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운동의 다양한 레벨을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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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운동의 다양한 레벨을 고민할 때”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6.09.13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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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시시민건강국 김창보 전 국장

본지는 지난달 28일자로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에서 물러난 김창보 국장을 만났다. 김창보 국장은 지난 2012년 2월 서울시 보건기획관으로 임명되면서, 서울시의 보건의료와 건강정책을 총괄해 왔다.

그는 지난해 전국민을 공포에 몰아넣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 당시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를 책임지던 상황에서 2015년 7월 20일 서울시 기구 재편에 따라 초대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으로 임명됐다.

김창보 국장은 서울시 보건기획관으로 임명되기 전, 지난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건강세상네트워크(이하 건세넷)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사)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실장 및 소장을 지내며 건강연대 정책위원, (사)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으로 활발하게 시민운동에 참여해 왔다.

본지는 이제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 돌아간 김창보 전 국장을 만나 지난 4년 6개월간의 공직생활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이날 인터뷰는 본지 김철신 편집국장과의 대담으로 진행됐다.

- 편집자

▲ 김창보 전 국장(오른쪽)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 중인 김철신 편집국장(왼쪽)

우연히 찾아 온 ‘서울시보건기획관’ 자리
‘현장 중심적’, 즉각적 사업 효과가 장점

김철신 : 갑자기 시민운동 하시던 분이 서울시 보건기획관으로 가게 돼서 놀랐습니다. 어떻게 서울시에 들어가게 된 건가요?

김창보 : 박원순 시장이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취임한 이후 그해 연말에 있었던 서울시의회에서 공공보건의료의 강화를 위해 전문가를 외부에서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출됐습니다. 이에 대해 박원순 시장이 긍정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답변을 내놨고, 그에 따라 다음해인 2012년 1월에 공채 공고가 나왔습니다.

이 자리는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자리이기는 했지만, 시장과 직접 연결되는 자리라기보다는 복지건강실의 실장(공무원) 아래에서 보건의료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4개과를 담당하는 위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마음껏 정책을 펼쳐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던 겁니다. 그래서인지 대학의 교수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점이 있었던 것 같고, 또 다른 점에서는 교수나 연구자 보다는 실제 필드에서 활동의 경험이 있던 시민사회 활동가 중에서 전문가가 더 적합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러저러한 이유에서 제가 지원하게 된 것이죠.

김철신 : 그러면 그냥 교수님들이나 이런 분들은 지나가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별로 지원을 안했겠네요?

김창보 : 정책을 펼쳐볼 수 있는 자리라기보다는 한계가 보이는 자리였다는 게 객관적인 평가였죠. 복지건강실이라는 기구 안에서 실장도 아닌 그 아랫니니까. 오히려 나는 관료사회와 행정을 경험한다는데 더 목적을 두었기 때문에 편안하게 생각한 측면이 있었어요.

김철신 : 보건기획관이 뭔지 좀 낯설기도 한데, 뭐 하는 자린가요?

김창보 : 복지건강실 안에 복지파트를 총괄하는 복지기획관과 보건을 총괄하는 보건기획관이 있어요. 거기서 보건전반을 담당했죠. 보건의료정책과, 건강증진과, 식품안전과, 생활보건과, 그리고 2012년 9월에 생긴 동물보호과 이렇게 5개과를 담당했었습니다. 그러다가 2015년 7월에 각각 분리해서, 보건파트는 ‘시민건강국’이 됐고, 복지 파트는 ‘복지본부’가 됐습니다.

김철신 : 박원순 시장님 스타일도 많이 작용을 했을 것 같아요. 시민단체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기획관으로 간다고 했을 때, 건세넷에서 반대하거나 그런 건 없었나요? 갑자기 핵심 인력이 빠지는 거니까.

