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남은 임기와 의료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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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남은 임기와 의료민영화
  • 김형성
  • 승인 2016.08.0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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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김형성 논설위원

정부가 지난 7월 5일 경제활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을 경제부처합동으로 내놓았다.

이 전략을 우리가 관심 있게 봐야하는 이유는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부처가 그동안 추진해오던 의료민영화정책기조에 있어 정부의 핵심법률안이었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여소야대 총선결과 19대 국회에서 제지된 이후 나온 첫 경제부처 합동회의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당과 정부는 20대 국회 시작과 함께 다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은 이제 2년이 채 남지 않은 박근혜 정권이 의료민영화 분야를 어떻게 밀어붙이려고 하는지 그 전략을 대략 파악할 수 있는 밑그림의 하나이다.

이번에 의료분야 중점 추진과제로 다뤄진 것은 8개 분야로, ▲개인건강정보활용 규제완화 ▲원격의료 추진 ▲빅데이터와 유전자 기반치료 규제완화 ▲줄기세포-유전자치료(재생의료)규제완화 ▲의약품 수퍼판매확대 ▲건강관리서비스 상업화 ▲병원영리화 및 상업화 확대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등이다.

이중에서 일곱 번째인 병원영리화는, 특히 치과계에서 민감했던 유디치과 사태와 불법 네트워크 문제로 인해 의료상업화의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됐던 의료인의 다수 의료기관 개설 운영과 관련한 의료법 제33조 8항 1인1개소법을 이번 정부보고서에 직접 거론하고 있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이미 건치신문에서도 다룬 바 있지만, 해당 보고서 내용상에서도 모순점을 발견할 수 있어 이것이 과연 경제발전 전략 보고서인지 이해당사자들의 정부 로비 보고서인지 구별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왜냐하면 의료법 33조 8항의 존재 유무과 관계없이, 이미 의료계에는 수많은 경영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컨설턴트, 회사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가 지목한 ‘모호’성의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한다는 것은 법인이 아닌 의료인 개인들이 다수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료법’의 영리행위 제한 정신과 부딪히는 문제이고 이것은 ‘헌법소원’이나 ‘의료법 개정’ 수준에서 다뤄야하는 문제라는 의미이다. 이를 경제부처의 보고서 수준이나 ‘가이드라인’으로 이용하게 하겠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는 탈법적 행위에 다름 아니다.

나머지 일곱 개 분야에 대해서도 우려할 만한 수준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개인건강정보에 있어 보고서는 비식별화된 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닌 ‘빅데이터’로 활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세계 유일의 ‘개인식별 번호인 주민등록번호’를 가진 한국은 이러한 비식별화를 재식별화 하는 데 너무도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그 주민번호는 3억 번 이상 해킹당했으며 최근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인터파크에서 또다시 대형 개인정보해킹 사건이 발생한 바도 있다.

원격의료에 있어서도 두 차례 시범사업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불투명하며 특히 비용 측면에서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더구나 대면진료가 용이한 우리사회는 거동불편이나 의료소외지역 문제는 의료자원의 지원확대 문제이지 이를 원격진료로 해결한다는 것은 핑계에 다름아니다.

유전자 기반의 개인맞춤 의료를 지향한다는 정밀의료와 ‘줄기세포 치료’의 확대버전 재생의료는 이미 대국민 사기극으로 밝혀졌던 황우석 줄기세포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던 한국의 의료생태계에 또 다른 사태를 불러올 수 있는 ‘비상식적인 규제완화’를 경제 활성화란 명분으로 지원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의약품 수퍼판매 확대뿐만 아니라 화상투약기 도입도 이미 약사법 개정으로 올라온 상황에서 앞으로 의약품 남용과 약제비 상승우려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국처럼 약국 접근이 용이한 나라가 없음에도, 한국은 거리에 약이 넘쳐나고 약물남용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사회가 되고 있다.

건강관리 서비스는 이제 IT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TV광고에도 전면화되기 시작하였다. 이는 단지 통신사와 의료기기 업체뿐만 아니라 민영의료보험의 활성화와 함께 ‘건강관리 서비스’ 시장을 확장하고, 공공적 건강관리는 차단해 건강관리에 있어 앞으로 우리 사회는 모두 스스로 주머지 사정에 따라 각자도생의 퇴로 없는 길로 들어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을 들여다보는 마음은 착잡하고 어둡다. 그러나 지난 3년 혹은 8년의 세월동안 정부가 보건의료 분야에 대해 경제 활성화의 이름으로 내놓은 전략들은 시기마다 강조점은 다르지만 대개 큰 틀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않다. 그리고 2008년 촛불항쟁 이후 의료민영화를 막아온 시민들의 힘은 여전히 강력하다는 그 반증이 이 보고서 안에서도 묻어난다. 오래 걸리지 않을 1년 반이다. 자세히 알고 꼼꼼히 저항하는 일이 우리의 몫이다.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사업1국장,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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