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벌 영리병원 허용 기로섰다”
상태바
“한국, 재벌 영리병원 허용 기로섰다”
  • 이상미 기자
  • 승인 2017.01.23 15: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상의료본부 오늘(23일) 기자회견…호텔롯데의 보바스 병원 인수 ‘즉각 철회’ 촉구 나서
▲보바스 병원 인수 철회 촉구 기자회견

“병원이 상품이 되면 병원 가치를 올리기 위해 환자를 많이 끌어와야 할 것이고, 병원 노동자의 월급을 깎고 더 많은 일을 시켜야 한다. 병원이 거래의 대상이 되면 환자들을 위한 병원이 될 수 없을 것이다”

호텔롯데가 재활전문 병원인 보바스 기념병원을 인수한다. 이에 기업이 비영리법인인 병원을 인수하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병원인수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 호텔롯데 측은 이번 인수 건에 대해 “병원을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운영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본부)는 오늘(23일) 소공동 롯데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호텔롯데 측에 병원 인수합병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무상의료본부 김경자 공동집행위원장은 “호텔롯데의 보바스 병원 인수는 대기업이 병원을 인수하는 것의 시작”이라면서 “작년 5월 우리가 더불어민주당 당사 점거로 의료법인 인수합병법 통과를 막은 바 있는데, 어떻게 호텔롯데가 편법으로 병원 인수자격을 획득했는지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의료법인 경영이 어려워지면 공적 자금을 들여 공공기관으로 흡수하면 된다”면서 “공공병원을 늘려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야말로 병원의 경영난 해결을 위한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전진한 정책부장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부장은 “롯데처럼 사업목적 변경을 통한 의료법인 인수는 처음 있는 방식”이라면서 “지금 한국사회는 재벌 영리법인이 허용되는지에 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전 정책부장은 “보바스 병원처럼 비영리법인인 병원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경쟁업체들이 입찰하는 방식이 횡횡하면 상업화된 의료가 성행할 것”이라며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의료비가 폭등한 미국과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그는 “미르재단에 비자금을 헌납하고 면세점 특혜를 받은 롯데가 의료 부분 진출에도 특혜를 받은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면서 “비영리 병원 자체가 심각하게 상업화돼 있고 정부가 이를 부추겨 왔다. 병원은 상품이 아니다. 정부는 병원을 환자의 치료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무상의료본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의료법인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논의가 형성된 점 ▲롯데재벌의 병원 진출이 ‘영리병원’ 승인과 유사한 의료민영화 사안인 점 ▲보바스 병원 운영 정상화는 국가와 지자체의 과제임을 짚었다.

무상의료본부는 “보바스 병원 박성민 전 이사장은 의료기관 해외진출, 종합병원부지 전용 등 규제 철회를 요구한 의료민영화의 첨병”이라면서 “이처럼 영리적 목적을 위해 활용했던 병원이 재벌에 팔려갈 상황이 된 것은 모두 국가의 책임방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끝으로 무상의료본부는 “이번 롯데의 편법 인수합병 시도는 한국 의료제도의 온갖 문제점을 드러내는 사건”이라면서 “앞서 밝힌 총체적 문제는 결국 박근혜-최순실 적폐와 연관된 사안들이다. 기본적인 사회복지마저 사고파는 물건으로 사유화하려는 시도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