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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트럼프는 아직 과거 아닌 현재다[논설] 김형성 논설위원
김형성 | 승인 2017.01.24 17:32

 

1월 22일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전 노동부장관이었던 로버트 라이시의 재미있는 대화 일부가 올라와 이를 공유했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마치 한국의 지난 4년의 상황을 압축한 도플갱어에 다름 아니었다. 라이시는 지난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가 아니라 훨씬 좌파 후보인 버니 샌더스를 지지한 바 있다. 글의 전문은 이렇다.

“얼마 전 공화당 의원이었던 친구와 아침을 같이 먹었는데 그 친구와의 대화가 이랬다.  
 그: 트럼프는 공화당 사람이 아니야. 그냥 엄청난 오만덩어리일 뿐이야. 
 나: 그럼 캠프에 있을 때 비판을 좀 했어야 하지 않나? 
 그: 농담해? 그때 난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있었는데 아마 총 맞았을 걸? 
 나: 그럼 지금은 어때? 네 공화당 동료들은 앞으로 어떻게 할거 같아? 
 그: (실실 웃으며) 당분간 같이 놀겠지. 
 나: 얼마동안?
 그: 공화당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즉, 큼직한 감세, 탈규제, 군비강화, 모든 빈곤퇴치 프로그램을 무효화 한 다음에 사회보장법과 메디케어를 복구하는 일에 착수한 다음 그를 비난하겠지. 그(트럼프)는 모두에게 신임을 받고 싶어하는 바보라구. 
 나: 그리고 나면?
 그: (웃으며): 공화당 사람들은 펜스(Pence)를 좋아해. 
 나: 그게 무슨 뜻이야? 
 그: 펜스(Pence)란 그들(공화당)의 사람들을 말해. 그들은 모두 트럼프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해. 
 나: 그래서?  
 그: 그래서 트럼프가 진짜 어리석은 일(금을 넘어서는)을 저질러 꼴사납게 큰 위법적인 일을 한다면.... 너도 아다시피 트럼프는..
 나: 공화당이 그를 탄핵한다? 
 그: 그렇지. 방아쇠를 당기는 거지.“

 

이런 대화를 엿보는 일은 즐겁다. 트럼프 재임기간동안 재미없고 우울한 소식이 가득 할테니 소셜 미디어용 먹방 사진이나 귀여운 고양이 사진을 잘 모아놓으라느니 하는 한국인들의 미국을 향한 조롱 같은 조언들은 어쩌면 일단 탄핵을 앞둔 박근혜 일당을 만들어낸 촛불국민들의 농담이라고 해도 좋다.

기왕 미국인들의 트럼프 취임에 대한 반응을 뒤져본다면 더 중요한 반응은 이런 것이다. 골든 글러브 공로상 수상자인 배우 메릴 스트립은 수상소감에서 장애인을 비하하며 기자를 조롱한 트럼프를 염두에 두고 혐오와 폭력에 대한 다가올 우려를 토로해 많은 지지와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수상소감에 대해 어느 공화당 지지자가 올린 글에 더 큰 공감을 받았다.

존 매케인 공화당 의원의 딸 메건은 “스트립 연설 내용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이유이며, 할리우드가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트럼프는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 말에 더 끌리는 이유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10년이 어째서 이명박 정권을 불러들이고 더구나 박근혜라는 구태의 괴물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주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아직도 제대로 대답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0만 1000만 촛불의 광장이 박근혜와 그 부역자들을 감방에 가두는데 성공하겠지만 그 결과물이 자동적으로 ‘구태야권 정당의 대선승리와 정권획득’의 정당성을 담보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이유이기도 하다. 그 구태의 원리는 여전히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이라는 상징으로 드러나고 있다.

인용글의 전직 공화당 의원이 말하는 기업감세, 탈규제, 군비지출확대, 복지후퇴는 그대로 한국의 지난 민주정부 10년이다. (난 대통령을 직선제로 뽑았다고 해서 저들을 ‘민주정부’에 포함시켜줄 만큼 포용적이지 않다.)

그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정책이 어떠했는가를 평가하는 것은 내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긴 하지만 복지의 확대 그 이상의 기업탈규제는 강화되었고, 탈권위와 합리적 민주적 시스템 정부의 성과 한편에는 한미FTA와 치닫는 양극화의 음지가 확대되었던 일들에 대해 그들이 과오를 어떻게 반성했는가에 대해서 내게 기억나는 것은 별로 없다.

설을 앞두고 언론의 관심은 급속히 대선후보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광장에 나왔던 수많은 촛불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떤 생각을 했을지 더 큰 숙제로 안아야할 언론과 정치와 지식인은 그다지 10년 전보다 나아보이지 않는다. 우리에게 진보정치의 빈 공간이 더욱 안타깝게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숙제는 아직 너무 많고 멀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사업1국장, 본지 논설위원)


김형성  schenker19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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