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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된 남북 구강보건의료를 그려본다[특집 건치 산하조직 소개①] 남북특위, 분단된 조국에서 치과의사로서의 역할을 찾다
안은선 기자 | 승인 2016.10.21 18:17

본지는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공동대표 김용진 정갑천 이하 건치) 8개 지부 기획에 이어, 건치 산하 조직인 남북구강보건특별위원회(이하 남북특위), 구강보건정책연구회를 비롯해 건치 사업국으로 출발해 지금은 어엿한 독립조직으로 성장한 베트남평화의료연대(약칭 평연)에 이르기까지 건치를 둘러싼 전문 사업조직을 다뤄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민간차원에서의 통일시대를 준비하며 북한의 구강보건의료에 관심을 갖고, 치과의료인으로서 남북 교류에 앞장서 온 남북특위에 대해 소개코자 한다.

본지는 지난 9월 30일 남북특위 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남북특위의 과거와 현재의 활약상을 짚고, 향후 사업 방향 및 바람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인섭 위원장을 필두로, 박남용 원장, 이상복 원장, 안준상 원장, 변강원 원장이 자리했다.

* 명칭 변경 : 2016년부터 북한의 구강과는 치과로, 구강병원은 치과병원으로, 구강의사는 치과의사로 명칭이 변경됐습니다. 기사에는 시대상을 반영해 당시 명칭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 편집자

▲ 남북특위 위원 일동
▲ 1997년 북한어린이살리기의약품지원본부 결성식

구강보건영역에서의 통일 준비를 시작하다

1995년 북한 대홍수를 기점으로, 남한에 본격적으로 대북지원단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 건치는 북한어린이살리기의약품지원본부(현재는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이하 지원본부)에 결합해, 의약품 지원에 동참했다. 이후 구강보건영역에서의 지원을 고민하던 건치는 마침내, 2001년 김인섭 초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남북특위’를 발족했다.

남북관계가 국제 정치‧경제적 영향을 많이 받는 탓에 출범 후 1,2년은 지원본부와 함께 의약품 보내기 사업에 참여하면서도, 건치 내부적으로는 치과의료인들이 통일에 대한 상식적이고 우호적인 생각을 갖고, 치과영역에서 가능한 일을 찾는데 집중했다.

초기 대북사업에 대해 김인섭 위원장은 “북측과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던 시기”라고 평가했으며, 박남용 원장은 “건치의 이름을 북에 알리고 신뢰를 쌓는 과정이었다. 어떤 상황에도 약속한 것을 꼭 이행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북측의 불신을 하나씩 없애나가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짚었다.

▲2004년 용천돕기캠페인 1차 지원
▲ 2005년 건치는 북한에 구강용품 5차 지원에 나섰다.

그런 노력이 통한 것일까? 박남용 원장은 2003년을 남북특위 사업의 ‘분수령’으로 규정하고 “그 해 2월 건치는 4차 방북에 나서 유닛체어, 구강보건관련 기자재, 소모품을 보내기로 북측과 합의했다. 그와 동시에 북한 구강보건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물품지원을 위한 독자 통로를 개척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남북간 물품지원을 비롯한 교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2003년 11월에는 건치 6차 방문을 통해 북측 민족화해협의회와 평양의학대학병원, 구강(병)예방원 2곳의 보철실(기공실) 설비를 현대화하기로 합의했고, 2004년 7차 방북에서는 조선적십자종합병원 구강전문병원 보철실 설비 세팅 및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모니터링을 비롯해 보철사를 대상으로 한 기술교육을 실시했으며, 남북특위는 북측에 학술교류를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 박남용 원장

이후 2005년 3월 건치 8차 방북단은 지원물품 및 장비들을 세팅하고 사용법에 대해 교육하고, 학술대회에 대한 내용 협의에 나섰다. 당시 상황에 대해 박남용 원장은 “남북한의 요구가 서로 달라 많은 논의를 거쳤다. 더군다나 북측에서는 서면 약속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어 일의 진척이 많이 더뎠다”면서 “대화를 통해 서로 양보해 가면서 어느 정도 합의가 됐을 때 정세가 안 좋아지면서 그해 10월에야 학술대회를 열 수 있었다”고 밝혔다.

10월 3일에 ‘남북 구강보건 분야 과학기술 경험교류’란 이름으로 진행된 학술대회가 남북특위 위원들에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당시 교류회에는 건치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측에서 총 27명이 북한을 방문했다.

