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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업구조 속 구강 불평등 문제['소곤소곤' 산업구강보건③] 산업 구조조정에서의 치과의료 불평등
한동헌 | 승인 2016.10.04 16:24

지난 추석 연휴에 텔레비전에서 방영한 만화영화 ‘슈렉2’에서 주인공 슈렉이 마법약을 만드는 공장에 들어가서 이곳에는 치과보험(Dental Plan)이 있냐고 물어보지만 없다는 답이 돌아오자 불평하는 장면이 나온다. 다른 중요 질병에 비해 생명을 위협하는 우선순위는 떨어지지만, 치료받지 못하면 많이 불편하기에 나오는 질문일 것이다.

치과보험을 들어주는 직장은 좋은 직장이고 그렇지 않은 직장은 덜 좋은 직장이라는 의미로도 읽힌다. 대한민국은? 전국민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는 대한민국도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 사이에 치과의료 이용의 불평등이 존재한다.

대기업에서 제공하는 치과 진료비 지원항목이 그것이다. 대기업마다 차이가 있지만 매년 적게는 수십 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 만 원까지 치과진료비를 지원해주는 반면 하청업체나 중소기업의 경우 월 급여도 적지만 치과진료비 지원같은 부가 급여도 없거나 매우 적다.

대기업 노동자가 그동안 받던 치과진료비 지원을 못 받게 된다면? 아니, 대기업 노동자가 갑자기 실직하게 된다면? 삶의 여러 가지 조건이 변하겠지만 치과의료 이용 행태도 변화할 것이다. 산업 구고조정이 이루어진다면 이러한 변화는 더 큰 형태로,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고 이런 일이 대한민국 한 지역사회에서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조선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여파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빅3’를 포함한 국내 중대형 9개 조선사의 조선·해양관련 인력은 2014년 20만4635명에서 2015년 19만5000여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조선사의 1·2차 협력업체가 50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한 것까지 더하면 한 해에 1만5000여명의 조선업계 인력이 줄었다. 거제시는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거제시민 25만7천여명 가운데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만 8만2천여 명이다. 양대 조선소, 사내외 협력업체 노동자와 그 가족이 거제 인구의 75%에 이른다.

대우와 삼성 두 기업이 낸 지방소득세는 거제시 전체 지방세의 20%. 지역 내 총생산의 75%를 조선해양산업이 담당하는 거제지역 경제에서 조선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상황이다.2) 조선산업으로만 이루어진 섬의 도시 거제시는 조선산업이 휘청이는 데 따라 시민 대다수 노동자와 그 가족의 삶이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4조2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은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을 단행해 30%의 인력을 정리했고, 1조5천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낸 삼성중공업도 임원 30% 이상 감축과 수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1) 문제는 올해도 조선업계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대규모 실직 사태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구조조정이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해외 연구는 고용불안정이 심장질환 발생의 위험요인3)이거나, 구조조정에 노출된 노동자의 전반적인 건강 악화의 원인4)5)이라 보고한다. 구조조정의 부작용은 단기간에만 나타나지 않고, 소득손실과 경제적 능력 저하, 지속되는 고용불안정 등으로 영향을 미친다. 단기간으로는 음주, 흡연 등 건강 행태의 악화로 인한 사망률 증가, 심혈관계 질환 증가, 우울증 등 정신건강의 악화, 기타 사회적 관계의 변화로 인한 건강 악화 등이 있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생존노동자의 사회심리적인 정신건강(불안/우울, 자신감) 등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6)와 정리해고자의 건강행동 및 정신건강을 다룬 연구7) 및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실직자의 건강행태와 건강을 다룬 연구결과8)가 있다. 최근 쌍용자동차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노동자 자살로 구조조정이 노동자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긴 했으나, 구조조정과 노동자 건강에 대한 체계적인 한국 내의 연구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하물며 산업구조조정이 노동자 구강건강 및 치과의료이용에 미치는 영향이야 말할 것이 있으랴. 이는 장기적인 구강건강 및 치과의료이용 추적연구가 불가능한 조건, 구조조정 대상자들을 찾아내기 힘든 조건, 노동자의 구강건강과 치과의료이용이 기본적인 권리로 우선시 되지 않는 조건 등의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산업구조조정과 고용불안정으로 발생하는 노동자의 구강건강과 치과의료이용에 대해 기록하는 작업은 매우 슬픈 일이다. 이러한 비극을 예방하지 못하고, 벌어진 상황을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슬픈 상황의 기록을 통해 치과의료 이용이 보편적인 권리로 인식될 수 있는 근거를 만들 수 있을까?

구강건강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까? 이 작업을 시작해야 할 의미를 찾자 하니 드는 생각이다.

 

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4/22/2016042201741.html

2) http://www.idomin.com/?mod=news&act=articleView&idxno=494733

3) Virtanen M, Nyberg ST, Batty GD, Jokela M, Heikkilä K, Fransson EI et al. Perceived job insecurity as a risk factor for incident coronary heart disease: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BMJ. 2013;347:f4746.

4) Geuskens GA, Koppes LL, van den Bossche SN, Joling CI. Enterprise restructuring and the health of employees: a cohort study. J Occup Environ Med. 2012;54(1):4-9.

5) Quinlan M, Bohle P. Overstretched and unreciprocated commitment: reviewing research on the occupational health and safety effects of downsizing and job insecurity. Int J Health Serv. 2009;39(1):1-44.

6) 김왕배, 이경용. 기업구조조정과 생존자들의 사회심리적 건강. 한국사회학. 2005;39(4):70-100.

7) 조성애, 정진주, 구정완. 동종산업 종사 근로자와 정리해고자의 정신건강상태 비교연구. 대한산업의학회지. 2003;15(4):335-343.

8) 홍대균, 김정원, 강동묵. 구조적 실업이 건강관련행태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 대한산업의학회지. 2009;21(4):346-353.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교수)

 

한동헌  dhhan7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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