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의 보건의료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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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의 보건의료 기록들
  • 정형준
  • 승인 2017.02.2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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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정형준 논설위원

박근혜 정권은 5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종을 칠 듯 하다. 지금 상황대로면 4년 1개월 남짓을 집권한 셈이다. 지난 4년간 불합리, 부패, 추문, 인간성 파괴, 무엇보다 끝까지 보여주는 저질스러움에 우리 모두 질려가고 있다.

부자의, 부자를 위한, 부자들이 주도하는 이 정부에서 민중의 삶은 더욱 도탄에 빠졌다. 그러면서도 각종 기록들을 갈아치웠는데, 이중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한번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째로 박근혜 정부는 역사상 최초로 지방의료원을 폐원했다. 다름아닌 진주의료원 폐원 허용이다. 혹자는 이를 경남도지사인 홍준표가 주도했으므로 박근혜의 결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듯 하다.

하지만, 홍준표가 박근혜 집권 다음날 이를 자신 있게 발표한 배경에는 ‘폐원’으로 대표되는 직접 ‘민영화’를 주요 정책기조로 가져가려는 집권세력의 공감대가 있었다. 때문에, 이후 보건복지부는 중앙정부 예산이 상당부분 들어간 의료원의 폐원과 지방자치단체의 전용에 전혀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의료기관의 용도변경은 허용됐으며, 최소한의 제제도 가해지지 않았다. 이외에도 철도분할 민영화, 가스, 수도 민영화 등 수많은 민영화 정책이 진행됐다. 따라서 ‘박근혜=민영화’라는 등식이 시작된 사건도 ‘진주의료원 폐원’이다.

둘째는 역사상 최초의 영리병원 허용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2월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도 ‘녹지병원’을 허가했다. 이 병원은 지금 거의 공사가 만료 중으로 올해 내로 개원할 듯 하다. 영리병원의 허용이 제주도에 고작 50병상 수준에 머물렀지만, 역사적 상징성은 크다. 우선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관통하며 추진되던 영리병원이 처음으로 허가 받았다는 점이다.

이는 그간 수많은 논란 때문에 누구도 쉽게 허가할 용기를 내지 못했던 ‘영리병원’을 최초로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현재도 재벌들이 우선순위 1, 2위에 두는 규제완화 요구정책이 ‘영리병원 허용’이다.

영리병원은 의료업의 가치를 순수한 돈벌이로 완전 전환하고, 자본의 무한경쟁을 도입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민영화’ 정책임과 동시에 ‘의료’에 대한 고전적 가치(비영리성)을 박탈하려는 시도다. 때문에, 이를 최초로 허용한 정부라는 것은 의료로 돈 버는 것에 대한 일말의 꺼림직함도 제거하려 했다는 점에서 이념적으로도 가장 막장정부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마땅하다.

셋째는 역사상 최고 수준의 건강보험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의 건강보험은 전국민 건강보험 도입 이후 이제 30여 년이다. 그간 약간의 부침을 거치기는 했지만, 지속적인 흑자를 누적하는 것은 건강보험의 구조상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낮은 보장성 때문에, 흑자가 생긴다면 즉시 보장성 강화안에 투입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또한 매년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구조여서 흑자누적은 한해 건강보험 정책을 조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매년 4조 정도의 흑자를 무려 4년간 누적했다. 그리고 이를 보장성 강화에는 거의 쓰지 않고도 어떠한 비판도 받지 않았다.

여기에 정부는 흑자를 누적해서 이를 고수익 금융상품에 투자하려 했다. 매년 지출계획에 맞춰 거둬들인 보험료로 말이다. 또한 20조원가량의 흑자를 빌미로 매년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비율을 낮춰왔다. 무려 작년에는 역사상 최초로 전년 대비 국고지원 총액을 2100억원 삭감하는 예산안도 강행했다.

건강보험 누적흑자는 건강보험공단이나 기획재정부가 이야기 하듯이 칭찬 들을 일이 아니라, 두고두고 비판 받아야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향후 흑자를 어떻게 보장성 강화에 활용하고 국민들의 의료비 절감에 쓰겠다는 것인지, 이에 대한 계획을 밝히지 않았던 박근혜 정부를 어찌 봐야 할까? 역사는 박근혜 정부의 건강보험 흑자를 제대로 기억하고, ‘반복지’의 상징으로 남길 것이다.

넷째는 민간의료보험의 전성기를 가져다 준 정부였다. 한국의 민간의료보험은 정액보험 중 암보험으로 상징되는 상품이 20여 년, 실손형 보험이 10여 년 정도 되었다. 이들 보험은 계속 팽창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실손보험의 갱신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바꾸고, 매년 인상폭을 거의 임의로 정하게 해줬다. 이를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로 포장했는데, 거꾸로 말하면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더 잘 털어가게 해준 것이다.

거기다, 실손의료보험의 주된 시장인 비급여 확대를 위한 신의료기술 평가 간소화, 임상시험 간소화 등의 각종 규제완화를 통해, 비급여 시장을 유래 없이 넓히기도 했다. 때문에 약간의 보장성 강화책도 비급여 증가로 상쇄되게 만들었다.

이외에도 스스로 ‘길라임 주사세트’를 개발해 보급(?)하는 등 대통령 스스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피부미용 주사제, 시술, 약품 등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여기에 각종 줄기세포 시술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여러 사람이 투여받은 정황이 발견돼 논란이 되기도 했고, 해외투자 유치사업, 국립대병원병원장 인선 등에도 비선의료진에 대한 특혜를 보여줄 정도로 의료인에 대한 애정 또한 남달랐다.

사실 믿을 수 없는 수준의 일들을 벌여왔기 때문에, 대부분이 모두 역대 최초, 역대 최대의 수식어가 붙을 수 있는 사건, 사고 등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 가십거리 외에 앞서 밝힌 중요한 의료정책의 기점들은 이제 박근혜 정부가 종치는 마당에 제대로 돌려놔야지 않겠는가? 다음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최초 업적을 모조리 정리해야 한다.

그래서 최소한 진주의료원을 재개원하고, 영리병원은 불허해 비영리병원으로 전환하고, 건강보험 흑자는 즉각 국민들의 의료비 절감에 사용하며, 민간보험은 전면규제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당장 시급히 해야할 보건의료부분의 제 1과제가 아닌가 한다.

그리고 ‘길라임주사세트’의 황당한 마케팅에 고통 받는 국민들에게 이제는 정말 ‘주치의’를 배치해줘야 한다.

이것이 박근혜 정부 보건의료 적폐 청산의 당면한 과제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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