▲ 김창보 전 국장

김창보 : 반대라기보다는 우려가 있었죠. 박원순 시장이었기 때문에 막연하지만 기대감도 약간은 있었던 것 같고… 하지만 시민사회의 약화, 관료에의 포섭 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간다고 생각해 보니, 그때까지 보건의료 운동은 국회와 보건복지부 쫓아다녔는데 막상 서울시에서 뭘 할 수 있지? 란 생각을 했었습니다.

김철신 : 그러면 어떻던가요? 시민운동이랑 차이가 있다면?

김창보 : 막상 들어가서 보니, 상당히 현장 중심적이라 사업을 수행하면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는 것에 놀랐습니다. 서울시에 한정돼 있다 보니 은근히 서울 구석구석 사각지대를 찾아 보건의료 사업을 기획하기 좋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김철신 : 좋네요. 결이 다른 보건의료운동이군요.

김창보 : 그렇죠. 그런데 이런 지자체의 보건의료사업의 한계는, 건강보험과 전혀 관계없는 사업이라는 겁니다. 예를 들면 건치에서 제안한 아동‧청소년치과주치의제(이하 치과주치의제)만 해도, 시에서 예산으로 진행했던 사업입니다. 건강보험하고는 상관이 없었죠. 물론 효과는 매우 좋지만. 궁극적으로는 이게 국가정책으로, 건강보험 정책으로 흡수돼야 지속되고, 확장되는데, 지자체와 건보는 완전히 분리돼 있으니까 연관 고리를 만들어 놓고 싶어도 방법이 없더라구요.

일본의 경우에는 지자체가 지역보험자 역할도 같이하잖아요. 지자체에서 건강보험도 운영하면서 보건소로 사업도 병행하니까 사업을 효과적으로 풀어가기 쉬울 수 있다는 점이 부러웠습니다.

김철신 : 많은 보건의료운동권에서 여태까지 건강보험 통합만을 주장해왔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지자체에서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분리된 형태도 좋은 모델이 될 수 있겠네요. 통합 전 조합으로 있을 때 특성화 모델을 만들 기회가 됐을 수도 있는데…

김창보 : 그렇죠. 지난 4년간 이런 한계도 많이 느끼고, 지자체 사업과 건강보험이 함께 갈 수 있을까. 새로운 고민 지점이 생긴거죠.

지금 건강보험 누적흑자가 17조나 쌓여 있잖아요? 올 연말 되면 20조 된다고 하는데, 아무튼 건강보험 흑자의 40~50%는 다 서울시민이 낸 돈이잖아요? 그런데 그걸 지자체 사업으로 해서 서울시민에게 돌려줄 수 없는 게 답답했어요.

이번에 세월호 사태, 인의협 이보라 선생님이 김영오씨 주치의셨잖아요? 그거 보면서 참 간절했던게, 17조 이자만 가지고도 동부시립병원이나 서울의료원을 지을 수도 있고 운영도 할 수 있는데, 서울시에 “그 병원 가면 돈 없어도 치료해 주더라”하는, 그런 병원을 지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김철신 편집국장

김철신 : 정말 그런 병원 하나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만약 생긴다면 정말 휴머니즘 정신이 가득한 사람들이 몰려 올테고, 수련의들이 의무적으로 거쳐 가게 하고, 의료의 개념과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모델로서 활용되면 좋을 것 같네요.

김창보 : 사실 사망하고 며칠 지나서야 고독한 죽음들이 발견되지 않나요. 만약 돈 없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치료해주는 병원이 생기면 그런 뉴스도 줄어들 텐데 말이죠.

김철신 : 또 아쉬운 점이 있다면?

김창보 : 서울시에 13개 시립병원이 있는데, 이중에서 서울시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병원이 어린이병원, 은평병원(정신병원), 서북병원(결핵병동 등)이 있는데, 이게 북한을 지원하고, 통일 의료를 준비하는 핵심 병원과 딱 맞아 떨어져요. 이걸 가지고 평양과 공공의료와 관련한 교류를 하고 싶었는데, 남북관계나 정부의 통일정책의 추진 방향 등과 같은 여건이 받쳐주질 못했죠. 그래서 구상만 하고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했던 사업이 되고 말았어요.

