수 있는가와 북측이 치협과 건치, 양쪽과 모두 학술대회 개최를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떠한 형태로 개최될 것인가인 것으로 보인다.

학술대회 개최 시기에 대해 치협 남북구강보건의료협력특별위원회(이하 남북협력특위) 김광식 위원장은 "지원을 약속한 적십자중앙병원 수술실 현대화를 위한 지원품을 1차로 보낸 이후 11월경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목표에 두고 있다"면서 "최근의 남북관계 경색국면으로 시기가 다소 늦춰질 수 있겠지만 북측이 최신기술 이전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만큼 성사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또한 김 위원장은 "학술대회가 성사될 경우 20∼30여 명의 대표단을 구성하게 될 것"이라며, "가급적 치협 임원보다는 일반 개원의와 학회, 대학 등 전 치과계를 망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치협 단독의 학술대회 개최와 전 치과계를 망라한 대표단 구성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건치의 입장은 다소 다르다. 북측에서는 되도록 치협과 건치가 합의해 공동으로 개최하길 희망했으나, 건치에서는 아직은 시기상조이며 서로 추진하고 있는 학술대회의 성격도 판이하게 달라 "우선은 따로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지난 8월 15일 광화문 앞에서 열린 2004 민족통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사물놀이를 하며 통일을 기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치 남북특위 안준상 위원장은 "건치는 단순한 기술 이전이 아니라 예방사업 등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는 북녘 동포들의 구강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한 구강보건정책과 사업 등에 대한 폭넓은 접근을 학술교류의 목표로 삼고 있다"며, 때문에 "임프란트 등 최신 기술 이전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치협의 학술대회와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함께 하기가 곤란하다"고 밝혔다.

 

학술대회 성사 또 하나의 '장벽'

치협은 상반기 방북 당시 학술대회 개최와 함께 적십자중앙병원 수술장 현대화 지원을 약속한 합의서를 작성했다. 김광식 위원장은 "학술대회는 적십자중앙병원 수술장 현대화 지원과는 상관없이 개최될 것이지만, 이 두가지를 병행해 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반면, 건치는 올 초 방북 당시 "하반기에 적십자중앙병원 보철실 현대화를 위해 진료용 의자 5대 및 필요한 재료소모품, 파노라마 등 1억원 상당을 지원하겠다"는 합의를 이뤘으며, 작년 방북 당시 논의를 시작한 '학술대회 개최'는 현재 '독자적인 추진'을 설득 중이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측에 따르면 "토론회의 성격이 많이 다르고, 그동안의 신뢰와 진행해온 논의가 있는 만큼 독자적인 토론회 개최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점은 합의한 두가지 사안의 연관성이다.
건치 남북특위 안준상 위원장에 따르면, 학술교류를 할 정도의 상대라면 그만큼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하고, 때문에 약속한 지원의 내용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즉, 건치의 경우 하반기 지원을 약속한 적십자중앙병원 보철실 현대화를 위한 '진료용의자 5대 및 필요한 재료소모품, 파노라마'가 학술대회 성사를 위한 전제가 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규모는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치협이 합의한 '적십자중앙병원 수술실 현대화'를 위한 지원 약속 또한 학술대회 개최의 전제라 볼 수도 있다.

치협 남북특위 김광식 위원장에 따르면, 대한치과기재협회에 함께 하기를 제안해 기재협회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중앙적십자병원 수술실 현대화는 몇 업체와 유관단체의 협조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 것이 분명해 보인다. 또한 향후 지속적인 지원사업을 위해서도 외부에 손을 벌리기 보단 치협 자체적인 재원확보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양' 늘려 신뢰 확보가 중요

"학술대회 추진을 계기로 치협이 북측과의 교류협력사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치과계 내부 단체들의 연대와 긴밀한 협조의 필요성에 대한 건치 남북특위 안준상 위원장의 답변이다.

한동안 주춤하다 '학술대회 개최' 추진을 계기로 다시 살아나고 있는 남북협력사업 활성화의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과제는 간단하다. 그 중심에 있는 치협이 대의원총회에서 별도의 예산 책정 등 남북협력사업을 위한 재원확보방안과 장기적 플랜을 세워야 한다. 스마일재단의 설립과 서울시치과의사회의 주도적인 뒷받침으로 활성화된 장애인 사업이 하나의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남북 치과계의 신뢰 확보, 통일 구강보건의료체계 건설의 주체로 치협의 역할은 많고 풀어야 할 과제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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