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은 손을 탈수록 명확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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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은 손을 탈수록 명확해지더라…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7.03.23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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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자의 비하인드 컷] 협회장 후보 지부별 토론회를 마치며

“계속 똑같은 얘기만 할 텐데 정견발표회를 지부별로 할 이유가 있어?”

이런 우려 섞인 목소리와 함께, 지난 4일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협회) 제주지부에서부터 시작된 ‘협회장 후보단 정견발표 및 정책 토론회’가 지난 21일 대전지부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처음 지부토론회 일정이 발표 됐을 때, 필자는 ‘멘탈 싸움’이란 말이 떠올랐다. ‘같은 얘기 반복하다보면 결국 밑바닥 진심이 나오고 그러면…! 재밌어 지겠다’란 생각에서였다.

예상을 조금 빗나가긴 했지만, 연속된 토론회는 그나마 민주적이라는 직선제가 혹여 치과계 구태인 ‘동창회 선거’, ‘관권 선거’, ‘룸살롱 선거’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조금은 옅어지게 했다. 토론회 횟수가 더해질수록, 후보 공약간의 차이가 명확해 졌기 때문이다.

비록 표심을 잡기 위한 마타도어나, 근거 없는 의혹제기 등 어두운 부분들이 고개를 들이밀기도 했지만, 후보들은 회원들의 절실한 요구인 ▲보조인력난 해결 ▲치과의사 전문의제(이하 전문의제)에 대한 자신의 정책을 더 다듬고 명확하게 전달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전체 토론회를 통틀어 7번의 질의가 나온 ‘보조인력’ 부분에서 이 특징이 두드러졌다. 본지 기사에서도 자세히 다뤘지만 세 후보 모두 보조인력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의식, 방향성은 달랐지만 목표만큼은 동일했다.

이게 그 뜻이 아닌데요…

전문의제도는 가장 먼저 세 후보자간 노선을 뚜렷이 보여준 공약이었다.

기호 1번 이상훈 후보는 ▲5개 전문과목 신설 불발에 따라 헌법소원을 통한 전문의제도 원점 재논의 ▲미수련자 보호책 적극 강구 ▲해외수련자‧임의수련자 자격검증 강화 등을 강조해 왔고, 기호 3번 박영섭 후보는 ▲통합치의학과 단일안인 현행 전문의제 수정‧보완 ▲해외수련자에 대한 자격검증 강화 ▲신설 전문과목 4월 대의원총회서 재논의 등을 내세웠다.

이들의 공약은 ‘헌법소원 각하’, 회원 요청(?) 등으로 다소 바뀌긴 했으나 큰 줄기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지부 토론회까지 “기수련자와 미수련자의 경과조치를 동시 시행 하겠다”고 공언한 기호 2번 김철수 후보는 바로 다음날 열린 서울지부 토론회에서 “기수련자에 대한 경과조치는 이미 통과됐으니 그분들이 편하게 전문의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자”며 공약을 뒤집었다.

이에 이상훈‧박영섭 후보는 김철수 후보에게 기조가 바뀐 데 대해 줄기차게 설명을 요구했고, 김철수 후보는 대구지부 토론회에서 “동시 시행이란 뜻은 캠프 공약인 ‘항상, 함께, 상생’의 차원”이라며 “기수련자와 미수련자 간에 갈등이 존재한다면 동료 사이에서 함께 배려하자는 차원에서 함께 가자는 용어를 쓴 것이지 무조건 같이 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상훈 후보는 3회나 벌어진 여론조사의 배후가 아니냐는 의혹 때문에 곤욕을 치루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구조조정’이란 말 때문에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했다.

이 후보는 협회비 10% 공약을 내걸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 중 하나로 ‘협회 사무국 구조조정’을 제시했다. 이에 김철수 후보는 “건치 출신 부회장도 있는데, 구조조정은 건치 정신에 어긋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는 “건치, 즉 시민단체 입장에서도 무조건적 감원과 해고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구조조정이란 말은 단순히 인원 감축만의 문제가 아니고 이런 부분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효율적인 인원 재배치를 추진하겠단 뜻”이라고 해명했다.

사실 필자는 ‘구조조정’과 ‘효율적 인원재배치’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제’ 정도의 차이일까?

박영섭 후보의 경우 최남섭 집행부와의 정책 차별성을 부각시키다 보니 감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박 후보는 광주‧전남지부 토론회에서 이상훈 후보의 “현 집행부의 5개 전문과목 신설이란 말만 믿은 미수련자들은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내게 할 질문이 아니다. 협회장에게 책임지라고 말하라”며 “나는 담당 부회장도 아니었고, 소신을 밝혔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담당 협회 임원과 협회장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반응했다.

