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견문록] 쉴라의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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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견문록] 쉴라의 불만
  • 이상윤
  • 승인 2005.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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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라가 살면서 사회에 가지는 가장 큰 불만은 역시 의료서비스의 문제이다. 알다시피 미국에는 약 5천만명이 전혀 의료보험이 없이 방치되어 있다. 미국의 개인파산자의 절반이 의료비때문이라는 통계도 있다.

 의료보험료를 전혀 부담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연방정부나 주 정부에서 운영하는 웰페어(welfare) 프로그램에 의해 의료서비스의 혜택이 주어지는데 이것이 우리나라로 말하면 의료보호에 해당하는 것이다. 쉴라의 불만은 의료서비스 중에서도 특히 이 웰페어 프로그램에 있다. 쉴라는 옛날에 직장에서 일하다가 허리를 다쳐 계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의료보험이 없으면 안되는 형편인데 웰페어는 그 수급대상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웰페어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웬만큼 가난해서는 안된다. 그래도 어떤 사람들은 차라리 일을 덜 해서 수입을 줄이더라도 웰페어를 받으려고 한다고 한다. 그 만큼 의료비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혈압에 당뇨로 계속 의사를 만나고 약을 사먹어야 하는 사람들은 의료보험이 없으면 거의 살아남기가 어렵다. 한데 안타까운 것은 가난한 흑인들일수록 뚱뚱하고 비만에 관련된 지병이 많다는 것이다. 교과서에 고혈압이나 당뇨의 리스크 팩터(risk factor)로 흑인과 낮은 사회경제적 처지가 나와 있을 정도이다. 웰페어의 또 다른 문제점은 급여를 아주 제한적으로 운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있는 오하이오주에서 치과치료의 경우를 보면 치주치료는 전혀 커버가 되지 않는다.

 부분틀니도 거의 커버해주지 않는다. 부분틀니를 하려면 남아있는 치아들이 아주 건강해서 이 환자가 수년내에 또 다시 이 문제로 웰페어에서 급여를 받는 일이 없다는 것이 심사과정에서 납득되어져야 한다. 그런데 짐작할 수 있듯이 부분틀니를 해야하는 환자들의 남은 치아들이 방사선 사진 상에서 싱싱하게 보일 리가 없기 때문에 거의 커버가 안되는 것이다. 대신 총의치는 거의 100프로 커버가 된다. 근관치료도 거의 심사를 통과하기 힘들다. 아마 치주와 비슷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대신 발치는 무제한 커버된다.

 그래서 웰페어 환자들은 치료계획이 전악발치하고 총의치로 가는 경우가 많다. 웰페어로 가면 전부 무료인데 치아를 살려보겠다고 루트 플래닝하고 신경치료하고 하면 벌써 몇 천불이 나가게 되니 치과의사도 권하지 않고 환자도 나이에 상관없이 기쁘게 총의치를 받아들인다. 처음에 미국에 와서 미국이 선진국답지 않게 총의치 환자가 많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런 사정도 그 이유들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웰페어의 또다는 약점은 치료비를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아주 싸게 책정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발치의 경우 단순발치가 아닌 경우 보통 치과에서 2-300불 정도 받는데 웰페어는 50불 수준이다. 그러니 웰페어 카드가 있어도 환자들이 찾아갈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다. 그런데 그나마 이런 웰페어 프로그램도 그 급여범위를 점차 축소해가는 추세이다. 현재 쉴라는 본인은 회사에서 단체로 계약한 의료보험에 돈을 내고 가입하고 있고 쉴라의 아이들은 웰페어 프로그램으로 커버되고 있다. 아이들이 웰페어로 커버되는 이유는 아이들의 아버지가 의료보험을 책임지기로 되어 있는데 애들의 아버지가 911이후에 실직상태로 있기 때문이다.

쉴라의 또다른 불만은 정부가 애들을 키우는데 간섭한다는 것이다. 알려진대로 미국은 자기자식이라도 체벌을 하면 아동학대혐의로 경찰에 체포된다. 쉴라가 보기에 이것은 정부가 부적절하게 간섭하여 부모로 하여금 자식들을 제대로 교육시킬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애들이 버릇없이 굴고 제멋대로 가는데도 부모는 자식을 따끔하게 혼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쉴라의 불만이다.

 그래도 실제로는 집안에서는 다들 체벌을 한다고 들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실제로 그렇긴 한데 요즘에는 학교에서 애들에게 그런 경우에 아동학대로 경찰에 신고하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실제로 그렇게 신고하는 경우가 있냐고 하니 자신의 형부가 당한 이야기를 해준다.

 14살짜리 자기 애를 때렸는데(spanked) 애가 신고해서 중범죄(felony)혐의로 체포되어 감옥까지 갈 뻔했다가 다행히 법정에서 경범죄(misdemeanor)로 감경되어 250불의 벌금형으로 막았다고 한다. 쉴라에 따르면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a lot!)이다. 쉴라가 어렸을 때만해도 이런식까지는 아니었는데 할일 없는 공무원들이 자기들 밥그릇 놓지 않기 위해서 쓸데없는 일을 자꾸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는 것이 쉴라의 생각이다.

 쉴라의 생각대로 공무원들이 밥그릇을 챙기려고 꾸며내는 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아동의 인권이라는 명목으로 부모를 신고하도록 학교에서 가르친다는 것은 그냥 웃고 넘길 일은 아닌 것같다. 미국은 흔히 애들의 천국이라고 하는데 아동들에 대한 국가적 배려들이 혹시 자국민들에 대한 불신과 건강한 가치관의 부재에 근거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이상윤(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 치주과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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