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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미국에 순종하지 않는 세계
송필경 논설위원 | 승인 2005.11.17 00:00

우직한 청년이 물었다. "인간은 옛날에도 오늘 같이 서로 살해하여 왔다고 생각하십니까?"
스승인 현자가 대답했다. "매는 비둘기를 보면 언제나 그것을 잡아먹었다고 보는가?"
"물론입니다."
"그렇다면, 매는 언제나 같은 성질을 지니고 있는데 어떻게 인간은 그 성질을 고쳤다고 생각하는가?"
볼테르의 단편 『깡디드』에 나오는 대화이다.

세계 2차대전이 끝나자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이었고, 소련만이 겨우 의미 있는 도전 세력이었다. 미국의 패권은 나치 독일과 일본 제국주의가 지배하게 되었을지도 모를 세계와 비교해서 인류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것은 식민주의 청산과 전쟁과 학살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고 평화를 보장한다는 믿음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지배 계급은 자신의 새로운 임무를 다르게 받아들였다. 전쟁의 경제적·정치적 승리자로 그들은 제국주의 패권을 유지하고, 미국의 기업활동을 위해 세계를 안전한 곳으로 만들려 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활 양식이 우월하다고 믿었다. 그들은 자유도 이야기했다. 미국은 필요에 따라 민주주의를 지원하기도 하고, 독재 정부를 지원하기도 했다. 그 핵심은 「기업」의 자유였다.

여기서 잠시 인간 언어의 상반된 두 가지 의미를 살펴보자. 「기업」은 자신의 자유를 자본의 무한한 확장인 '세계화'로 보면서 민중의 자유는 '반란'으로 보는 것이다. 한편 「민중」은 자신의 자유를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인간의 존엄성'으로 보지만, 「기업」의 자유를 약자에 대한 무한한 '착취'로 보는 것이다.

미국은「기업」의 나라이다. 모든 나라에서 스스로 보호하려는 민중에 반대하는 부자들을 지원했다. 이 정책은 미국이 그 나라를 「기업」하기에 안전한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민중이 필사적이어서 지배계급이 허약한 제3세계에서 미국은 흔히 독재자들을 지원했다. 그 독재자들이야말로 불평등한 상태를 유지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의「기업」들은 사회주의 세력이 강력해져서 아래 계층에서 일어나는 봉기, 다시 말해 「민중」의 '반란'이 강력해지는 것은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그것은 미국에서도 공민권 운동과 노동조합의 급진성을 고무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 악몽을 꾸지 않으려고 제2차 대전이후 수많은 나라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군대를 파견하고 무력행사를 하였다. 특히 베트남전쟁에서 보여준 미국의 힘이 세계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은 한낱 헛된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일깨웠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국은 '미국 정부' 또는 '워싱턴'을 의미하며, 더 적확하고 본질적으로는 미국「기업」을 일컫는다. 공산주의 전통은 힘을 잃어 버렸고 사회주의 정권들이 맥없이 스러진 지금, 미국「기업」의 의도는 이제 세계의 운명을 지배하는 데 스스럼이 없다.

지금 부산에선 에이펙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다. 미국의 의지에 따른 자유무역, 반테러 같은 의제는 전 세계적으로 전쟁과 빈곤을 확대할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농산물 개방을 강요함으로써 식량주권을 위협하고, 교육·의료·공공서비스 분야도 제국주의 자본에게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특히 '반테러' 의제는 미 제국주의의 이라크 침략전쟁을 지지하고 힘을 보태줄 것이 분명하다.

베트남은 미제국주의와 30년에 걸친 투쟁 끝에 완벽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이슬람계 이해 당사국을 제외하고 침략이라고 규정한 지구상 유일한 나라이다. 미국에 순종하는 것만을 미덕으로 삼고 있는 우리가 무릎을 꿇고서 배워야 할 교훈이다.

미국의 의지를 배제한 다른 세계가 어떤 사회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논쟁이 필요하겠지만, 미국에 무릎 꿇지 않는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는 믿음을 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송필경(대구 연세치과)

송필경 논설위원  spk1008@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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