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2004 치과계를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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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2004 치과계를 전망한다
  • 편집국
  • 승인 2004.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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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과전문의제가 시행과정상에서 파행을 겪자 건치가 지난달 12일 긴습회의를 열고 대책팀을 꾸리는 한쳔,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2004 치과계를 전망한다

노무현 참여정부 출범으로 특징 지워진 2003년이 지나가고 새해가 밝았다.
2003년은 새 정부의 출범과 이라크 전쟁 등 전쟁 위기 고조로 인한 경제불황이 사회 전 부분에 영향을 미친 가운데, 급변하는 의료환경 속에서 술렁인 한 해 였다. 치과계 또한 수 십 년을 끌어온 치과의사전문의제 시행, 노인무료틀니사업, 의료시장 개방, 불황·경쟁가열에 따른 각종 잡음 등 다양한 이슈들로 숨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총선을 둘러싼 정치계의 지각변동과 전면화되는 시장개방의 흐름속에서 예측하기 힘든 사회적 변화가 예고되는 2004년 새해, 치과계 역시 여러 어려운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예견된다.
본 보에서는 새해 치과계에 나서는 다양한 과제 중 5가지 현안을 짚어본다.     

1. 파행겪는 치과전문의제

천신만고 끝에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발표되고, 올해 처음으로 수련의를 선발하는 등 치과의사전문의제가 마침내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풀려진 것보다는 풀어야할 과제가 더 많은 게 사실이다.

핵심은 “8%의 전문의 배출이라는 소수정예 원칙이 지켜질 수 있는갚 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졸업생의 35% 인턴 선발기준이나 구강외과 단일과목 선발의 유권해석 왜곡 등도 결국 최종적으로 8%라는 소수정예 원칙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와 긴밀히 연관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제51차 대의원총회 결의사항 즉, 올바른 치과의사전문의제의 도입을 위해 모든 기득권까지 포기한 대다수 개원의의 합의사항이 대한치과병원협회 등 일부 이해당사자들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다.

구강보건과 정한덕 사무관에 따르면, “올해 인턴 선발 기준이 ‘졸업생의 35%’로 결정된 것은 김화중 복지부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 한다. “35% 선발 이후 최종적으로 어떻게 8%를 추려낼 것인갚에 대한 어떠한 방책도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서, 상층부의 지시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인턴 35% 선발이 과연 타당한지 고민조차 없는 것이 현재 정부 관할 부서의 현실이다. 심지어 치협에서는 구강외과 단일과목을 인턴으로 왜곡 해석하는 한편, 그 정원을 35% 외에 별도로 선발할 수 있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강보건정책연구회 곽정민 회장 권한대행은 “전문의 자격을 따기 위해 인턴 포함 4년간의 수련을 마친 35% 중 자격을 받지 못하는 27%가 과연 가만 있을 지 의문”이라며, “첫 전문의가 배출되는 2008년 엄청난 혼란이 일 것이 뻔함에도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는 치과병원들의 입김에 눌려 전문의제를 졸속으로 몰고가는 치협 관계자들의 무책임한 자세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한다.

비단 치과의사전문의제에 대한 치협의 태도는 ‘무책임성’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 김용진 사업국장은 “국민의 구강건강권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이 제도의 올바른 시행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치과의사 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등 사회각계 인사들이 모두 참여하는 범대책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현 치과의사전문의제 시행위원회(이하 시행위) 구성에 문제를 제기한다.

실제 현 시행위는 치과계 내에서도 절대 다수 개원의 보다 치과병원의 입장이 더 관철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뿐만 아니라 시행위의 논의사항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채 밀실적으로 진행되고 그대로 복지부로 전달되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 지난달 ‘수련치과병원 실태조사 결과’에 대한 건치의 질문에 “사안의 중요도에 따라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정보 제공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듯 치협의 밀실행정적 태도로 인해, 지난 11월 진행된 실태조사 결과와 수련병원 지정 및 전공의 정원 책정이 어떠한 기준에서 이뤄졌으며, 지정된 병원이 수련병원으로서의 기준에 실제 적합한 지, 어떠한 경위에서 8%의 전문의 배출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35%의 전공의 수를 선발하게 되었는지 등을 회원들이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며, 이는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와 더불어 졸속행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강릉 치대 정세환 교수는 “의료보장제도와 의료전달체계, 인력수급방안 이 세가지가 동시에 풀려야 하고, 실제 인력수급문제는 어떤 보장제도와 체계 하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국가의료체계가 혼합형인 한국사회 현실에서 영국식의 정부규제형 인력수급방안을 강구했으니, 현재와 같은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즉, 현재와 같은 보장제도·의료전달체계 하에서 인력충원과 병원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치과병원들의 반발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익보존을 위한 지원금 마련’ 등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해야 할 당사자인 정부는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정교수는 “치과의사전문의제가 전체 의료전달체계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복지부 제반 부서와 긴밀한 논의와 협조가 뒷받침되어야 함에도 구강보건과에 모두 일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복지부 산하 여타 부서와 치과계, 시민사회단체 등을 모두 포괄하는 시행위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치과의사전문의제도는 치협과 복지부의 밀실·졸속행정으로 인해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시행위의 재구성을 통해 치협과 정부의 밀실·졸속행정을 바로잡고, 수련의 선발 기준을 20% 이하로 낮추는 것을 시작으로 올바른 전문의제도가 정착될 수 있게끔 지금부터라도 다시 전 회원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2. 치과계 학술풍토 혁신

