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의료 실현’ 푸른치과 정신 기억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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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의료 실현’ 푸른치과 정신 기억되길”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6.12.1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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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성남 푸른치과 고순언 초대 원장…“푸른치과기금 의미 전할 수 있도록 할 것”

“건치가 지역의원, 그리고 나를 비롯한 고생했던 동료들을 기억해 줘서 감사하다”
 
성남 푸른치과에서 약 6개월간 활동한 고순언 원장(서울 89졸, 하남 고치과의원)은 이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지역치과의원은 1991년 지역운동과 의료운동을 결합하자는 데 뜻을 같이하는 치과의사들이 모여 설립했다. 지역의원은 고 원장이 근무한 성남푸른치과의원을 비롯해 군포치과의원, 구로푸른치과의원 등 수도권 3군데서 운영됐으며, 보통 한 의원당 원장, 부원장, 치과위생사 3명~4명, 노동상담원(활동가)으로 구성됐다.

각 지역의원은 선배들이 십시일반으로 한 의원 당 2천만 원씩 출자금을 모아 만들어졌으며, 후배들은 의원을 맡아 환자 진료를 비롯해 활동가와 함께 지역운동을 논의했다. 아울러 의원 설립에 참여한 선배들로 이뤄진 ‘운영위원회’가 병원경영에 대한 조언을 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또 지역의원은 의료를 매개로 치과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 빈민을 진료할 뿐 아니라 교육(?)하고, 지역민들과 소통하는 일종의 ‘사랑방’ 구실도 겸했다.

▲고순언 원장

‘성남 푸른치과의원’
의료운동과 민중운동의 결합.
그 고민에서 출발한 지역의원

고 원장은 서울대학교 재학시절부터 서울대 의‧치과대학 연합으로 인천, 영등포, 시흥에 운영하던 ‘주말진료소’에서 봉사해 오다가 1986년에 성남의 주말진료소로 옮겨 왔으며, 1991년 공보의를 마친 후 자연스럽게 성남 푸른치과로 오게 됐다고.

고 원장은 “386세대들이 마침 사회로 진출하던 시기에 1987년 6월 항쟁으로 조직화되기 시작한 전문가 집단, 이를 매개로한 운동들이 활발했던 시기”라면서 “지역의원은 각 의‧치과대학에서 공단과 빈민가를 대상으로 운영해온 ‘주말진료소’의 확장판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주말진료소는 소극적으로는 봉사진료에, 적극적으로는 지역민중운동의 선전홍보의 장을 목적에 두고 운영됐다”며 “지역의원도 의료전문가로서 지역민중운동에 봉사하며, 상업적 진료를 지양한다는 정신을 갖고 또한 출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의료인력들은 일상적 진료를 진행하고, 또 한쪽에서는 활동가가 지역노동자들에게 산업재해와 노동조합 활동 등에 대한 상담을 진행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지역운동단체들과 연대활동을 모색하고 실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의’를 품고 시작된 성남푸른치과는 문을 연지 1년만인 1992년에 해소된다. 이 후 구로푸른치과와 군포치과도 해소되면서 청산된 자금이 ‘지역의원기금’으로 묶여 지금까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에서 맡아 관리해 오고 있다.

성남푸른치과의 해소 원인에 대해 고 원장은 “사실 의원경영이라는 것과 지역운동을 조화시키는 것은 상당히 막연하다”며 “거기에 지금도 의료생협에서 겪는 고질적 문제, 의사월급을 낮춰 운영된다는 점 때문에 사명감만으로 버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게다가 ‘운영위원회’가 있긴 했지만 초보 원장으로서 경영적 마인드가 부족했고, 스탭이나 활동가에 대한 경제적 책임감, 지역과 운동관계를 맺는 것 등 3중고가 있었다”며 “사실 나의 경우 운영위원회에서 경영에 대한 간섭이 적은 편이었지만 아닌 곳도 있었고 그 때문에 그만둔 동료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 원장은 “당시의 스트레스나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그런 시도와 노력들은 가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청산 자금이 출자한 선배들에게 되돌려졌거나, 막말로 누가 써버렸어도 이상하지 않은 돈인데 그걸 건치에서 지금까지 보존해 왔다는 게 놀랍다. 건치가 참 건강한 조직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평했다.

“지역의원의 ‘참 의료 실천’ 정신이 기억되길”

고 원장은 “사실 누군가 내가 이렇게 고생한 걸 알아주길 바랐다”며 ‘기억’이란 단어를 꺼내들었다.

그는 “푸른치과를 떠나 25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과정에서 상처도 받았고, 또 시간이 흐른만큼 잊기도 했다”며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건치 선후배를 비롯해 주변에서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도 도와주려 했다. 그 덕에 상처가 좋은 방향으로 아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역의원기금이란 게 만약 어딘가에 다 쓰여졌더라면, 푸른치과도 나도 함께 고생한 동료들도 다 잊혀진 일이 됐을 것”이라며 “우리를 잊지 않고 건치가 다시 불러 기금에 대한 권한을 주고, 운용에 대한 얘기를 할 때 고마움과 책임감이 교차했다”고 밝혔다.

▲고순언 원장

그는 지역의원기금의 용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돕는 조직을 후원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난민 지원 사업, 주빌리 은행 등 공신력 있는 단체에의 기부 등 을 생각 중이긴 하나 운영위원들과 상의할 문제”라면서 “후원요청이 있을 때는 그 단체에 대한 객관적 지표를 채점해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고 원장은 “이런 고민을 하는 건 푸른치과의 정신, 그리고 기금을 보존하기로 결정한 선배들의 뜻, 이걸 유지해 온 건치의 의식 때문”이라며 “이렇게 기금운영위원회가 재결성 된 데에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운동관계를 새롭게 만들고, 이 기금의 의미에 대해 전달하고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감시하는 역할 또한 부가적으로 받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얼마나’가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가 중요한 돈인 만큼 용처 선택이 더욱 신중하다”며 “지역의원을 세웠던 그 정신을 기억하고, 기억될 수 있는 일에 쓰였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건치는 지난 11월 24일에 고순언 원장을 포함해 각 지역의원에 참여했던 원장 3인과 지역의원 운영에 참여했던 건치회원 3인이 ‘지역의원기금운영위원회’를 재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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