그러나 이후 몇 차례 이어진 토론회에서 박 후보는 동일한 질문에 “집행부 일원으로서 미안함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입장을 선회하면서 자신의 전문의제 수정‧보완에 대한 내용을 피력하는 등 변화가 있었다.

‘화합’‧‘소통’ 그리고…

살인적인 스캐쥴로 불리며 13회나 진행된 토론회에서 세 명의 후보들이 선정한 값진 키워드는 바로 ‘화합’과 ‘소통’이다.

박영섭 후보는 “그 어느 때보다 회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고, 직접 평가받는 계기가 됐다”며 “회원들과의 소통의 중요성, 소통의 힘이 얼마나 귀중하고 큰지를 더욱 깨달았다. 회원 의견 속 치과계 모든 해법이 있다”고 전했다.

이상훈 후보는 “회원들의 열기와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회원들은 특히 후보들을 향해 ‘화합’할 것을 당부하면서 누가 되든 서로 도와서 치과계를 위해 일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고 밝혔다.

김철수 후보는 “토론회 횟수가 더해질수록 후보 간 공약이 서로 비슷해지는 걸 느꼈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회원들의 의견과 두 후보자의 정책적 장점을 한 데 녹여 회원이 주인이 되는 협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화합’과 ‘소통’이란 키워드는 치과의사 사회 뿐 아니라 작금의 대한민국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누적된 반목과 분열을 극복하고 적폐를 청산하는 일은 대한민국 속 치과의사 사회에도 요구되는 일임은 분명하다.

김철수 캠프가 지부 토론회 사전 및 공통 질의 주제를 분석한 결과 보조인력난 해결 및 불법 위임진료가 전체 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치과의사 전문의제도’, ‘자율징계권 및 의료광고’가 각각 5건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이 외에도 ▲미가입회원 및 무소속 회원 문제(4건) ▲1인1개소법‧사무장치과 및 불법네트워크(3건) ▲치과계 파이 확대(3건) ▲회비인하(2건) ▲치대 정원 감축(1건)이 뒤를 이었으며, 선거제도 개선, 이사회 회의록 공개, 재무회계 투명성 등의 질문도 다소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주제들을 살펴보면, 개원가는 심각한 구인난과 의료상업화로 인해 고통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미가입 회원 등에 관한 문제는 개원환경의 악화로 구회를 치과의원 개‧폐업을 반복하거나 페이닥터 자리를 전전하는 회원, 협회가 이익집단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부산‧대구 지부 등 몇몇 지부에서는 ‘자율징계권’ 논의를 비롯해 ‘의료윤리’, 그리고 ‘대회원 소통’에 관한 후보자들의 생각을 묻는 질의가 줄을 이었다.

다행스럽게도 후보들은 의료의 공공성과 같은 사회 가치에 맞춘 정책을 추진할 것을 약속했으며, 치과의사 스스로가 자신이 세운 ‘의료윤리선언’과 ‘의료인으로서의 양심을 따른 진료’를 선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소통의 문제 역시 회원은 물론 후보자들에게도 깊은 관심사였다. 이상훈 후보는 ▲중앙에 지부 임원 배정 ▲이사회 회의록‧회계록 공개 ▲세종분원 설치 ▲회원 소환제‧청원제 실시 ▲대의원 기명투표제 ▲안건에 대한 전회원 투표 등을 내세웠으며, 김철수 후보는 ▲개방형 대의원 제도 ▲이사 공모제 ▲여성‧정년‧정책이사 충원 ▲정책 옴부즈맨제도 ▲대의원총회자료 공개 ▲지부회원 초청 행사 등을, 박영섭 후보는 ▲공개 이사회 개최 ▲11개 치대총동창회와 소통 ▲지부방문 ▲외부감사제도 ▲회무보고서 및 상임이사회 회의록 공개 등을 내세웠다.

사실 후보들의 모든 소통공약을 나열한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후보자 스스로가 토론회를 통해 깨달은 것이 ‘소통’과 ‘화합’이라고 하니 누가 협회장이 되더라도 ‘소통왕’이 될 것 같다.

끝으로 대구지부 김명섭 대의원의 감상을 전하며 마무리하고 한다.

“대구에서 열린 정견발표회에는 많은 숫자가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그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회원들의 반응도 거칠지만 좋았고, 후보자들의 토론회는 정치토론회를 방불케 했다. 치과계 현안을 두고 이렇게 첨예하게 후보 간에 토론하는 모습을 보니 직선제가 현실로 와 닿는다. 간선제일 때는 공약이 그렇게 와 닿지 않았는데, 이제 직선제라고 후보자들이 회원의 눈높이에 맞춰 얘기하는 것 같아 좋았다. 직선제로 인해 바뀌어가는 협회장 선거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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