‘세미나 붐’.
현 치과계 학술문화를 특징지울 수 있는 한마디다.
늘어나는 학회와 범람하는 각종 세미나, 점차 대형화되어 가는 학술대회.
치과의사 수가 증가되고 개원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생존을 위한 학구열의 증대와 그에 따른 각종 세미나의 범람을 두고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 서울 치대 동문회 권오양 학술부회장
그러나 이렇듯 각종 세미나의 범람이 상업화를 부추기고 개원의간 경쟁을 지나치게 과열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또한 범람하는 각종 세미나 속에서 검증되지도 않은 낮은 질의 강연이 버젓이 진행되는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 치대 동문회 권오양 학술부회장은 “학술이 발전함에 따라 분야별로 세분화되고 발전적으로 서로의 학회가 발생·파생하고 있고, 개원의들이 이렇듯 학술의 발전에 따라 보다 심도깊은 학문적·임상적 지식과 술식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며 무수히 학회가 생겨나고 세미나가 범람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러나 권 부회장은 “현재의 의료보험 제도하에서 치과의료의 지나친 상업화는 조만간 큰 난관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며, 특히 “개원의간 경쟁과 갈등을 심화시키는 학회의 인정의제도는 당장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위 ‘배워두면 돈벌이에 도움이 되는’ 교정과 보철, 임프란트 등에 편중된 현 학술풍토에서 이와 관련된 학회들이 인정의제를 고수한다면, 올해부터 시행되는 치과의사전문의제도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인정의대책위에서도 “‘인정의’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다른 방안’이 인정의제 폐지의 의미에 부합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아울러 치협에서도 유사학회의 범람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공식학회제도 뿐만 아니라, 돈벌이에 도움이 되는 몇몇 학문 뿐 아니라 치과계 학문 전반이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의료제도적 개선점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관철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작년 포장된 임상술식이나 편협한 이론을 검증하고, 나아가 연자의 노력을 최대한 이끌어냄으로써 강연의 질을 높이기 위해 종합학술대회에 Panel Discussion제를 도입한 서울 치대 동문회의 시도처럼, 치과계의 학술풍토를 혁신하기 위한 보다 많은 노력들이 필요할 때이다.

3. 치협 민주화 시동…차기 회장 직선제로

 올해 치과계 또 하나의 핵심 화두는 치협의 대의원제도 혁신 작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이다. 현재 치협에서는 회장 선거제도개선이 대의원총회 수임사항으로 결정됨에 따라 선거제도개선소위원회(위원장 장계봉, 이하 개선소위)를 구성해, 연구사업을 진행중이다. 그러나 개선소위에서는 단지 선거제도 개선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현행 대의원제도가 안고 있는 제반 문제점을 파악,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선거제도개선소위원회 장계봉 위원장
개선소위 장계봉 위원장은 “시대의 대세로 되고 있는 회장 선거 직선제 도입을 우리 치과계에는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와 현행 대의원제도가 회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두가지 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연구활동의 방향성을 설명한다.

장 위원장에 따르면, 연구소위는 현행 대의원제의 문제점 극복을 위해 대의원들의 대표성과 여성·젊은층 대의원할당제 도입 등 대의원 배정의 합리성 제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회장 선거 직선제 도입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는 도입돼야 한다”는 합의 아래 점차적으로 도입될 수 있는 제도적·정서적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구소위의 최종 보고서 내용은 2월 초로 예정된 마지막 모임 이후에나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보고서의 내용이 어떻게 정해지든, 오는 4월로 예정된 치협 대의원총회 이후 대의원제 개선과 회장 직선제 도입문제는 치과계의 핵심 화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00년 서울시 중랑구 회원들의 설문조사 결과에도 나타났듯, 일반회원들 사이에서는 “회장 직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이고, 의협에 이어 약사회까지 첫 직선제 회장이 나온 상황에서 당장 내년 치뤄질 회장 선거에 직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은 높아갈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올해 현행 대의원제도 혁신을 통해 치협의 민주화가 어느정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며, 당장 내년 회장 선거에 직선제가 도입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4. 높아가는 윤리강령 제정 요구

얼마 전 치과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단국 치대 서모 교수의 성폭행 사건은 국민 속에 자리매김 하는 전문가집단으로서의 위상에 커다란 흠집을 남긴 수치스러운 사건이었다.

