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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인 '현대판 부관참시'를 보며[논설] 송필경 논설위원
송필경 | 승인 2016.11.03 20:37

*본 기사는 고 백남기 농민 추모 특별판의 일환으로 배치되는 기사입니다. -편집자-

작년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시위 도중 68세 농민 백남기씨는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뇌사상태로 있다가 317일 만인 2016년 9월 25일 사망했다.

29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1987년 6월 9일, 대학생 이한열은 '고문살인 은폐 규탄 및 호헌 철폐‘를 위한 시위 도중 전투경찰이 쏜 최루탄에 뒷머리를 맞아 한 달 동안 사경을 헤매다가 7월 5일 22살의 나이에 사망했다.

이한열의 사망 원인은 일부 전경이 시위대를 겨냥해서 최루탄 발사를 원칙인 하늘 쪽으로 쏘아 올리지 않고 총처럼 수평으로 쏘았기 때문이었다. 백남기씨도 법적인 수압보다 훨씬 센 물대포를 곡사가 아닌 수평으로 맞았다.

대학생 이한열은 또래의 젊은 전투경찰이 무작위로 쏜 최루탄에 당했지만, 농민 백남기씨는 직업 경찰이 고의적으로 잔인하게 저지른 범죄로 봐야했다. 나는 농민 백남기씨의 죽음을 영웅적인 희생으로 몰아가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겠다. 민주 국가에서 국민이 국가에 막강한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개인 생명의 자유와 안전을 위해서다. 단지 민주국가에서는 백남기씨의 경우처럼 결코 수긍할 수도 수긍해서도 안 될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을 가졌을 뿐이다.

무릇 모든 생명은 숭고하기 때문에 그 죽음에 대해 엄숙해야 함은 살아있는 사람의 도리이자 의무여야 한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빼앗은 잘못을 한다면 책임자의 정중한 사과가 우선이어야 한다. 2005년 여의도 ‘농민시위’ 때 농민 두 분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국가 인권위원회는 사망의 원인이 경찰의 과잉행위라 하자 경찰은 조사 결과를 수용했고, 나아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머리 숙여 정중히 사과했다.

백남기씨의 경우 사고 당시 고의적이었음을 입증할 사진과 비디오 촬영물이 있고, 물대포를 규정을 어기고 쏜 행위자의 신원이 확실히 밝혀졌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어떤 조사도 없었고 책임자의 사과가 없었다.

사과는커녕 이제 와서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을 밝히겠다고 한다. 법적 규정 수압보다 훨씬 세게 직사한 물대포를 맞아 넘어져 뇌출혈로 의식을 잃어버린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는 사망 원인이 아닌가. 317일간 식물인간으로 지내다 얻은 신장이 기능 이상으로 심장이 정지한 것을 경찰은 사망 원인으로 삼고 싶어 부검을 강행하려고 한다.

경찰은 왜 사망원인을 심장정지라는 삼척동자도 비웃을 개그를 벌일까. 이런 의문은 지난 미세먼지가 사회 쟁점이 되었을 때 환경부가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고등어 구이’ 때문이라고 둘러댔을 때와 비슷하다.

경찰 고위 간부들이나 환경부 관료들은 대단한 엘리트이지 동네 양아치 수준이 결코 아님을 나는 단언할 수 있다. 그런데도 고급 관료들이 이렇듯 동네 양아치 수준으로 원인을 둘러대는 것은 국민들을 향해 보고 하려는 것이 아니라 최고 권력자에게 아부성 보고하기 위함일 것이라는 나는 추측을 한다. 권위주의 권력은 국민들에게 존경의 대상이 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자신의 잘못을 쉽사리 인정하지 않는다. 무능할수록 그러한 성향이 더 강렬하다는 것을 이번 정부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정부는 자신의 실책을 책망하고 결점을 인정하게 하는 진실에 대해 극도의 증오심을 가지고 있다. 노회한 관료들은 여기에 편승하기 때문에 양아치 개그가 난무한 것이 지난 3년 반 가량 이 정부의 실상이었다. 관료들의 터무니없이 보이는 의식 수준은 권위주의 권력이 관료들에게 심리적으로 강제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우리의 권위주의 권력은 사회의 병리와 왜곡을 심화시켜 위기를 계속 증폭시키고 있다. 지금 농민 백남기씨의 죽음과 이를 둘러싼 갈등이 그 위기를 잘 대변하고 있다. 국민의 눈이 아무리 가식에 현혹되고, 국민의 귀가 아무리 소음으로 인해 잘못 듣고, 국민의 이해력이 아무리 이익 탓에 어두워진다 해도 깨어있는 자는 진실의 목소리를 잠잠하게 해서는 안 된다.

“같은 돌부리에 두 번 넘어지면 어리석은 자다.”

우리 사회는 어리석게도 권위주의 정권을 연거푸 선택했다. 이런 업보가 양심적으로 열심히 살아 온 한 농민을 어이없는 죽음으로 몰았다. 한 생명의 죽음에 대해 ‘우리 모두의 죄’라는 말이 그저 빈 말로 그쳐서는 안 된다. 좋은 정부를 반드시 만들어야만 농민 백남기 어르신을 고이 보내드리는 길임을 가슴에 깊이깊이 새기자.

송필경  spk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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