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 가루 날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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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 가루 날릴 때
  • 송학선
  • 승인 2017.05.1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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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학선의 한시산책 41] 정처사산거丁處士山居 정 처사네 산 집 / 정지묵丁志默(1748英祖24-1829純祖29) 외 1

정처사산거丁處士山居 정 처사네 산 집 / 정지묵丁志默(1748英祖24-1829純祖29)

취의오모좌사휘醉欹烏帽坐斜暉 취해 갓을 삐딱 쓴 채 비껴 기우는 빛 속에 앉았으니 
풍동송화낙만의風動松花落滿衣 바람에 불린 송화 가루 옷에 가득
렴외난산다재안簾外亂山多在眼 발 밖 어지런 산들 모두 눈에 들 터이니
삼춘불엄소시비三春不掩小柴扉 석 달 봄에 작은 사립 닫지 않겠구려

정지묵丁志默(1748英祖24-1829純祖29)의 본관本貫은 나주羅州이고 자는 사눌士訥 호는 동은東隱입니다. 서북西北의 문학에서 학문을 닦았으며 7서七書를 필사함에도 한자 틀림이 없어 그의 능력을 학문의 극치라 하였습니다. 문헌원장文獻院長이었습니다.

온 천지에 송화 가루 가득 합니다. 황사 덕분에 애꿎은 송화 가루가 미세먼지 취급을 받아 안타깝습니다. 이때쯤이면 집집마다 장독대 간장 항아리 열어 송화 가루 받아 간장 맛 들일 때지요. 한시산책에서 소개 한 적 있는, 허균許筠의 스승 이달李達의 시에 송화松花 가루는 이렇게 나옵니다.

불일암증인운석佛日菴贈因雲釋 불일암에서 인운스님께 / 손곡蓀谷 이달李達(1539중종34~1612광해군4)

사재백운중寺在白雲中 절은 흰 구름 속에 있는데
백운승불소白雲僧不掃 스님은 흰 구름을 쓸지도 않았구나
객래문시개客來門始開 손이 와 비로소 문을 연다
만학송화로萬壑松花老 온 골짜기에 송화 가루 노랗다

이 시는 ‘산사山寺’라는 제목으로 많이 소개 된 오언절구五言絶句인데… 마지막 결구結句에 노老 자를 풀기가 어려워 오랫동안 고민 한 적이 있던 시입니다. 걸레질로 마루에 노란 송화 가루를 훔치며 문득 이 구절을 풀었습니다. 손곡도 분명 노란 송화 가루를 이리 옮기고 싶었을 겁니다. 우리 옛 선비들의 습관에 이두吏讀나 향찰식鄕札式으로 한자를 사용하는 전통까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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