비단 위 사건 뿐 아니라, 최근 치과계는 의사 수 증가와 경쟁 가열 속에 돌팔이, 허위광고, 불법의료행위 등 각종 잡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추세에 따라 치협에서는 개원의 보수교육과 학부 과정에 ‘윤리’과목을 포함시키거나 자체적인 자율정화를 위해 정부에 ‘의료인자율징계권’을 요구하는 등 다방면의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치과의사 윤리강령’을 현 시대에 맞게 새롭게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건치는 재작년부터 1년여의 연구작업을 통해 작년 4월경 서문과 전문직으로서의 치과의사, 치과의사와 환자관계의 윤리 등 총 6개 항목 22개 세부조항을 갖춘 ‘치과의사 윤리강령’(시안)을 마련한 바 있으며, 올해에는 대대적인 ‘치과의사 윤리선언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치과의사회에서도 지난 89년 만든 윤리지침을 보완·강화해 올 3월 대의원총회에 상정키로 하고 지난달 20일 인제 의대 강신익 교수, 원광 의대 김수남 교수 등이 참가한 가운데 첫 소위원회를 열고 본격적인 연구작업에 돌입했다.

▲ 서울시 치과의사회 이준규 법제이사
서치 이준규 법제이사는 “최근 의료광고 및 홍보와 관련해 회원과 협회간 마찰이 잦고, 코디네이터가 과잉진료와 마케팅에 이용되는 경향이 있는 등 시대의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세부지침이 부족하다”며 윤리강령 보완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또한 “의료인자율징계권을 얻고 학부과정에 윤리과목을 강화하는 한편, 협회 윤리위원회 강화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작년 11월 치협 지부장회의에서도 “현 치협 윤리강령이 너무 선언적이고 구체적이지 못해 구체적인 윤리강령과 지침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치협 법제위원회에서도 “각 지부별로 자발적으로 논의되고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돼 상향식 요구가 이뤄지면 이후 공감대의 성숙도에 따라 협회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때문에 서치가 윤리강령을 보완·강화해 치협에 상정하고, 건치 윤리팀에서 대대적인 윤리선언운동을 벌이게 되면, 범치과계 차원에서 올바른 전문가집단의 상을 구현하기 위한 윤리강령 제정이 전면화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5. 경제특구 내국인 진료 허용 논란

사회 전반적인 시장개방 흐름과 발맞춰 의료시장개방과 경제특구 문제가 올해 치과계에도 지대한 핵심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1월 25일 서치에서 긴급 구회장단연석회의를 열어 ‘결사 반대’의 뜻을 비추고, 치협 차원에서 전면 대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듯, 의료시장개방과 경제특구 문제가 치과계에는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는 주요사안이기 때문이다.

▲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김의동 연대사업부장
현재 도마에 오른 것은 경제특구 내 ‘내국인 진료 허용 문제’이다.
건치 김의동 연대사업부장은 “사실 의료시장개방은 선진국들이 ‘의료분야’ 개방협상에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다만 그는 “투자유치를 위해 의료나 교육분야를 희생의 도구로 삼고, 의료문제를 경제적 논리로 풀어나가려는 현 정부내 정책입안자들의 미리부터 기는 자세가 더 큰 위험요소”라 지적한다. 그 대표적 사안이 바로 ‘내국인 진료 허용’인 것이다.

김 부장은 “내국인 진료가 허용되면, 근처의 영세치과들에 영향을 줄 것이고, 때문에 그 치과들도 돈이 되는 고급 위주로 진료행위를 하게 될 것이며, 결국 강제지정제도 폐지와 민간보험 도입, 수가 인상 등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즉, 내국인 진료 허용은 영리법인 허용, 민간의료보험 도입을 불러오고, 이는 국내 보험에도 영향을 미쳐 치과계와 구강의료체계의 변질을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다.
비단 이 뿐만이 아니다. 치과계의 경우 현재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치과의사 수 증가에 따른 경쟁가열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외국인 면허인정문제’ 등도 불거질 수밖에 없다.
어느 때보다 치과계의 단결된 목소리와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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