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의 가능성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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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의 가능성을 위하여…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7.04.2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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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자의 비하인드컷] 치과계 선거 마무리와 대선을 기다리며…

『안 기자의 비하인드 컷』 코너는 취재처에서의 뒷 이야기, 지면에선 차마 다룰 수 없었던 이야기, 기자의 단상을 전하고자 마련했다. 이 코너는 매월 1·3주 목요일에 연재될 예정이다.  -편집자

선거 후 또 선거다. 4월 대한치과의사협회 장을 뽑은데 이어 5월엔 대한민국의 장을 뽑게 됐다.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뒤로 하고, 적폐 청산과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각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필자는 지금까지 두 번의 대선과 세 번의 총선을 치렀다. 항상 소신껏 투표했던 것 같은데 내가 찍은 후보와 정당은 집권(?)은커녕 비례석도 얻지 못했다. 사표가 되는 게 아쉬워 당선 가능성이 있는 곳에 투표했다는 지인도 있었다.

내 한 표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투표를 안 해도 그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아니면 내가 너무 성급하게 당장의 변화를 바란 건가 싶기도 했다.

지난 18일 『소수의견』을 쓴 손아람 작가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 지지 선언을 하면서 “정말로 원하는 가치를 위해 투표하지 않으면 그 표는 당선이 되도 사표란 것을 몰랐다. 이번엔 당선 가능성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가능성을 최대로 하는 투표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간 의미 없다고 생각한 내 투표에 의미가 생긴 것 같아 조금은 위로가 됐다. 사표가 되더라도 주권자로서, 투표를 통해 나의 생각을 드러냈고 그것이 모여 다양한 의견이 되고 그것이 변화의 가능성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게 됐다.

치과계도 ‘회원의 손으로 직접’ 협회장을 뽑았다. 후보들도 그에 맞춰 ‘회원이 주인’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대규모 선거권자 누락사태, 선관위의 ‘완전무결’한 해명, 협회장의 관권선거 의혹, 당선자의 애매한 신분 등으로 아직 혼란스럽다.

특히 1,050명으로 추정되는 누락자들의 표는 ‘가능성’에 투표했다는 ‘어떤 사표’의 의미도 가질 기회를 잃어버렸다. 이를 수습하고 봉합하지 않으면 직선제는 의미도 없이 변화를 열망한 회원의 뜻도 함께 퇴색될 우려가 있다.

그런 걱정과 달리 자신의 권리를 되찾겠단 치과의사들의 움직임이 있다. ‘치과의사협회장선거의 정상화를 위한 선거인 모임(이하 선거인모임)’이 그것인데, 이들은 박탈당한 참정권을 회복하고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된 협회장 선출을 위해 ‘선거무효소송’ 참여자 모집에 나섰다.

이들은 책임져야 할 치협 집행부와 선관위의 ‘회원 네 탓’ 시전에 분노하며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이들은 “소중한 참정권을 박탈당한 미투표 선거인의 권리를 회복하고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한 협회장 선출만이 분열을 봉합하고 치과계를 이끌어 갈 수 있다”며 소송 참여자, 1만원 성금 모금, 탄원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대선을 지켜보며 시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다된 촛불에 재뿌리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촛불은 적폐를 청산하고, 무엇보다 시민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열망하기 때문이다.

치과계 직선제도 마찬가지다. 동창회 선거, 관권선거, 세습 등으로 그들만의 리그였던 치협의 구태를 벗고, 생존 문제에 직면한 청년 치과의사들을 비롯한 회원들을 위해 치협이 움직이길 바라는 회원의 열망이 직선제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3자이지만 선거인모임의 움직임은 응원하고 싶어진다. 이들의 작은 시도가 부끄러움으로 남을 수 있는 선거의 얼룩을 조금이라도 지우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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