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산중夏日山中 여름날 산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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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산중夏日山中 여름날 산 속에서
  • 송학선
  • 승인 2016.08.11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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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밝송학선의 한시산책 22] 하일산중夏日山中 여름날 산 속에서 / 이백李白(당唐701~762)

하일산중夏日山中 여름날 산 속에서

나요백우선懶搖白羽扇 하얀 깃털부채 흔들기도 귀찮아서

라체청림중躶軆靑林中 푸른 숲 속에서 발가벗고

탈건괘석벽脫巾掛石壁 망건도 벗어 바위벽에 걸어두니

로정쇄송풍露頂灑松風 드러난 정수리를 솔바람이 씻어준다

  

당음唐吟에 실린 61번째 시입니다. 이런 풀이가 달렸습니다.

시당주하時當朱夏하야 산중한인山中閑人이 불감염열不堪炎熱하야 혹요백우선이혹라체우청림지중或搖白羽扇而或躶軆于靑林之中호대 유불능내猶不能耐하야 탈건이괘우석벽상脫巾而掛于石壁上하고 로기정露其頂하며 거기면擧其面하고 쇄기송풍灑其松風하니 종차從此로 서기망서의庶幾忘暑矣니 차此는 청한의취淸閑意趣를 가견可見이로다.

때는 뜨거운 여름을 맞아 산속 한가한 사람이 매우 심한 더위를 참지 못하여, 푸른 숲 속에서, 혹은 흰 깃털 부채를 부치거나, 혹은 옷을 벗고 있어도 오히려 견딜 수 없어, 망건을 벗어 바위벽에 걸어두고, 정수리를 노출하고, 얼굴을 들고 솔바람을 쏘여, 이로부터 거의 더위를 잊으니, 이는 맑고 한가한 정취를 가히 볼 수 있음이로다.

휴가들 다녀오셨나요? 무척이나 덥습니다.

마침 페이스북에서 거의 30년 만에 붕알 친구 한 녀석을 만났습니다. 미국에서 신석기식 농법으로 사람을 모으고 농사를 짓고 있더군요. 흙속 흰 곰팡이를 살려야 한다나요?

인간들이 지구상에 태어나 삶을 영위 한 이래로 과연 어떤 생각으로 살았을까요? 유목민이었을 때는요? 농경문화와 함께 정착해서 살았을 때는 어떤 생각들이었을까요? 농작물을 해치는 벌레들과 전쟁을 치르면서도 충제蟲祭를 지내며 농사짓던 이 땅의 농부들은 어떤 생각을 품고 계셨을까요?

얼마 전 괴산에서 유기농 기업을 일으켰던 ‘흙살림’ 25주년 기념식에 참석 했다가 농사를 짓는 건 영원히 신석기 시대를 사는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오철수 시인의 시집 한 권을 선물 받았습니다.

이런 시가 실려 있었습니다.

  

땅속의 생물들도 제 마음껏 제 삶을 살고

그 위의 초록 생명들도 배불리 제 삶을 살며

곁 하는 모든 이의 삶을 나누도록 하는

  

흙 살림의 가치는 생명이요

흙 살림의 윤리는 살림이다

생명에 대한 우주적 믿음에

허리를 구부리고 밭일 하는 성실한 나눔만이

초록을 움틔우는 사랑이다

 

그렇지요. 천지여아병생天地與我竝生이요, 만물여아위일萬物與我爲一이라. 천지는 나와 함께 생겨났고, 만물은 나와 함께 하나라.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신석기 시대 흙속 흰 곰팡이와 함께 땅을 살리겠다는 생각이 기특하고 반갑기도 했지만, 모든 생명이 하나라, 생명을 아끼고 나눠야 한다는 걸 이 더운 날 미국에 사는 놈이나 한국에 사는 놈이나 환갑 지난 나이에야 깨닫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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