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름 후루룩후루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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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름 후루룩후루룩
  • 송학선
  • 승인 2017.06.0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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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밝송학선의 한시산책 43] 우영偶詠 우연히 읊다 / 서헌순徐憲淳(1801순조1∼1868고종5)
(ⓒ 송학선)

우영偶詠 우연히 읊다 / 서헌순徐憲淳(1801순조1∼1868고종5)

산창진일포서면山窓盡日抱書眠 산 속 집에서 종일 책 안고 잠들었는데
석정유유자명연石鼎猶有煮茗烟 돌솥에 아직 차 달인 연기 남았다
염외홀청미우향簾外忽聽微雨香 발 너머 문득 보슬비 향기 들리더니
만당하엽벽전전滿塘荷葉碧田田 못 가득 연잎에 푸르름 후루룩후루룩

서헌순徐憲淳(1801순조1∼1868고종5) 조선 후기의 문신. 자字는 치장穉章, 호號는 석운石耘입니다. 치穉는 어린 벼를 말합니다. 운耘은 김을 맨다는 뜻이니 석운石耘은 돌에 김을 맨다는 뜻의 호號로 문자향文字香이 풍기는 인물임을 짐작 하겠습니다. 아버지는 진사 서기보徐基輔이며, 어머니는 반남潘南 박씨朴氏로 박종직朴宗稷의 딸입니다. 1822년(순조22) 진사에 합격, 1829년(순조29) 정시문과庭試文科에 병과丙科로 급제 여러 벼슬을 거쳐 1850년(철종1) 사은부사謝恩副使로 청나라에 다녀왔습니다. 전라·경상관찰사全羅慶尙觀察使를 거쳐 형·공조판서刑工曹判書를 역임하고, 1862년(철종13) 진하사進賀使로 다시 청나라에 다녀왔으며 1868년(고종5) 숭정대부崇政大夫·판의금부사判義禁府事가 되었습니다. 시호諡號는 효문孝文입니다. 

예술의 전당 서예아카데미에서 몇 년 간 석정石丁임종각林鍾珏 선생에게 문인화를 배우다가 수상신청 미달로 폐강되는 바람에 담헌湛軒전명옥全明玉 선생의 현대서예를 수강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강의 중에 제가 준비한 한시를 한 소절 씩 읽기로 허락을 얻었습니다. 그 시를 각자 다음 시간에 작품으로 써 옵니다. 같이 수업 받는 학동들이 만만한 분들이 아니더군요. 다를 초대 작가는 물론 서예전시에 심사위원을 맡기도 하는 고수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초서로 또 어떤 분은 행서로 또 예서로 전서로 써 오시기도 합니다. 그리고 화제畫題 한 구절을 정해 전지 화선지를 마루 바닥에 펼쳐 놓고는 현대서예 작품을 만들어 내지요.

이 시 역시 현대서예 수업 중에 읽은 한시 한 소절 이었습니다. 미우향微雨香 보슬비를 향기로 듣는다는 구절에 감동 해 이 시를 골랐는데  담헌 선생께서는 벽전전碧田田 이란 구절이 무척이나 마음에 드셨던 모양입니다. 함께 공유하는 카톡 방에 전전田田 이란 첩어의 풀이를 찾아 올리셨습니다. 1 북 치는 소리. 또는 가슴을 두드리는 소리. 2 우는 소리.  3 연잎이 여러 개 물 위에 떠 있는 모양. 4 논밭이 죽 연하여 있는 모양. 또는 많은 물건이 줄지어 있는 모양.
그래서 이 날 현대서예 화제畫題는 ‘가슴을 두드려’였습니다.

붓을 잡고 흘러간 옛 노래 ‘봄날은 간다’ 3절을 흥얼 그렸습니다.
“열아홉 순정은 황혼 속에 슬퍼 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흰 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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