건치 ‘치과주치의제’는 성공적 사업
건강격차 줄이기 위한 정책 더 했으면

김철신 : 기획관이 됨과 동시에 건치에서 제안한 ‘치과주치의제’를 맡아 이끌어 오셨는데, 평가를 해보자면?

김창보 : 구상 단계부터 정책의 안착까지 비교적 매끄럽게 진행된 사업이었어요. 효과도 두드러졌고요.

처음에 건치 정세환 교수님과 류재인 교수님이 연구한 자료를 토대로 2012년 연말부터 시범사업을 했죠. 그리고 2014년 연말에 시범사업 평가를 했어요. 그때 정말 평가가 너무 좋고, 효과도 너무 좋았어요. 이게 다 좋으니까 발표하면 속된 말로 ‘뻥’같아서 아무도 안 믿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였어요. 물론 저는 당연히 결과가 좋을 거라 생각했지만.

특히, 경제적으로 취약한 아동계층에서 효과가 두드러졌어요. 두말할 나위 없이 학생도 학부모도 학교 보건교사도 다들 좋아했지요. 이제는 완전히 자리를 잡아 올해는 19개 구에서 시행하고 있고, 내년에는 25개구 전체로 확대해서 완성된 사업이 될 겁니다.

물론 처음에야 행정업무가 늘어나니까 보건교사의 반발도 있었고, 치과의사들도 미적미적 했지만, 변화들을 보면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돌아선 것도 다행이었습니다. 이제는 서울시치과의사회에서 서울시의회 의원들을 만나면서 치과주치의제의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하고 굉장한 발전이죠.

사업 접목방식 전략도 좋았어요. 학교에서 건강검진에 적용을 시켜서 학생 건강검진을 확대하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갔기 때문에, 안착이 매우 안정적이었어요. 그러고 나니까 다른 지자체서도 치과주치의제를 도입하려는 걸 보면서 ‘이거지!’ 라고 생각했죠. 바라는 건 이게 더 커지고 확산돼서 건강보험에서 이 사업을 흡수하는 것이었는데….

김철신 : 역시 건치의 치과주치의사업은 성공적이었군요. 이런 사업을 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 김창보 전 국장

김창보 : 아무리 좋은 기획을 해도, 결국 의료계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힘듭니다. 아까 말씀 드렸지만, 건강보험과 지자체가 분리돼 있다는 그 한계점을 의협이나 치협은 잘 알고 있습니다. 서울시에 기대할 것도 없고, 얻을 것도 없다는 거죠. 차라리 복지부를 상대해서 수가 올리는 게 확실한 거거든요. 그러다보니 서울시에 협조가 적극적이지 않았어요.

사실 치과주치의제만 해도 그랬죠. 막상 2012년에 시작되고 난 이후 1년 정도가 지나서야 치과의사들이 협조적이 돼서 사업 확장도 빨라지고, 보폭도 커지고… 의료계가 협조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었죠.

김철신 :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경험 자체는 매우 소중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건강보험 뿐 아니라 지역에서, 의료인, 그리고 시민단체가 함께 모델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건치에서도 서울시치과의사회를 열심히 설득했었죠.

김창보 : 치협이나, 의협 같은 의사회를 움직이는 게 정책적 동력이 되는 건 확실하죠. 다행히도 치과주치의제 할 때, 치과의사들이 ‘주치의’라는 표현 자체에 거부감이 없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잡음 없이 진행됐습니다.

치과주치의제를 어떻게든 시행을 시켰잖아요? 2013년 말에 그런 기사가 하나 떴어요. 아마 소아과개원의협의회 총회에서 나온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서울시의 아동청소년 치과주치의제처럼 우리도 비슷하게 사업을 구상해서 서울시 예산을 받자”하는, 주치의제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소아청소년과개원의협의회 쪽에서 콜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준비를 하고 있었죠. 이름도 ‘우리아이주치의’로 정하고, 뭐 주치의란 단어 안 써도 좋으니까 서울시의 0세부터 12세까지 아동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책임 있게 관리해주자는 생각에서 기대가 컸어요.

