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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악플과 패러디성숙한 인터넷 문화를 위하여
송필경 논설위원 | 승인 2006.02.03 00:00

 

민주주의란 생각이 다른 사람끼리 말로써 서로 치고 박고 싸울 수 있는 제도이다. 나아가 법과 제도와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에게도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지닌 으뜸가는 미덕이다. 모든 사회 제도에서 금기를 깨뜨리고 표현의 자유라는 자양분을 섭취한 토대에서 민주주의는 무럭무럭 자라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품위를 지키지 않는 자유란 방종일 뿐이다. 아무 거리낌 없이 함부로 내뱉는 말에 내가 모독을 느낀다면 상대방에게도 막말을 삼가는 것이 예의이다. 더구나 도덕적 기준이 없이 상대방을 악의적으로 혐오하는 것은 범죄이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표현의 자유를 인터넷의 발달로 지금은 마음껏 누리고 있다. 이제 인터넷 시대에서 누리꾼(네티즌)은 컨텐츠의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생산자가 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누리꾼들이 언어의 폭력과 범죄에서도 생산자이자 소비자로 떠올랐다.

이런 의미에서 검찰은 지난 1월, 임수경씨 아들의 죽음에 대해 인터넷상에서 악의적인 댓글(악플)을 단 누리꾼 14명에게 모욕죄를 적용해 약식기소 했다. 검찰은 "댓글 게재를 통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통념과 상식을 벗어난 인신공격성 댓글 풍조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에서 이들을 처벌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기소된 이들이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대표로 북한을 방문하여 열렬히 환영받았던 임수경씨에 대해 대단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자식의 죽음에 대해 저주를 퍼부은 것은 비인간적인 모습이다. 이런 악플을 단 이들의 직업이 대학교수, 은행원, 대기업 사원, 주부, 자영업자 등 사회적으로 넉넉한 사람들로 밝혀졌다. 나이는 대부분 40대 이상이었으며 심지어 60대도 상당히 있었다. 인터넷 댓글 문화의 주인공일 것으로 생각했던 10대나 20대는 없었다고 한다.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극단적인 혐오를 퍼붓는 풍토는 내편이 아니면 무조건 적이라는 냉전적 사고가 만들어낸 유물이다. 독재와 민주화 세력간의 장기간 대치하면서 내편이 아닌 상대방에게는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적대감이 고정관념으로 굳어진 것이다. 생각이 다른 이해관계를 타협하는 민주주의의 경험을 지니고 못한 사회 풍토 탓에 아직도 정치문화는 타협을 불온시하고 경멸하고 거부하고 있다.

제도로써 민주주의가 위엄을 갖추려면 언쟁하는 상대방에게 품위를 갖추어야 한다. 비판과 욕설·풍자와 모독은 격을 달리한다. 품격이란 내가 존중받아야 하듯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다.

어느 사회든지 누구나 속으로 부글부글 끓는 불만은 있을 것이다. 더구나 요즘같이 경제가 팍팍하고 정치가 양극화로 치달으면 국민들은 억울하고 답답한 욕구불만이 쌓이지 않을 수 없다. 생각이 다르다고 직설적인 욕설과 빈정거림은 저급한 감정을 배설하는 행위에 불과할 뿐이다. 쌓인 불만을 막말로 분출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품위에 몹시 어긋나는 짓이다.

이럴 때 하고싶은 이야기를 뒤틀어 말하는 방법을 풍자 또는 패러디라 한다. 사람은 사회가 돌아가는 것과 사회 이슈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풍자 대상은 세상 돌아가는 일에 영향을 주고, 이슈를 만들어내는 사회지도층이나 저명인사가 우선 표적이 된다.

우리 사회는 지난 수 십 년 간 끈질긴 투쟁으로 민주화를 이룩하였기에 표현의 자유를 만끽할 자격을 얻었다. 이제는 대통령조차 패러디의 단골 대상이 되었다. 패러디는 생각이 다른 상대방에게 재미있고 발랄한 표현으로 조롱하여 불만을 해소하는 긍정적 작용을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풍조는 냉철하고 시원한 비판 정신을 담은 패러디라기 보다는 무자비하고 저열한 편견으로 무장한 욕설이 판을 치고 있다.

전교조란 말만 들으면 '빨갱이'를 연상하고 자식 잃은 부모에게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를 갖추지 못하고 '빨갱이'니까 고소하다는 악플을 단 사람을 보면 씁쓸함이 밀려온다. 극단적 생각은 상대방을 좌절시키고 괴롭히고 손상시키는 혐오를 낳게 마련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성숙한 문화가 인터넷에서도 시급히 필요한 때이다.

송필경 논설위원  spk1008@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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