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회夜懷 밤 회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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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회夜懷 밤 회포
  • 송학선
  • 승인 2017.04.2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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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학선의 한시산책 40] 야회夜懷 밤 회포 / 송강松江 정철鄭澈(1536중종31-1594선조27)
(ⓒ 송학선)

야회夜懷 밤 회포 / 송강松江 정철鄭澈(1536중종31-1594선조27)

불어유유좌오경不語悠悠坐五更 말없이 골똘하게 앉았노라니 새벽
우성하처잡계성雨聲何處雜溪聲 빗소린지 개울 소린지 섞여서 들린다
창전로기기유횡窓前老驥饑猶橫 창 앞에 늙은 말은 주려도 기운차고
운리한섬암갱명雲裏寒蟾暗更明 구름 속 차가운 달은 어둡다 다시 밝다
백수시지교도박白首始知交道薄 우정이 야박해 진걸 늙어서야 알게 되니
홍진이각환정경紅塵已覺宦情輕 벼슬길 정이 가벼움을 붉은 먼지 속에서 이미 알았노라
연래일사포난거年來一事抛難去 연내에 저버리기 어려운 일 하나는
호외사구유구맹湖外沙鷗有舊盟 호숫가 갈매기와 맺은 옛 맹세라네

중국 발發 황사黃砂 소식에도 어쩔 수 없는 봄날의 청명함에 나른한 듯 젊은 날의 기억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술잔 앞에 두고 친구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말싸움으로 통금시간을 넘기고 들어간 여인숙에서 희미한 백열등을 공유하는 얇은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백구사白鷗詞. 

“나지마라, 너 잡을 내 아니로다”....
“이 오빠 못 믿어?”

옛적에 해옹海翁이 아침에 해상으로 나갈 적에, 갈매기가 이르러 오는 수를 백百으로 헤아린 것은 기심機心이 없는 까닭이요, 붙들어 구경하고자 하기에 이르러서는 공중에서 춤추며 내려오지 아니하니, 그것은 기심이 동했기 때문이라. 오직 기심이 있고 없음을 갈매기가 먼저 알아채는 법이니

나지 마라 너 잡을 내 아니로다.
성상聖上이 버리시니 너를 좇아 예 왔노라.
오류춘광五柳春光 경景 좋은데
백마금편白馬金鞭 화유花遊가자.
운침벽계雲沈碧溪 화홍유록花紅柳綠헌데
만학천봉萬壑千峰 빛은 새뤄
호중천지壺中天地 별건곤別乾坤이 여기로다.
고봉만장高峰萬丈 청기울靑氣鬱헌데,
녹죽창송綠竹蒼松은 높기를 다투어
명사십리明沙十里에 해당화만 다 피어서
모진 광풍을 견디지 못하여
뚝뚝 떨어져서 아주 펄펄 날아나니
긘들 아니 꽃일러냐.
바위 암상岩上에 다람이 기고
시내 계변溪邊에 금자라 긴다.
조팝나무에 피죽새 소리며,
함박꽃에 벌이 와서 몸은 둥글고 발은 작으니
제 몸에 못 이겨 동풍이 건 듯 불제마다,
이리로 접두적 저리로 접두적,
너흘너흘 춤을 추니
긘들 아니 경일러냐.
황금 같은 꾀꼬리는 버들 사이로 왕래를 허고,
백설 같은 흰 나비는 꽃을 보고 반기어서 날아든다.
두 나래 펼치고 날아든다 떠든다.
까맣게 별같이 높다랗게 달같이 아주 펄펄 날아드니
긘들 아니 경일러냐.

국립국악원 문화학교에서 우봉又峯 이동규李東圭 선생께 배우는 정가正歌 수업시간이 너무 재미있다. 이 시대의 가사歌詞 백구사白鷗詞는 어떠해야 할까 이리 발칙한 생각 속에 빙그레 웃음 지며 봄날을 보낸다. 대통령 후보들이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봄 봄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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