그런데 공식적인 입장을 확인해 달라고 하니 결국 소아과협의회 쪽에서 ‘반대’로 의견을 전달해 왔어요. 서울시와 아동주치의 사업을 함께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제기했던 제안을 뒤엎었죠. 아쉬웠어요.

김철신 : 그것만 어떻게 됐으면, 건강보험 17조 흑자로 아동 무상의료 운동까지 끌어갈 수 있었을텐데…

김창보 : 그렇죠. 그런데 정부에 대한 불신, 의사사회 안에서의 정서 등이 작용하면서…(침묵) 그렇게 됐습니다. 지금 돌이켜봐도 가장 아쉬운 일 중에 하나에요.

그동안 아이들에게 많이 주목을 했었어요. 서울시에서 건강격차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2012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했었어요. 그때 아이들에 대한 건강사업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됐어요.

그래서 서울대 강영호 교수님을 중심으로 한 ‘우리 아이 건강 첫걸음’ 사업이 시작됐던 거에요. 생후 0개월부터 36개월까지 훈련된 간호사가 방문해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체크해주고, 육아법도 교육하는 프로그램인데, 비용도 크게 안들이고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여기에 ‘아동‧청소년치과주치의제’가 시작됐고, 12세 아동까지 기대했던 ‘우리아이주치의’가 시행되었다면, 정말이지 임산부 시기부터 아이가 태어나 12세가 될 때까지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을까…(한숨)

김철신 :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아름다운 나라가 되겠네요. 그리고 만약 실행이 됐다면 10년 쯤 뒤에는 건강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성과도 있었을 텐데…

김창보 : 여러모로 아쉽죠.

리더의 ‘건강’에 대한 생각이 정책의 ‘키’
시장님 관심 덕에 보건의료정책 기획‧수행

김철신 : 보건기획관에서, 시민건강국장, 그리고 메르스 때도 일선에서 활약하셨는데, 국장님이 보시기에 박원순 시장의 보건의료에 대한 정책 마인드는 어떤 것 같아요?

김창보 : 이명박 시장 이전부터 일한 공무원들의 말을 빌리자면, 역대 시장 중 보건의료에 가장 관심이 많은 시장이 박원순 시장이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습니다.

물론, 이명박 시장 시절에도 시립병원의 확장과 시설투자가 많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당시가 서울시 역사상 가장 재정여건이 좋았던 때라고 하더군요. 만일 그때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시립병원은 현재보다도 더 열악한 환경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점에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김철신 : 의외네요.

김창보 : 그렇죠. 아무튼 제 생각에는 박원순 시장이 보건의료정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마도 영국에 유학하면서 NHS를 경험한 게 가장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NHS 때문에 곤란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NHS를 못하는 것인가?” 라던지 “서울시에서는 왜 무상의료를 못하는 것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 때문에 진땀을 흘리기도 했어요(웃음).

그리고 또 다른 것으로는, 뉴욕 전 시장인 마이클 블룸버그의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블룸버그 시장이 건강관련 정책을 많이 펼쳤잖아요? 탄산음료 컵 크기 제한이라던지, 담배 자판기 없애고…거기다가 그런 정책들을 정치적으로 잘 활용키도 했고요. 3선이나 했잖아요?

김철신 : 좀 이야기가 샐 수도 있지만, 블룸버그 시장은 왜 건강 관련한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된 걸까요?

김창보 : 아마 911 테러 이후에 뉴옥시민들이 ‘안전과 건강’에 대한 불안감이 높았고, 그런 민심을 잘 읽은 게 아닐까요? 건강정책뿐 아니라 ‘범죄와의 전쟁’도 선포하고 범죄율도 낮추고. 10년전 만 해도 미국에서 범죄율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였는데…

김철신 : 또 미국에서도 건강 수명이 높은 지역이 뉴욕 맨하튼이죠.

