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사협회가 영리법인에 반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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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사협회가 영리법인에 반대하는 이유
  • 김형성
  • 승인 2005.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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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법인․민간보험의 실상과 허상 5: 영리법인과 민간보험 도입이 의료서비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 ①

현재 우리의 의료제도는 공급자(의료인)이든, 수요자(환자, 시민)이든, 그 시스템의 책임과 관리자역할을 해온 정부이든 간에 개혁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그 해결방법에 있어 각자의 진단이 다를 진대 그 치료의 방식도 판이해지는 것은 상식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어떤 처방을 내릴 것인가 하는 결정을 둘러싼 힘은 지금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권력의 문제와도 연관될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이견이 없는 무소불위의 논리는 바로 경제논리이며, 좀 더 노골적으로는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는 경쟁과 탈규제의 시장논리이다. 재경부와 기획예산처를 중심으로 한 경제 관료들과 이들에 동조하는 정부그룹은 교육과 문화와 함께 보건의료 분야를 이제 한국사회에서 탈규제와 경쟁의 신자유주의 시장논리로 개혁을 완수할 마지막 분야라고 인식하고 있다.

탈규제와 경쟁, 구체적으로는 병원의 영리법인화 허용과 민간보험도입이 우리의 보건의료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이제부터는 이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자본과 민간보험 도입으로 위축되는 의사의 진료권

영리법인은 영리추구가 본질적 목적-일본의사협회의 영리법인 반대이유

최근 대한병원협회와 일부 개원의들은 영리법인 허용을 주장하거나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었다고 전해진다. 이들의 주장은 이전의 글들에서 다루어졌던 시장주의적인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 밑바닥 정서에는 현 상황보다 더 악화되겠는가하는 현상타계적인 주장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 의료제도 상황을 누구도 만족하지 않는 상황으로 공급자 입장에서의 불만도 이해되는 측면이지만 혹 이러한 주장이 비약이거나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 것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그 결과가 의료인들이 전문인으로서의 판단과 행위를 결정할 진료권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현재 의료기관 개설은 비영리법인과 의료인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이미 개원가나 병원의 현실에 있어 건강보험의 부족한 재정과 저수가는 비보험진료의 확대와 비정상적인 진료행태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오래되어왔다.
 
영리법인화는 우선 소수 대형병원과 사립대학 병원을 중심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데, 이는 일단 건강보험 제도 하에서는, 투자대 이윤비율에 있어 유리한 비보험진료분야에 집중할 것이며 이는 더욱 왜곡된 진료형태를 가속화 시킬 것이다.

더욱이 자본이 도입되면서 그 투자에 걸맞는 이윤을 창출해야하는 기업정신은 노골적으로 이윤에 불리한 진료행위를 제한하는 등 진료권에 영향을 줄 것이며, 인센티브와 연봉계약을 통한 의료인에 대한 통제가 발생할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의사들이 영리법인을 반대하는 주요한 이유도 그러하다. 일본의사회와 병원협회, 병원회, 의료법인회 등은 주식회사 참여에 반대하는 이유로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일본의료가 현재 효율적이며 주식회사가 더 효율적이라는 근거가 없다.

둘째, 주식회사의 목적은 이익의 극대화이며, 따라서 환자에게 무엇이 최선인가보다 회사의 수익에 무엇이 최선인가가 판단기준이 되어 환자의 입장이 배제될 수밖에 없다.

셋째, 이윤이 높은 진료과의 과다경쟁, 채산성이 낮은 진료과(예를 들면 소아과, 응급의료, 노인의 장기입원 등)의 폐쇄, 수익개선을 위한 의료기관 통폐합 등에 따른 의료시스템의 변화, 공적의료보험의 쇠퇴와 민간의료보험회사에 의한 의료서비스 지배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의 경우 이미 정부가 지난 8월 서비스산업관계장관회의에서 의료기관종별구분 축소방안을 내놓으면서 실제로 종합병원내 필수과목 설치의무를 폐기해 이러한 우려가 국내에서도 현실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넷째, 자금조달의 다각화가 주장되나 (실제로) 기대하기 어렵다.  ...중략

여섯째, 법인의 목적에서 의료법인은 의료의 제공이 주목적이지만 주식회사는 주주를 위하여 돈을 버는 것으로 큰 차이가 있고 이는 의료의 전반적 위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비영리법인으로 묶여있는 현재의 우리 상황에서도 의료인의 임상적 판단과 병의원의 경영적 요구간의 갈등이 끊임없는 상황에서, 영리법인화라는 이윤추구를 존재의 목적으로 하는 의료기관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이러한 갈등을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고, 결국 진료권은 시장논리에 의해 훼손되면서, 의료와 의료인에 대한 전문인으로서의 사회적 자율성은 상실되고 마는(의료상품을 판매하는 장사꾼으로의 전락)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김형성(건치 서경지부 사업국장, 경기도 일산 백상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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