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장 선거, 새로운 전문직업성이 중요
상태바
협회장 선거, 새로운 전문직업성이 중요
  • 김경일
  • 승인 2017.01.13 14: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고]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구강보건정책연구회 김경일 연구원

협회장 선거. 새로운 전문직업성이 중요하다.

지난 10여 년 전부터 치과계의 큰 화두는 불법네트워크척결과 치과전문의제도였다. 관련한 고소고발이 남발하고 치열한 법정다툼이 있어왔다.

불법 네트워크는 비정상적 소유구조, 비의료인의 의료행위, 과잉진료, 환자 유인뿐만 아니라, 높은 의료사고로 치과의사 사회뿐 아니라 환자들에게까지 고통을 안겨주었다. 이로 인해 치과의사의 자율성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대국민 신뢰도 역시 악화됐다.

전문의제도의 도입과 관련 논쟁은 전문지식의 고도화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되는 것으로, 제도의 도입에 따라 전문직 내부의 분업과 경쟁의 양상이 변화하게 된다.

두 사안을 둘러싼 여러 입장들이 있을 수 있으나, 자율성, 환자와의 신뢰, 내부 분업과 경쟁 등의 측면에서 이 두 가지 문제를 관통하는 부분이 전문직업성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직은 지식을 근거로 직업 활동을 하는 집단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전문직업성은 의사의 자율성과 자율규제를 특징으로 하며, 의료체계와 관련 인력에 대한 전문직 지배를 특징으로 한다.  최근에는 환자 중심의 전문직업성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의료의 성과에 대한 지나친 믿음이 손상되고 의료비가 지속적으로 높아짐과 더불어 20세기 후반의 탈권위적인 사회적분위기 등은 환자 중심의 새로운 전문직업성(new professionalism)에 관한 논의를 불러일으켰으며, 많은 의사들이 논의에 참여하여 2002년 ‘의사현장 Physician Charter’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새로운 전문직업성 논의에는 환자의 자율성을 강조하며, 환자와 동반자적 업무 수행과 적절한 거버넌스와 감독 및 보고 등에 기초한 현명한 책무성(intelligent accountability), 그리고 이와 결합한 공동 규제(shared regulation)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우리 치과의료계도 동조하였다. 2000년대 초, 불법네트워크에 대한 문제의식이 대두 됐고, 네트워크 외에도 일부 치과의 과잉진료 및 위임 진료 등이 문제로 지적됐으며, 이에 대한 대책으로 윤리의식을 고취시키고자 하는 논의가 있었다. 이러한 노력을 기반으로 2004년 의사헌장을 모태로 한 치과의사 윤리선언이 이뤄졌다. 이후 윤리위원회를 강화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내부적인 윤리의식 강화와 전문직업성 강화를 위한 노력은 이어지지 못한 채, 불법 네크워크에 대한 법리적 다툼만 지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30대 협회장 선거가 코앞에 다가 왔다. 이 시점에서 다시 전문직업성을 논해야 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첫 째, 직선제 도입이다. 치과계의 비민주적이고 낡은 소통 구조에 큰 변화를 만들 직선제가 이번 선거에 첫 도입된다. 차후 보완이 필요하겠으나 그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다. 물론 직선제 그 자체 보다는 참여하는 치과의사들의 관심과 제도 운영이 더욱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선거 직선제를 통해 일반 치과의사들의 의견이 표출될 수 있으며, 특히 지금껏 소외됐던 젊은 치과의사들의 목소리가 담길 그릇이 만들어 졌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한 협회는 더욱 구심적으로써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의미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협회를 중심으로 불법적인 행위에 대하여 단호하게 대처하는 한편, 올바른 치과의사 상을 확립하여 국민의 신뢰를 얻음으로써, 전문직으로써의 소임을 다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얻는 사회적 계약을 완수해야 할 것이다. 즉 직선제 도입은 치과계의 민주주의의 발전뿐 아니라 치과계가 보다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전문직업성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다.

둘째, 2000년 후반 경제위기는 치과계에도 불어왔고, 이는 새로이 치과의사 생활을 시작 하는 이들에게 진로의 어려움을 만들었다. 당장 취업자리를 구하기도 어렵고, 값비싼 사교육을 통해 지식을 습득해야 되는 그들에게 전문직으로써의 규율과 존엄을 강요하기보다 그들이 전문직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높아진 전문직업성은 직업적 만족과도 연관됨은 많은 연구가 증명하고 있다.

셋째, 사업의 일관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라슨(Larson)은 전문직이 특정한 목표나 전략을 모든 구성원이 분명하게 인지하지는 못하더라고 특정 행위의 경과 속에 나타나는 일관성과 지속성을 강조하는 용어로 전문직프로젝트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다 . 즉 1960, 70년대 확고히 자리 잡았던 전문직들은 그 이전에 그들의 정치, 사회, 문화적 활동 속에서 전문직업성을 강화하였고 그것의 결과로 해당 지위를 얻었다는 것이다. 현재 치과계에 대두되는 많은 문제가 전문직업성의 문제로 본다면 그 방향의 일관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치과에서의 전문직업성 논의는 치과의사의 경제적 이익추구에 관한 문제를 다룬다는 점이다. 직업적 현실에서 경제적 문제는 매우 중요한 반면, 이에 대한 책임 있는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각자의 양심에 맡겨져 있다. 이 것이 심화된 경우가 의료 민영화와 불법 네트워크와 관련된 논의일 것이다. 치과계의 미래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다섯째, 정부는 면허갱신제에 이어 동료평가제도의 시행을 준비 중이다. 과거 동료평가제도는 의사들이 의료사회주의라고 비판하기도 하였으나, 현재는 제대로 도입됐을 때는 전문직의 자율규제를 가능하게 하고 이를 통해 자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기존의 전문직 자율성과 자기규제에 대한 비판이 존재하는 만큼, 여기에 새로운 전문직업성에 근거한 공동규제라는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의료비로 인하여 국가는 계속적으로 관리 감독을 강화하려 나설 것이다. 이에 대한 책임 있고 효율적인 대처는 새로운 전문직업성에 기반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전문직업성의 강조가 다만 치과계만을 위한 것이라면 전면에 내세울 만한 것이 못 된다. 그러나 전문직업성의 강화는 양질의 진료와도 관련된다. 또한 전통적 전문직업성이 아닌 새로운 전문직업성에 근거한다는 것은 환자의 참여 욕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며 환자와 협력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리더십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전문지식의 대중화는 시대의 큰 화두이다. 저명한 의사는 의료민주화를 이야기하며, 의료의 주체는 환자여야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모바일과 인터넷의 발달은 지식의 확장뿐만 아니라 정보의 습득과 정보의 처리, 즉 진단에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한다. 그 중심에는 의사가 아닌 환자가 있다고 한다.

첫 직선제를 통해 당선된 협회장은 지난 시기의 산적한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더불어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것이 새로운 전문직업성을 전면에 내세워야 하는 이유다.

 

김경일 (이튼치과의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구강보건정책연구회 연구원)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