김창보 : 박원순 시장은 아마도 블룸버그 시장이 건강정책과 정치를 연결하려는 고민을 보면서, 더욱 건강정책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블룸버그 시장의 정책들을 많이 벤치마킹하기도 했구요.

또 재밌는 게, 다른 정책과 달리 건강정책은 처음 도입 할 때는 반발이 심한데, 도입하고 나면 점점 지지율이 높아진다는 겁니다. 다른 정책들은 도입 당시 확 높다가 시들해 지거든요. 리더가 건강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정책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철신 : 박원순 시장은 건강정책을 펼 때 뭘 중심적으로 생각하나요?

김창보 : 시장님이 자주 하는 표현이 있는데. “적어도 서울시에서는 돈 없어서 치료 못 받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걸 실제로 구현하기는 쉽지 않죠. 시립병원이나 보건소 같이 자원이 많은 것도 아니고, 예산이라도 많아서 의료비 부담을 크게 줄여주던가 해야 했던거죠. 하지만 둘 다 어려웠던거죠. 정책 목표는 그럴 수 있겠으나 현실에서는 여건이 따라주지 못했던 겁니다. 서울시만의 노력으로는 어려웠던거죠.

서울시에서의 경험 제대로 정리하고파
경험과 배움 공유가 남겨진 의무이자 숙제

▲ 김철신 편집국장

김철신 : 이제 한 사람의 시민으로 다시 돌아오셨는데,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김창보 : 경험을 정리하고 나누는 걸 잘해야겠다고 생각해요.

김철신 :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자면?

김창보 : 결국 4년 6개월간의 어쩌면 특별한 경험을 잘 나눠야 한다고 생각해요. 분명히 배우고, 얻은 게 있는데 이를 제대로 정리해 공유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책을 쓰는 것으로는 정리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 가지로 고민 중입니다.

김철신 : 실제로 가장 큰 지자체에서 보건의료정책 일선을 담당하셨고, 보건의료운동도 꾸준히 해 오셨고. 연관된, 연대 단체도 많지요. 그런 분들에게 경험자로서 조언이나 당부를 하자면?

김창보 : 서울시에 들어가서 처음엔 건치, 인의협 같은 연대단체 초청해서 공무원들이랑 같이 회의도 하면서 공무원들이 신선한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이명박‧오세훈 시장 10년을 지내면서 진보 쪽 단체나 인물과 접촉할 기회가 드물었다가 시장이 바뀌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풀도 확연히 변하니까 그런 것 같았어요.

그런데 그것도 2년 지나니까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게 된 것 같았어요. 물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도 있죠. 하지만 정말로 뼈저리게 느낀 건 준비가 부족했구나 하는 것이었어요. 국가 차원에서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지자체에 대한 관심이나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 같아요. 금방 아이디어가 고갈되고, 바닥 긁히는 소리까지 들렸죠.

조언이라고 할 것 까진 없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게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요. 보건의료운동, 정책을 다양한 레벨에서 고민하고 준비해야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지방의회가 국회랑 다른 색다른 재미가 있어요. 우선 지방의회는 현장과 깊이 결합돼 있고,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오가고, 논의돼요. 가령 “우리 동네엔 보건지소가 없고 너무 멀어!”라던지, 실제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들이 오가더라고요.

지난 세월을 반성해 보자면, 연대단체들에서 국회의원 진출은 관심이 있었지만 시의회 진출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 같아요. 풀뿌리 정치에 대한 전략이 없었죠.

서울시 1년 예산은 27조입니다. 그런 점에서 시의회와 좋은 관계를 만드는 데 적극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봐요. 시의회를 잘 활용하면 생활정치로서 구민 중심, 나아가 시민 중심으로 의료정책을 끌고 들어갈 수 있는 길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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