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관리로 '얼룩진 첫 직선제'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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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관리로 '얼룩진 첫 직선제' 파장
  • 윤은미·안은선 기자
  • 승인 2017.03.29 16: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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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락 선거권자 문제로 개표시각 3시간 지연…지부 누락율 최대 20% 달해 후폭풍 우려

첫 직선제로 치러진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제30대 협회장 선거가 65.6%의 투표율로 1차 투표를 마감했다.

온라인투표에는 총 70.3%인 7714명이 참여했으며, 우편투표에는 신청자 중 48%인 1406명이 참여했다. 이로써 총선거권자 1만3900명 중 9120명이 선거권을 행사했다.

2001년 의사협회가 60.8%, 2003년 약사회가 78.6%, 2013년 한의사협회가 72.4%의 첫 직선제 투표율을 기록한 데 비하면 아쉬운 수치이지만, 철저한 투표 시스템이 마련됐다면 투표율을 훨씬 더 높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치협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조호구 이하 선관위)는 지난 28일 오후 8시 온라인투표 및 우편투표를 마감했으나, 개표시각이 3시간 가량 지연돼 당일 자정 무렵에야 개표 결과를 발표할 수 있었다.

이유인즉슨, 당일 온라인투표에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문자메세지를 받지 못했다는 민원이 잇따르면서 후보자가 투표 시스템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 선관위와 공방을 벌였기 때문이다.

당일 오후 9시 30분경 치협 홍보국 관계자는 "후보자간 개표 여부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해 개표가 지연되고 있다"며 "김철수 후보가 선관위와 면담 중"이라고 밝혔다.

개표를 위해서는 키를 쥐고 있는 선관위와 세 후보자 4인 중 3인 이상만 동의하면 되지만, 투표 결과에 세 후보가 모두 승복할 수 있도록 합의를 이뤄내는데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선관위가 당초 전화 용역을 통해 선거권자 1만3900명을 대상으로 투표 참여 방식을 조사한 결과, 5천여명이 모바일투표를, 3천여명이 우편투표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나머지 6천여명은 확인이 되지 않았다.

후보자 및 선거권자는 ▲용역 당시 011, 017 등 현재 사용하지 않는 번호에 대한 확인이 되지 않았다는 점 ▲지부를 통해 회원정보 수정사항을 업데이트 하지 않았다는 점 ▲투표 마감시간인 오후 8시까지 콜센터 운영이 되지 않았다는 점 등에 주로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당일 치협 콜센터는 선거인명부 수정을 요청하는 회원들로 인해 연결이 쉽지 않은데다가, 오후 6시부터는 콜센터 업무가 종료되면서 8시까지 계속된 투표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회원들이 속출했다.

당초 개표 보이콧을 선언했던 김철수 혁신캠프 관계자는 "1차 투표에서 누락된 선거권자는 결선투표에도 참여할 수 없다는 선관위의 입장도 간신히 돌려놨다"며 "키를 내놓지 않으면 결선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는 선관위의 방침에 따라 개표에 합의했다"고 토로했다.

누락 선거권자 파악 중…첫 직선회장 정통성 우려

지부에서는 선거권이 있음에도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회원 수를 파악하는데 분주한 상황이다.

당일 대구지부에서는 선거인의 약 20%가 휴대폰번호 변경으로 선거인명부에서 누락됐다는 소식을 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구지부 관계자는 "전체 6백여명의 선거권자 중 120명 정도가 선거인명부에서 누락된 것으로 집계됐다"며 "선관위의 실수도 문제지만 명부를 확인하지 않은 본인 과실이라는 선관위의 태도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 크다"고 말했다.

대전지부에서는 전체 선거권자 400명 중 모바일투표자의 25%인 50명이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으며, 광주지부는 선거권자 421명 중 13명이 문자오류로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지부 관계자는 "선관위에서는 지부에 유권자 개인정보 변경 확인을 위한 협조 요청조차 없었다"며 "017이나 016 번호 사용자도 투표 문자를 받은 경우가 있지만 회신이 안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010 번호만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영남권 지부 사무국에서 파악한 누락 선거권자 인원

반면, 전남지부에서는 지부 투표율 향상을 위해 사전에 회원 연락처를 업데이트 한 결과, 30여명의 정보를 수정해 선관위에 발송했으며, 전체 선거권자 506명 중 3명이 문자오류로 투표에 불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부산지부가 전체 920명 중 19.2%인 177명이 개인정보 변경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으며, 울산과 경북, 경남지부에서도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한 회원을 조사 중이다.

한편, 1등과 3등 후보의 표차가 100표도 넘지 못하자 후보자들도 각자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박영섭 캠프는 "선거 결과에는 승복하지만 투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해 회원들의 참여가 제한됐다는 점이 안타깝다"며 "누가 협회장이 되더라도 회무 동력을 얻는데 많은 노력을 해야 할 상황이라 당선 시 찢겨진 회원을 뭉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수 후보는 "회원들의 축제가 돼야 할 첫 직선제가 최악의 참사가 됐다. 선관위가 우리 캠프의 갖가지 이의제기에도 개표를 강행한 부분은 여전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누가 되더라도 추후 선관위의 개편이 필요하다"며 "남은 결선투표에서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전했다.

이상훈 후보는 결과에 승복하면서도 선거권자에 대한 권리 보호가 이뤄지지 않은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상훈 후보는 "누구의 당선 여부를 떠나 반드시 규명되고 엄중한 책임이 지워져야 할 것"이라며 "누가 당선되더라도 정통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현 사태에 대해 전적으로 협회와 선관위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어렵게 투표에 참여한 한 선거권자는 "선거 과정에 문제가 많았던 만큼 신임 협회장은 치과계의 미래를 위해 더 낮은 자세로 헌신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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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투표 2017-03-29 22:10:21
이런 상황에서 무슨 결선투표인가? 재투표만이 답이다. 선관위는 책임지고 재투표 진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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