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의료시장 개방만은 막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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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의료시장 개방만은 막아야한다.
  • 전민용 논설위원
  • 승인 2004.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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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동문모임에 갔다가 어떤 선배의 진지한 조언을 들었다. 요지는 의료시장 개방은 이미 대세이고 그 환경에서 생존하려면 우리도 그것에 대비해서 어떤 부분이든지 비교우위가 될 수 있는 것을 개발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의료시장 개방이 꼭 불가피한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의료시장 개방이 상당수 국내 의료인들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의료 환경의 변화를 가져올 거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 의료자본이 자선사업을 하러 올리는 없고 당연히 최대한의 영리를 추구하려 할 것이다. 즉 의료시장 개방은 외국의 의료자본이 국내에 진출해서 가능한 최대한의 이윤을 뽑아 갈 수 있는 말 그대로 의료의 시장화를 더 심화시킨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최근 의료시장개방과 함께 붙어 다니는 병원의 영리법인화와 민간의료보험의 도입 등이 그 예이다. 병원이 영리 법인이 되면 병원에 대한 자본의 투자는 더 손쉽게 되겠지만 결국 자본의 이윤 창출 원리에 따라 더욱 더 상업적인 의료 형태를 띠어갈 것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의료인과 환자가 입게 될 것이다.


이미 우리가 경험한대로 십 수 년 전부터 일부 재벌 병원들로부터 시작된 의료의 상업화는 어느새 치과의원의 개원과 운영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치과는 대형화되고 장비와 인테리어는 점점 고급화되고 투자한 돈을 뽑기 위해 무리한 경영이 시도되고 있다. 무리한 경영은 결국 의료인이나 환자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 뿐 이다. 어느 후배 말대로 은행과 치과 관련 업자와 건물주에만 좋은 일 시켜주고 있다는 거다. 대체적인 민간의료보험의 도입 역시 현행의 건강보험을 위축시켜 복지 수준을 더 후퇴시킬 뿐 아니라 경쟁적인 상품의 개발로 상업적 의료를 더욱 부추기게 되며 의료인의 자율성은 크게 손상될 것이다. 미국처럼 의료인들은 민간보험이 정해놓은 지침에 따라 진료를 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의료보험회사보다는 의사에게 소송을 하는 경향이 크다. 또한 case manager라고 불리는 보험회사직원들이 수시로 챠트를 조사하고 삭감을 한다.


의료시장 개방, 영리법인 도입, 민간보험 도입 등의 의료의 상품화와 시장화의 심화는 적정한 곳에 적정한 진료를 제공하는 구조를 왜곡시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의료인들에게는 무한 경쟁을 시켜 진료 외적인 부분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것이다.


일부에서 말하는 병원의 경쟁력 강화와 의료산업의 육성은 병원을 경쟁의 정글로 보낸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왜곡된 의료전달체계와 수가체계를 바로잡고 2,3차 병원이 난이도 높은 치료에서 적정한 수입을 보장받고, 병원에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어주고 국가 차원에서 기초와 임상 등 의료 분야 연구에 대한 적절한 자원의 투자와 배분을 해야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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