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기행의 꽃' 정동길에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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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기행의 꽃' 정동길에 들어서다
  • 조인규
  • 승인 2016.11.3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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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서울 성곽기행] 정동길에서 만난 근대문화유산

이번 '내맘대로 서울 성곽기행'의 목적지는 다양한 근대 문화유산이 있는 정동길이다. 최근에는 서울시 프로그램인 '정동야행'으로도 주목받는 길이니, 이번 기회에 정동길 곳곳에 숨은 역사 이야기들과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편집자-

 

▲덕수궁과 성공회 성당 등이 훤하게 보이는 정동 전경

배재공원을 따라 정동으로 접어든다. 정동은 역사기행의 꽃이라고 불릴만한 곳이다. 덕수궁 돌담길을 중심으로 수많은 근현대 문화재들과 예쁜 카페들이 곳곳에 있어서 자유롭게 쉬어가기에도 좋다.

정동은 이곳만으로도 하루 종일 돌아볼 수 있는 하나의 독립된 코스로 정하는 것이 좋다. 덕수궁 돌담, 시립미술관, 정동제일교회, 중명전, 배재학당, 옛 이화학당, 정동극장, 러시아공사관터, 성공회대성당.... 정동은 정말이지 돌아봐야 할 것이 한 가득이다.

▲배재학당 박물관

본래의 목적인 성곽길 기행으로 돌아와서 정동을 넘어가는 과정에 옛 배재학당을 지나가게 된다. 배재학당은 배재대학으로 바뀌었지만 옛 건물 중 하나가 남아서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자유롭게 들어가 볼 수 있으니 사양 말고 들어가 보면 된다.

배재학당과 이화학당은 조선왕실의 도움을 받아 설립됐다고는 하나 기독교에 근간을 두고 선교사에 의해 설립된 근대 교육기관이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른 근대 교육의 수혜자들을 배출해냈다.

이들 중에는 근대문명의 영향으로 조선말기에 친미나 친일의 길을 걸었던 인물들도 많이 있다. 자랑스러운 배재인으로 소개되는 사람 중에는 유독 이승만이 눈에 거슬린다. 이런 답답함은 박물관 옆에 자리 잡은 보호수 두 그루를 바라보면서 위안 삼길 바란다.

큰 가지를 길게 펼쳐놓은 커다란 회화나무 한 그루가 멋지게 자리하고 있다. 또한 건물에 바짝 기대어 길쭉한 몸을 곧게 세운 향나무 한 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그냥 지나치지 말고 꼭 회회나무 아래 앉아 나무가 가지를 뻗어 바라보고 있는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면서 쉬어볼 일이다.

▲서울시립미술관

배재학당 바로 앞에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옛스러움과 현대적인 감각을 오묘하게 뽐내며 자리하고 있다. 그 이전에는 대법원으로 쓰였고 그 이전에는 일제시대에 경성재판소로 쓰였다. 요즘은 덕수궁 돌담길이 연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길이다.

하지만 한때 연인이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헤어진다는 속설이 있었음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지금의 시립미술관에 있었던 가정법원 때문에 이혼조정을 위해 법원으로 향했을 부부들에게서 유래한 이야기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시립미술관은 근대문화재로 지정돼 있지만, 사실은 건물의 전면부만 예전의 건축물이고 그 뒤는 모두 시립미술관으로 개관하면서 크게 확장해 새로 지은 것이다. 붉은 벽돌과 회색 석재 아치가 조화를 이루는 고풍스러운 입구를 지나보자.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전혀 새로운 건물에 들어온 듯 굉장히 넓고 세련된 건축물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전시작품도 둘러보고 카페에 앉아 정동을 내려다보며 쉬어 가기에 참 좋다. 나로서는 시립미술관의 전시 관람도 좋지만 미술관 앞 작은 정원을 더 좋아한다. 유난히 많은 가지가 구불구불 뻗은 큰 단풍나무 몇 그루, 잘 가꿔진 관목들과 교목들의 조화가 무척이나 인상적인 정원이다.

▲정동제일교회

시립미술관을 지나 이어지는 길은 정동제일교회에서 여러 개로 갈라진다. 정동제일교회는 흔히 정동교회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곳은 정동길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어서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곳이니 사양 말고 둘러보시라.

▲정동교회 파이프오르간

정동제일교회는 선교사 아펜젤러가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미국계 기독교 교회로 붉은 벽돌이 인상적인 건축물이다. 특이하게도 뾰족한 종탑이 아닌 네모난 종탑이 세워진 것을 볼 수 있다. 주말엔 예배를 위해 열려 있으니 안으로 들어가 보는 것도 좋겠다. 안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파이프오르간이 있는데 이화학당에 다니던 유관순 열사가 일제 순경을 피해 이 파이프오르간에 숨어 있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오랜 역사가 있는 교회인 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지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결혼식이 열린 곳도 여기라고 한다. 배재학당의 남학생과 이화학당의 여학생들이 몰래 데이트를 할 수 있는 유일한 합법적 공간이 바로 정동교회였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지난해부터 ‘정동야행’이라는 이름으로 정동축제가 봄가을에 한 번씩 열리고 있다. 이 축제 기간에는 평소에 쉽게 들어갈 수 없었던 정동교회나 성공회대성당 같은 곳도 완전 개방되고 교회 안에서 다양한 공연들도 열린다. 정동길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연과 난장 문화재가 어우러지는 훌륭한 축제인지라 꼭 한번 축제기간에 가보기를 추천한다.

정동교회 옆으로는 이화학당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이화여고가 있다. 요즘 최순실과 그의 딸 정유라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놓여있는 이화여대도 여기에서 시작됐다.

▲이화학당 백주년 기념관

학교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게 수위 아저씨가 막아서지만 백주년기념관과 심슨관은 개방돼 있으니 시간이 여유롭다면 둘러보는 것도 좋다. 이화여고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심슨관은 100년이 넘은 건물로 등록문화재 3호로 지정돼 있다.

한눈에 봐도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붉은 벽돌의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옛날의 마룻바닥 교실에 교복을 입어볼 수도 있고, 유관순 열사를 포함한 이화학당 출신 여성들에 관한 자료들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근대 교육기관이었던 만큼 유관순 열사와 같은 훌륭한 인물도 있지만 배재학당과 마찬가지로 친일부역이라는 어두운 역사를 남긴 인물들도 여럿 있다.

▲이화학당 노천극장

언덕을 넘어가면 놀랍게도 반원형의 노천극장이 나타난다. 평소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혹시라도 기회가 된다면 여기도 꼭 가보기 바란다. 결코 작지 않은 규모로 서구식 노천극장이 터를 잡고 있는데, 높은 터에 자리 잡고 있어서 전망도 뛰어나고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노천극장 중 하나가 아닐까싶다.

바로 이 노천극장의 한쪽 담벼락이 서울성곽이 지나는 길이다. 쉽게 찾을 수는 없지만 성벽의 흔적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지척에 보이는 러시아대사관에 가로막힌 성곽길이 여기서 잠시나마 흔적을 남겨놓은 곳으로 노천극장을 만들 때에 성곽의 성돌을 가져다 사용했다는 얘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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