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높은 기준을 세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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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높은 기준을 세울 때
  • 김경일
  • 승인 2017.04.25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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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치과의사 전문직업성의 재구성 - 규제기구의 역할

본지는 총 4회에 걸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구강보건정책연구회 김경일 연구원의 원고를 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 그 마지막으로 '규제기구의 역할'을 주제로 공공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 치과계 스스로의 높은 윤리적 기준을 세우고, 환자 안전을 목표로 할 때 치과계 스스로의 정당한 권위를 세우고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편집자-

전문직업성과 자율규제와 관련한 국내 논의는 이제 시작되고 있는 단계로, 아직 규명해야 할 부분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치과계에 전문직업성과 관련한 연구는 극히 미미하며, 자율규제와 관련한 연구는 이제 걸음마를 땐 수준으로 관련한 철학적, 사회학적, 경험적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특히 우리 치과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업주의와 그 규제에 관한 문제는 한 번도 깊이 있게 다뤄진 적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에 관련한 문제를 심도 깊게 논의할 수 있는 기구로 ‘전문직업성 특별기구’를 제안하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다 깊이 있는 연구와 성찰이며, 관련 당사자들과의 소통이고 철저한 준비다. 또한 이러한 논의가 일부에 국한되지 않도록 공론화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특별기구가 해야 할 역할이다. 구체적인 것은 기구 내에서 논의되어야 하겠으나, 다음과 같은 사항이 중심에 서야 할 것이다.

치과의사와 공공이 함께하는 규제기구

국내 의료계는 정부의 규제 강화에 맞서 자율규제를 주장하고 있고, 그 중심에 자율 징계권을 요구하고 잇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전통적 의미의 자율규제는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다. 정부의 규제 강화는 환자 안전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의료인의 참여 속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규제 일변도의 조치는 수용성이 저하될 수 있다. 일례로 동료평가 시범 사업은 유명무실한 상태이고, 전국의사총연합 등의 의사단체의 반발에 직면하였으며, 명찰 패용에 대한 집단적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의사의 자율성과 공공의 개입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공동규제(shared regulation)'를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기준을 설정하는 전문직(치과의사)과 그러한 기준에 대한 책임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대중과의 균형이 ’공동 규제(shared regulation)‘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동 규제는 아직 명확히 정의된 개념으로 볼 수는 없기에 보다 연구가 필요하다. 이는 공공이 의료에서의 주권을 회복하도록 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뿐 아니라, 공공을 설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규제기구에서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 안전을 담보할 방안

일반적으로 규제는 진료에 기술적으로나 육체적, 정신적으로 적합하지 못한 ‘썩은 사과’를 걸러내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지만, 규제만으로는 그 목표를 이룰 수 없으며, 전문직업성 증진이 규제 목표의 하나로 설정할 때에만 의료의 질 향상과 더불어 환자 안전 모두가 담보 될 것이다. 또한, 의료인에 대한 대중의 신뢰회복도 가능할 것이다. 대학교육과 수련 과정 및 졸업 후 교육에서의 통합적 접근을 통한 지속적인 향상, 문제가 발견된 치과의사에 대한 재교육 및 재활 그리고 기타 치과의사의 전문직업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 등이 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었을 때, 규제 담론에 치우친 정책 당국자와 전문직업성 담론에 치우친 의료계의 편향성을 극복하고 ‘환자’의 권리가 전면에 나설 수 있다.

규제기구에서 상업주의 규제를 담보할 방안

최근 공공장소인 지하철에서 성형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서울시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지하철 광고의 14.3%가 현행 의료법을 위반했으며, 나머지도 애매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시 성형외과 홈페이지의 75.5%가 의료광고 위반으로 조사되었다. 의료광고 사전 심의제도가 존재하지만, 이러한 규제가 사실상 작동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의료에서 발생하는 문제 중 많은 부분은 상업주의와 관련되어 있다. 특히 우리 치과계는 일부 네트워크의 행태가 공중파에까지 보도되는 등 상업주의의 폐해가 크다. 전문직업성과 배치되는 이러한 상업주의에 대한 대처가 있지 않고서는 지금까지의 논의가 기반부터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우리는 ‘1인1개소법’ 개정을 이뤄낸 저력이 있다. 이러한 저력이 규제논의에 포함되어 통합적으로 다뤄져야 할 것이다.

필자가 2015년 10월 21일부터 11월 3일까지 치과의사 48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최근의 전문직업성 논의의 핵심가치인 ‘환자의 복지를 우선시해야 한다’에서 69.5%의 동의율을 보였다. 또한 규제와 관련한 내용인 ‘업무를 볼 수 없거나 무능한 동료 치과의사를 관계기관에 보고 해야 한다’에 67.3%, ‘치과의사는 동료가 제공하는 진료의 질을 평가하는 데 참여하여야 한다’에 62.9%가 동의하였다. 이는 관련 논의가 훨씬 앞서 있는 미국과 영국의 의사집단과 비교해도 유사하거나 높은 수치다. 이 결과는 국내 치과의료계에 새로운 전문직업성과 규제 관련한 논의가 더 쉽게 받아들여질 것으로 여겨지며, 협회가 적극적으로 논의를 이끌어야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공공의 참여를 기반으로 우리 스스로 높은 기준을 세우고 상업주의를 경계하며 양질의 진료와 환자 안전의 목표를 통해 환자의 ‘안녕’과 ‘존엄’을 보장할 때, 우리는 정당한 권위를 획득하고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시작이 이번 30대 집행부에서 이뤄지길 바란다.

 

 

김경일 연구원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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