이에 대해 이상복 원장은 “당시 처음으로 북측 구강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면서 “단 하루였지만 그런 선례가 없어 뿌듯했다. 당시 우리 목표는 남한 치과의사들이 북한의 구강보건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그들과 교류하는 것이었는데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한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2005년 제1차 남북 구강보건분야 과학기술 경험교류에서 인공치아이식 시연 중
▲제1차 남북 구강보건분야 과학기술 경험교류
▲2005년 10월 3일 남북 구강보건분야 과학기술 경험교류

남북 치과의료 격차 줄이기에 범 치과계가 함께

이런 남북특위의 대북지원 사업이 치과계 안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를 치과계 전체로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래서 대한치과의사협회를 필두로 대한치과기공사협회, 대한치과위생사협회, 대한치과기재산업협회 등 유관단체가 참여하는 ‘남북구강보건의료협의회(이하 남구협)’이 2006년 3월 30일 결성됐다.

남구협은 대북지원에 대한 범 치과계 협의체로 지금까지 기능하고 있다. 남북특위는 남구협과 함께 대북지원물자 보내기를 비롯해 개성공단 내 치과진료소 설립을 추진했다. 남구협은 2007년 방북해 개성공단 방문회의를 열고 남북근로자의 근로환경 및 구강진료 현황을 파악하고 진료소의 위치 및 규모 등을 논의하고, 공사부터 이후 진료 진행에 관한 전과정을 진두지휘했다.

▲ 이상복 원장

2008년 5월에는 겨레하나 치과병원(평양 제1인민병원 구강과) 준공식에 맞춰 ‘2차 과학기술경험교류’ 개최를 다시 제안했고, 마침내 그 해 10월 ‘남북학술간담회 및 시연회’를 진행하게 됐다.

당시 총괄기획을 맡은 이상복 원장은 “애초에 우리가 구상한 시나리오대로 학술교류가 진행되지 않을 걸 염두해 두고 플랜을 여러개를 짜서 갔다”며 “그 때 목표는 치과기자재 같은 하드웨어 지원 뿐 아니라 북측 구강의사들이 남측의 치과의료에 대해 알 수 있도록 도서관을 설치하고 책을 기증하는 것이었다. 이것을 달성해 기뻤다"고 전했다.

남북특위는 학술교류에서 취합된 자료를 바탕으로 2009년엔 북한의 ▲의료체계 ▲의료인력 양성 ▲구강 치료의 실제 및 교육체제 ▲병원운영 ▲충치치료를 주제로 간담회를 진행하고 '10년의 활동보고백서'를 발간키도 했다.

이후 2016년 2월 북한의 핵실험, 장거리 로켓 발사로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까지 개성공단진료사업에 적극 참여해 왔으며, 지난 5월부터는 건치 지부를 대상으로 한 순회강연을 시작으로 9월에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MOU를 체결하고 대북지원 사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 중에 있다.

한편, 남북특위는 지금까지 사업을 돌아보며 가장 아쉬운 점으로 “항상 정치적인 문제로 발이 묶이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 남구협, 2007년 조선적십자 병원 구강수술장 방문

‘북한보건의료 전문가’ 양성이 향후 과제

남북특위는 처음 결성될 때부터 “단순 지원이나 교류가 아닌 통일 이후의 남북 치의학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대비”를 목표로 세웠다. 현재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인해 무척이나 경색된 남북관계에도 불구하고, 남북특위는 향후 10년, 그리고 통일을 내다보며 ‘북한 구강보건 전문가 양성’을 추진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 김인섭 위원장

이상복 원장은 “지금까지 실무위주의 사업만 계속 만들어내고, 추진해 왔다”면서도 “정세에 민감한 사업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북한 보건의료를 연구하는 전문가가 거의 없어 그때그때 정보들을 취합해 가면서 다음 사업을 구상하는 건 힘에 부치는 일”이라고 현 상태를 진단했다.

이에 김인섭 위원장은 “현재 치협에서 치의학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거기에 한 분과로 통일치의학이 들어가면 좋겠다”라며 “지금까지 남구협을 통해 이룬 성과, 쌓아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남북간 구강보건의료체계 비교라던지 남북 모두에 발전이 되는 연구들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문제는 흔히 우리 내에서는 민족문제로 바라보지만 실상은 동북아시아의 공동의 평화체계를 만드는, 그 지점에 있다”면서 “당장의 핵문제뿐만이 아니라 민간차원에서라도 서로를 알아가면서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고,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독일통일의 교훈에서처럼 통일 후 양 국가의 의료체계 통합에 반드시 혼란이 생길 것”이라며 “경험교류 수준의 것 이상으로 체계적인 연구를 시도하는 학회, 그룹들이 생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2004년 조선적십자종합병원 구강전문병원 내부
▲ 2008년 평양 겨레하나 치과병원 준공식
▲ 2008년 건치 23차 방북, 방문단이 북한측 인사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안은선 기자  gleam0604@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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