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의 시골집에 묵으면서..
상태바
안주의 시골집에 묵으면서..
  • 송학선
  • 승인 2016.12.29 17:4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콩밝 송학선의 한시산책 32] 숙안주촌사宿安州村舍 안주의 시골집에 묵으면서 / 콩밝倥朴

 

숙안주촌사宿安州村舍 안주의 시골집에 묵으면서 / 이달李達(1539~1612)
적설천산로積雪千山路 모든 산길에는 눈이 쌓였고
고연일수촌孤烟一水村 물가 마을에는 외로운 연기
행인욕투숙行人欲投宿 나그네는 잘 곳을 찾는데
잔일이황혼殘日已黃昏 해 기울어 이미 황혼
 
안주安州는 평안도에 있는 고을인가 봅니다. 이달李達(1539중종34~1612광해군4)의 본관은 신평新平. 자는 익지益之, 호는 손곡蓀谷, 동리東里, 서담西潭을 썼습니다. 서얼庶孼입니다.

충청도 홍주洪州 출신으로, 조선 초 대문장가인 쌍매당雙梅堂 이첨李詹의 먼 후손이자 부정副正 이수함李秀咸(秀涵)의 서자로 태어났습니다. 사역원司譯院 소속으로 중국어와 이문移文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벼슬인 한리학관漢吏學官을 잠시 지냈으나 곧 물러났습니다.

한때 강원도 원주原州 손곡리蓀谷里에 정착하여 당시唐詩를 연구했으며 그래서 손곡蓀谷이란 호를 썼습니다.

고죽孤竹 최경창崔慶昌 옥봉玉峰 백광훈白光勳과 함께 당시唐詩에 능하다고 알려져 삼당시인三唐詩人으로 불렸으며, 〈문선文選〉 〈태백太白〉 〈성당십이가盛唐十二歌〉 등을 전부 욀 정도의 한시의 대가였습니다. 허균의 <손곡산인전蓀谷散人傳>에 따르면, 신라 이래 당시를 지은 자 중 손곡을 따를 자가 없다고 했습니다.

명나라 사신 주지번朱之蕃과 석주石洲 권필權鞸도 손곡의 시를 이백의 시에 섞어 놓으면 안목 있는 자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극찬했습니다. 또, <구운몽九雲夢>의 저자 서포西浦 김만중金萬重도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그의 '별이예장別李禮長'을 조선 최고의 오언절구라고 했습니다. 그의 시에는 아취가 있는 서정시도 많으나, 임진왜란 전후에 고단한 삶을 살았던 당시 백성들의 아픔을 노래한 시도 많이 남겼습니다.

성소惺所 허균許筠은 손곡蓀谷의 제자로, 서자 출신이었던 스승 손곡蓀谷의 생을 동기動機로 삼아 한글소설인 『홍길동전』을 지었습니다. 또한, 허난설헌許蘭雪軒이 조선 최고의 여류시인으로 명나라에까지 그 명성이 자자했던 것도 스승 손곡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손곡은 전국을 떠돌며 여러 벗들과 어울려 시 짓기를 즐기다, 말년에 평양 여관에서 졸卒했다고 합니다. 문장에 뛰어나 이이李珥, 송익필宋翼弼, 최립崔笠, 최경창崔慶昌, 백광훈白光勳, 이산해李山海, 하응림河應臨 등과 함께 팔문장계八文章系로 불렸습니다.

김만중金萬重이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조선 최고의 오언절구五言絶句라 했던 '별이예장別李禮長'이 국조시산國朝詩刪에는 이렇게 실려 있습니다.
 
강릉별이예장지경江陵別李禮長之京 강릉에서 서울로 가는 이예장과 헤어지며 / 이달李達(1539~1612)

동화야연락桐花夜烟落 오동 꽃은 밤안개에 지고
해수춘운공海樹春雲空 바닷가 나무엔 봄 구름 사라졌다
타일일배주他日一盃酒 훗날 한 잔 술로
상봉경락중相逢京洛中 서울에서 만나세
 
해수춘운공海樹春雲空은 두보杜甫의 <춘일억이백春日憶李白>에 보이는 위북춘천수渭北春天樹 강동일모운江東日暮雲과 의경이 흡사 해 ‘벗을 그리는 마음을 표현한 구절’로 해석합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hotsuns 2017-01-03 10:49:58
위북춘천수渭北春天樹 강동일모운江東日暮雲 위수 북쪽 봄철 나무, 양자강 동쪽 해 저물 녘 구름.......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